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위한 목회인가?’ _변세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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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위한 목회인가?’ 

변세권 목사 (온유한 교회) 

몇 달 전 교보생명의 창립자인 故신용호 회장의 유가족들이 국내 상속세로는 
사상 최대액수인 1,338억 원을 자진 신고해 화제가 되었었다. 이미 대산문화
재단을 설립해 기업이익의 사회환원을 착실하게 실천해 왔음에도 재단귀속이 
아닌 상속재산에 대한 철저한 세금 납부의 길을 선택한 것이 세인의 이목을 
끌었었다.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을 자녀들에게 향기로운 가치로 남길 때 진짜 
유산이 되기 때문이다. 

사람이 사는 것을 보면 부자는 보통 자식을 잘못 가르치는 것이 통례다. 왜냐
하면 자녀들의 요구를 거의 돈으로 메우기 때문이다. 돈으로 메워 버릇하면 
아이들도 버리고 부모 자신도 버리게 된다. 돈을 주면 금방 입을 막을 수 있
기 때문에 부모자신도 자식 때문에 속 썩어보는 일을 훈련받지 못한다. 돈이 
없어서 자식들의 등록금을 못 주고 급식비를 못 내고, 당장 돈 달라고 할 때 
정말 돈이 없어서 속상해보고 카드 빚이 늘어나 
안타까워하면서 왜 이렇게 가
난한 집에 시집와서 아이들의 기초생활도 못 들어주나 하는 마음 고생을 해봐
야 부모도 훌륭해지고 자식들도 먼 훗날 깊어지는 것이다. 

총회 농어촌부와 노회를 섬기면서 목회자 가정의 경제적인 어려움들을 많이 
보게 된다. 목회자들의 생활이 도시영세민 수준을 넘지 못할 때가 적지 않
다. 그러다 보니 반복적인 영적패배감과 절망감에 시달리고 있는 동료들을 본
다. 그렇다고 마냥 주저앉을 수 있는 처지도 못된다. 그러나 훌륭한 사람은 
언제나 어려운 환경에서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나님은 그래서 우리
의 인생을 어렵게 인도하신다. 자녀에게 돈이나 물려주고 죽을 생각을 하면
서 살면 큰 오산이다. 그 돈 때문에 자식들까지도 원수지간으로 만들게 된
다. 우리가 자녀에게 남겨줄 돈이 있거든 살아생전 다 쓰고 죽어야한다. ꡒ나
는 공부 못해도 우리 부모가 남겨준 재산이면 충분히 먹고 살아!ꡓ하는 기대
감을 빨리 끊어줘야 한다. 

그것은 하나님이 우리 자녀를 향한 계획도 차단시킬 뿐 아니라 자녀의 독립성
과 정신력, 노동력까지도 착취하는 이중 죄를 짓는 것이다. 독자들 
생각에 사
치스러운 소리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ꡐ하기야 우리에게 그럴 돈이 어디 있
나…ꡑ 

며칠 전에 수능고사도 끝났다. 좋은 학교에 들어가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는 
것이 영적인 문제와 어떤 함수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단 성실하게 사는 
부모의 마음, 성실하게 살아야 할 자녀의 인생에 대하여 우리가 가지는 책임
이라는 차원에서 좋은 대학을 가라고 요구하고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가르
쳐야 한다. 그러나 이것도 전부는 될 수 없다. 필요하다면 하나님께서 우리
의 자녀들을 어렵게 만들어서 우리들을 훈련하실 수도 있고, 실패하는 처절
한 자리에까지 가게도 하신다. 그래서 가끔 만나는 사람들의 자녀들 이야기
를 들어보면 전부 1등만 한다는 소리를 들을 때 나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다. 
시각장애인이면서 미국 올림픽 국가대표 역도선수를 거쳐 기업가로 성공했던 
짐 스토빌이 쓴 ꡐ최고의 유산 상속받기ꡑ라는 책에서 우리가 진정 물려주어
야 할 것은 돈만이 아니라 친구, 배움, 고난, 가족과 웃음, 꿈과 사랑, 나눔
과 감사 같은 내면의 가치라고 말한다. 

역시 미국의 백만장자
이자 저명한 동기부여가인 폴 마이어는 ꡐ성공을 유산으
로 남기는 법ꡑ이란 책에서 25가지의 열쇠 중 ꡐ나는 무엇으로, 어떻게 기억
되고 싶은가?ꡑ라는 질문을 던지고 대답하기를 “우리가 얼마나 많이 소유하
고 있는가, 직업이 무엇인가, 또는 자선사업을 위해 얼마나 많은 재산을 설립
했는가는 우리의 삶이 끝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오직 우리가 예수 그리스
도와 개인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는가의 여부이다. 결국 우리의 영원과 우리 
다음에 올 사람들의 영원을 준비하는 것, 이것이 마지막 유언이다”라고 했
다. 

사람은 누구나 사라진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그럼에도 잘 먹고 잘 살자
는 웰빙(well – being)이 유행이다. 그러나 진정한 웰빙의 완성은 웰 다잉
(well-dying)에 있다. 죽더라도 제대로 죽고, 사라지더라도 추하지 않게 사라
져야 한다. 그렇다. 무엇으로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가에 대한 분명한 대답을 
오늘 해야 된다. 

무엇을 위한 유산인가? 무엇을 위한 소원인가? 무엇을 위한 목회인가? 
우리는 지금 우리뿐만 아니라 다음세대에도 물려줄 교회의 큰 그림을 그리며 
걸어가고 있는 
중이다. 주변여건으로 목회의 본질을 놓치지 않고 우리의 자녀
들에게 사도행전의 능력과 감동과 역동성이 살아있는 교회를 최고의 유산으
로 남겨주어야 한다. 우리 세대도 중요한 현장이지만 우리는 다음세대에게 깨
끗하고 진실한 교회를 남겨줄 거룩한 책임이 있다. 크고 화려한 건물도 필요
하지만 그러나 그보다 먼저 제자들과 교회에 대한 바른 지식과 헌신의 진지함
에 대한 전통과 교회문화를 남겨 주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