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석목사의 기도편지
땅이 소산을
아내의 혈당 수치가 높다는 진단을 받은 후에 우리 부부는 산책을 시작했습니
다. 처음엔 즐거움으로가 아니라 의무로 시작한 산책이라 그런지 그리 즐겁
지 않습디다. 봄에도 하고 여름에도 하고 이제 어느덧 가을을 맞이하게 되었
습니다. 그렇지만 동네 한바퀴를 돌면서 봄에는 파릇 파릇한 새 싹을 통해 계
절의 변화와 하나님의 신비한 능력을 노래하게 되었고. 무더운 여름을 지나
이제 아침 저녁으로 선선해진 이 가을엔 더욱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노래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산책하는 동네의 가로수는 대부분 호도 나무랍니다. 누가 가로수를 가
꾸기나 합니까? 그런데도 봄엔 꽃을 피우고, 여름에는 푸르름을 더해가다가
가을을 맞이하여 영근 호두알을 땅에 떨구어 우리 부부를 즐겁게 해준답니
다. 하나님께 범죄 한 이후 축복인 노동이 변하여 땀 흘려 일해야 겨우 먹고
살 것이라고 하셨지만, 은혜가 많으신 주님께서는 우리의 수고를 헛되게 하
지 않으실
뿐 아니라 우리의 생각과 손이 미치지 못하는 것들에도 섬세하게
돌보시고 일하셔서 우리로 하여금 거두는 기쁨을 누리게 하십니다.
우리가 땀 흘려 일할지라도 하나님께서 땅에게 소산을 내라 하지 않으셨다면
어찌되었을까 생각해보면 참으로 끔찍합니다. 그렇다면 우리 하나님께서는 우
리들의 필요를 채워주시기로 일찍부터 작정하신 것입니다. 땅이 그 소신을 내
게 하신 하나님의 약속을 의지하여 성실과 진실로 임하는 사람들의 작은 수고
에도 기다리셨다는 듯이 풍성한 열매를 거두게 하시는 하나님, 어찌 찬양하
지 않을 수 있으며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우리, 일터의 환경을 생각하면 힘이 빠지지만 땅이 그 소산을 내게 하시는 비
밀한 약속을 지닌 우리가 성실하신 주님을 의지하고 이웃을 독려하며 또 하
루, 한 주간을 소망 가운데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주 우리 하나님 우리에게 은총을 베푸셔서, 우리의 손으로 하는 일이 견실하
게 하여 주십시오. 우리의 손으로 하는 일이 견실하게 하여 주십시오” (시편
90편 17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