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 바로 알기 <비에 젖은 우리 정서> 변이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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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 바로 알기

♣ 비에 젖은 우리 정서

변이주 목사/알곡교회

바야흐로 비의 계절입니다. 제때 알맞게 내리면 더할 수 없이 고마운 비, 그
러나 내리는 양이 너무 적거나 지나치게 많으면 상상할 수 없을 만치 큰 피해
를 가져다주는 비 ―.

“비의 온도는 몇 도인가?”
“5도.”
“왜?”
“흔히 ‘비가 오도다’ 하니까.”

이런 농담이 그리워지는가 하면

비가 온다
오누나
오는 비는
오더라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소월의 시라도 한 수 읊조리며 한껏 낭만에 사로잡혀 보고도 싶은 때입니다.
비에는 어떤 종류가 있나 알아봅니다.

안개비 안개처럼 몹시 가늘게 오는 비. 
는개 안개비보다 조금 굵은 비. 안개비와 이슬비의 중간 굵기에 해당됩니
다. 
이슬비 는개보다 조금 굵고 가랑비보다는 가늘게 내리는 비로서, 일반적으
로 많이 쓰입니다.

이슬비 내리는 이른 아침에
우산 셋이 
나란히 걸어갑니다
빨간 우산 파란 우산 찢어진 우산
좁다란 학교 길에 우산 세 개가
이마를 마주 대고 걸어갑니다 

어렸을 때 많이 부르던 동요가 새삼 그리워지는 비입니다.
그런가 하면 먹고살기가 몹시 궁하던 시절,

주인: “가라고 가랑비가 오네 그려.”
손님: “있으라고 이슬비가 오네.” 

밥이라도 한끼 얻어먹고 가려는 손님과, 손님을 보내려는 주인의 대화가 연
민의 정을 자아내기도 합니다. 
보슬비 바람 없이 보슬보슬 조용하게 내리는 비. 어쩐지 그리운 마음과 서글
픈 마음을 함께 실어다 주는 비입니다. 

보슬비가 소리도 없이 
이별 싫던 부신정거장
잘 가세요 잘 있어요 
눈물의 기적이 운다

보슬비보다 큰말로 <부슬비>가 쓰이는데, 음산한 느낌이 들어 금방이라도 머
리를 풀 어헤친 처녀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합니
다. 
가랑비 이슬비보다는 좀 굵게 내리는 비. 세우(細雨)라고도 하는데 가루(粉)
와 비의 합 성어입니다. 가루와 같이 잘게 내리는 비.
소나기 갑자기 세차게 몰아쳐 쏟아
지다가 이내 개는 비. 특히 여름에 자주 
오며 번개·천 둥·거센 바람 등이 따릅니다. 백우(白雨), 혹은 취우
(驟雨)라고도 합니다. 단편소설로는 김유정 선생과 황순원 선생의「소나기」
가 유명한데, 특히 황순원 선생의 작품에서는 소녀에게 주려고 남의 호도를 
딴 소년이, 밝은 달빛을 피해 어두운 곳을 골라 밟는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폭우와 호우 갑자기 많이 쏟아지는 비를 폭우(暴雨)라고 하며, 줄기차게 내
려 퍼붓는 비를 호우(豪雨)라고 합니다. 24시간 예상 강우량이 80밀리 이상
이어서 피해가 예상될 때 호우주의보가 발령되며 150밀리 이상일 때 호우경
보가 발령됩니다. 
호우(好雨) 때맞추어 알맞게 내려주는 고마운 비를 말합니다. 
장맛비 여러 날 계속해서 비가 내리는 현상을 말하며 ‘장마’와 ‘비’의 합성
어로서 장맛비가 표준어입니다.

비 ―.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비’는 낭만과 함께 찾아왔습니다. 그러나 기상이변
의 속출과 더불어오늘의 비는 황사를 나르는가 하면 ‘죽음의 재’를 실어 나
르는 공포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보슬비에 온몸이 촉촉이 젖는 줄도 모른 
채 꽃모
종하던 그때가 몹시도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