꽃잎에 쓴 편지(28)
공 의
Mrs. Daisy Sung_미국 포틀랜드 한인 문화방송실
지난주 동부로 여행할 일이 있었다. 발렌타인 날이 있는 그 주간에 비행기
를 예약했다. 그렇지만 때아닌 늦은 겨울 폭풍이 닥쳐 미중부와 동북부를 휩
쓸었다. 당연히 비행기가 이·착륙을 하지 못하거나 아예 공항이 폐쇄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것을 ‘발렌타인 폭풍’이라 이름 부쳐 TV에서 연일 뉴
스로 보도됐다.
때아닌 발렌타인 겨울 폭풍
이렇게 심하게 눈이 내릴 때는 종종 항공편이 취소되는 것을 보아왔기 때문
에 다음날 아침 출발하기로 되어있는 항공권을 과감하게 취소했다. 그리고
이틀 후에 다른 회사의 항공권으로 다시 구입하게 되었지만 $100이상이 더
비싼 $397.60을 주고 새 항공권을 예약했다. 하지만 논스톱으로 곧장 가게
되면 5시간밖에 안 걸리고 값은 비록 $200이 더 비싸지만 시간은 1시간 이
상 단축된다.
취소했던 항공권은 환불할 수도 없고 다음 날로 바꿀 경우 $400 이상이나
더 내어
야 하는 저렴한 항공권이었다. 하지만 중간 기착지인 시카고 공항에
서 폭풍으로 운항이 중단될 경우 시간만 허비하게 되고 고생할 것 같아 손해
를 감수하고 최소할 수밖에 없었다. 우려했던 것처럼 그 항공편은 시카고에
서 연결하는 비행기가 취소되고 말았다.
이럴 경우 항공사 측이 비행기를 예정대로 이륙하지 못했기 때문에 값싼 항
공권이라 할지라도 환불해주게 되어 있다. 이것은 따지고 보면 이론에 맞고
공정한 처사이다. 예전에는 항공사측의 사유로 운항이 중단될 경우에는 근
처 호텔에서 재워주던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날씨나 천재지변으로 인하
여 많은 사람이 공항에 묶일 경우에는 간이 침대나 공항 대합실에서 밤을 지
새야 한다. 결국 항공권 취소로 말미암아 제때에 가지는 못 했지만 그나마
이 게임에서는 내가 이긴 셈이 되었다.
이곳 사람들은 부당하게 대접받거나 공정하지 못하다고 여겨질 때는 일어나
따지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어느 항공사는 승객들을 비행기 안에 태운 체
로 10시간 반이나 지체하게 되어 그 회사 CEO가 대대적으로 공개 사과하고
승객들에게 1인당 $1,500을 지급하기도 했다. 거기에다 TV카메
라까지 앵글
을 맞추어주면 더욱 따질 것은 따지면서 억울하게 가슴앓이를 하는 경우가
비교적 적은 사회이다.
어린 시절부터 손해볼 일이 생길까봐 따지기를 서슴지 않고 옳고 그름을 가
려내는 성품 때문에 한국 사회는 여자들이 살기에는 ‘나쁜 나라’라고 생각
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남에게 이기고 말겠다는 무조건의 승부욕은 아니
다. 공정하고 평등하게 살고 싶었던 바램 때문이었다. 이것은 인간의 기본
권리이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각 사람을 모두 귀하게 여기시며 보호하시는
기본법에 속한 내용이며 율례를 주신 목적중 하나이다.
하나님이 사랑의 하나님이신 것은 공의의 하나님이시기 때문이다. 그 공의
의 율법은 확실하고 날카롭게 따져 공정하고 철저하게 하시는 것이 하나님
의 속성이다. 눈감아 주거나 ‘슬쩍’이라는 것이 통용되지 않으며 만인을
한결같이 평등하게 다루시는 분이시다.
“하나님의 말씀은 살았고 운동력이 있어 좌우에 날선 어떤 검보다도 예리하
며 혼과 영과 및 관절과 골수를 찔러 쪼개기까지 하시며… 벌거벗은 것 같
이 드러내신다”(히 4:12)라고 하셨다. 죄는 죄일 따름이며 그 후에 용서가
필요하면 용서를 하신다. 하나님 앞에서는 불법과 불공정이 있을 수 없다.
필자는 그것이 좋아서 하나님을 더욱 사랑한다.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 속에는 천차만별의 사람이 있다. “내가 누구인데”
“내가 무엇을 성취했는데” “나만한 사람이면 됐지” “어느 집안의 사람
인데” “어느 학교 출신인데” “내 재산이 얼마나 되는데” 등 자신에게
도취되어 자기 잘난 맛에 남을 멸시하며 사는 사람도 많다.
그렇다고 출세한 사람들, 즉 그들이 이룬 성공의 결과나 실력을 무시하거나
부정하자는 것은 아니다. 사회를 잘 분별하여 빠르게 성공하고 잘살며 건강
하게 사는 것은 나무랄 것이 없다. 하지만 그 과정에 있어서 하나님의 법 안
에서 공정하고 정당하여 군중들 앞에 숨겨야 될 것이 없어야 된다.
잠언에서는 ‘정직하게 살아 적게 버는 것이 불의하게 재산을 쌓는 것보다
낫다’ ‘여호와께서는 가짜 저울을 역겨워 하시고…’ 라 하셨다. 하나님
은 그렇게 따져 불평을 들어 주시며 치우침 없이 우리들이 모두 공평하게 살
기를 바라신다.
하나님은 누구나 공평케하셔
‘너는 나로 기억이 나게 하고 서로 변론하자. 너는
네 일을 말하여 의를 나
타내라’(사 43:26)고 말씀하셨듯이 정의를 펴내신다. 그렇게 하나님은 인
류 모두에게 따지고 말할 기회를 주어 억울함이 없는 공의의 심판이 있게 되
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