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캐릭터, 평생 무료게임
박정인_강변교회 집사,놀이미디어교육센터 연구위원
십대의 자녀나 그 또래의 아이들에게 선물을 해야 할 일이 생겼을 때, 그것
도 남자 아이들일 경우, 적정선에서 선물 고르기가 난감했던 적이 있는가? 유
치원 시절부터 지겹게 받아온 문구류는 아이들에게 더 이상 새로울 것도 없
고, 그렇다고 아이가 원하는 게임CD등을 사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바로 그
때 도서 상품권은 선물에 대한 나의 모든 부담감을 덜어주는 것이었다. 공부
하는 학생에게 책보다 좋은 선물이 어디 있겠는가? 무엇보다 아이를 기르는
부모에게 환영받는 선물이고, 필요한 시기와 종류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으
니 더욱 좋을 것이다. 만일 아이가 청소년이라면 더욱 폭넓게 사용할 수 있
는 문화상품권으로 책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품권을 선물로 받은 아이들의 반응은 대체로 시큰
둥하다. 사실 아이를 위한 선물이라고 하지만 결국
엄마가 책을 구입할 때 지
출에 보탬이 되면서 엄마의 만족감을 채우는데 더 큰 기여를 하게 되니 아이
의 반응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
얼마 전 이제 초등학교 고학년이 된 우리 아이 생일을 지냈다. 요즘같이 시간
을 맞춰 놀기 힘든 때에 공식적으로 친한 친구들이 함께 어울려 먹고 놀 수
있으니 아이들에겐 더없이 좋은 시간이었다. 게다가 매년 선물로 받은 문구류
가 아직도 남아 있지만 친구들에게 받을 선물에 대한 기대도 적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친구들이 가져온 선물은 모두 문화 상품권이었다. 친구들
중 누구도 부모나 다른 사람의 조언을 듣고 준비한 것이 아니라 각자가 그것
이 최상의 선물이라고 생각해서 준비한 것이라고 했다.
아이들이 배운 대로 독서의 중요성을 잘 알고 실천한 것일까? 아니면, 연극이
나 영화 같은 문화생활을 즐길 만큼 성숙한 것일까? 생일날 모인 아이들의 어
울려 노는 모습을 보면 해답은 간단했다. 아이들 끼리 나누는 대화의 주된 내
용은 단연 온라인 게임이다. 모여서 놀기를 좋아하지만 그 장소는 컴퓨터 앞
이거나 피시방이고, 어느 곳이건 그 목적은 게임이다. 그리고 그 온라인
게임
에서 필요한 아이템을 구입하는 방법으로 많이 쓰이는 것 중의 하나가 현금
과 동일한 가치를 갖는 도서 또는 문화 상품권이다. 상품권은 핸드폰으로 결
제 할 때처럼 핸드폰 등록인의 이름이나 주민등록 번호가 필요한 것도 아니
고 미성년의 경우 요구되는 부모동의 없이도 결제가 가능한 가장 손쉬운 방법
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도서나 문화 상품권들은 본래의 용도와 상관없이 아
이들에게 가장 선호되는 선물 품목이 되어 있었다. 그 상품권으로 구입한 아
이템이 자신의 캐릭터를 더욱 멋지게, 더욱 강하게 만들어줄 것을 기대하며
때론 용돈과 간식 비까지 모두 쏟아 붓는 것이다.
2005년 소비자 보호원의 자료에 따르면 만 11세 이상 미성년자가 아이템 구입
에 쓰는 돈은 한 달 평균 2만원에 이른다 한다. 사실 10만원 이상 쓰는 아이
를 찾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최근에 인터넷에서 새로 계발되어 서비스에 들어가는 게임 광고를 본적이 있
다.
“평생나의 캐릭터, 평생무료게임” 이것이 광고 카피였다.
게임이 전망있는 산업으로 인식되면서 신작 온라인 게임들은 제작비가 100억
을 넘어서고 광고비만도 1
0억대를 웃돌고 있는것이 최근의 상황이다. 이제 영
화 못지않게 게임광고도 버스나 지하철에서, 신문, 잡지나 TV등에서 쉽게 접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광고는 “평생 무료게임”이라 말하고 있지 않은가! 의문이 생길 수
있겠지만 적어도 10대를 대상으로 하는 거의 모든 게임은 회원가입만 하면 무
료로 즐길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어떻게 무료가 가능한 것인가? 그것은 그
들이 돈을 벌어들이는 방법으로 게임 이용료가 아니라 아이템을 이용하기 때
문이다. 이 아이템의 가격은 평균 2~3천원에서 비싼것은 만원을 넘기도 하지
만 이미 이러한 시스템에 익숙한 아이들은 주저함이 없이 돈을 소비한다. 게
임 업체들이 투자한 엄청난 액수는 이렇게 아이템을 팔아서 회수되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좀 더 거시적인 안목으로 게임을 바라보아야 하고, 또 그것을 자
녀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이다. 게임은 우리에게 재미를 주기위해 아무 대가
없이 인터넷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거대한 상업적 논리에 따
라 움직이는 구조 속에서 경제적 이윤을 내기위한 사업의 하나인 것이다. 그
들의 관심은 게임의 사회적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을 위한 투자보다는 더 많
은 회원을 확보해서 더 많이 돈을 버는 오직 상업적 관점에 쏠려있다.
재미라는 것으로 포장된 무료 게임 속에는 바닥이 없이 빠져드는 함정이, 그
리고 그 배후에는 아이들이 빠져나오지 못하기를 기대하는 자들이 있다는 사
실을 바르게 인식할 때 객관적으로 게임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야를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