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을 잘 마치는 지도자
| 유순아 박사, 한국맴버케어연구소장 |
“훌륭한 지도자란 하나님 앞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
지난 주 ‘복음과 비전’이라는 주제로 열린 합신총동문회 30주년 수련회가 은혜 가운데 성료되었다. 9백 여 명이라는 엄청난 숫자의 동문과 그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여 수련회를 가져보기는 처음이라고 한다.
수련회의 규모에도 놀랐지만 이 수련회가 있기까지 그리고 마치기까지 임원진과 진행팀이 얼마나 수고를 했을까를 생각하니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이 지면을 빌어서 그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함께 모인 모두를 알아보고 반가워하기에는 2박 3일이라는 일정은 아쉽고도 짧았다. 하지만 몇 몇 동문들과 함께 그 동안 살아왔던 이야기를 나누면서 일상의 삶 속에 내재되어 있는 하나님의 섭리를 발견하고 표명해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와 가치가 있는 시간들이었다.
또 하나 얻은 것이 있다면 함께 수련회에 참석하신 은사들과 선배들을 보면서 하나의 중요한 이슈를 갖게 된 것이다. 그것은 ‘끝을 잘 마치는 지도자'(Finishing well as a leader)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각자의 이슈이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개혁주의 신학을 모토로 출발한 합신과 교단 전체의 이슈가 아닐까 생각한다.
돌이켜보면 우리 모두는 처음 입학할 때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귀한 것들을 합동신학원에서 배웠다. 그 당시 합동신학원과 교수들과 선후배들을 통해서 배운 것, 즉 합동신학원 스프릿이 지금의 우리로 형성되기까지 영적으로(Spiritual formation), 사역적으로(Ministerial formation), 전략적으로(Strategic formation), 학문적으로(Scademic formation) 생각하는 방법과 가치관 그리고 여러 가지 컨셉 등에 대해서 좋은 결과로 열매를 맺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지난 30년 간 남서울 교회의 지하 캠퍼스에서, 서대문 아세아연합신학원의 강의실에서, 그리고 수원 원천동 캠퍼스에서 학생으로 배우며 누렸던 특권들을 잊지 말고 감사해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가 다시 학생으로 돌아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현실적인 시각에서 보면 각자 자신이 하는 사역들을 마무리하고 은퇴 이후의 삶과 사역을 위해서 준비하고 실행에 옮겨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번 수련회에서 몇 분 은사들을 통해서 그것을 보았다. 개인적으로 만나뵐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았지만 ’30주년 회고와 전망’ 심포지움을 통해 한 분 한 분 겸허하고 진솔하게 말씀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30년전 학생의 신분으로 만났을 때보다 훨씬 더 크고 넓고 깊어지셨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분들뿐 아니라 당시 합신의 모든 교수들은 합신의 태동기에서부터 바른 세움의 아픔과 비전을 학생들과 함께 공유한 분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은 교수들의 가르침과 스피릿을 배우기 위해 여러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기꺼이 그 분들을 따랐다.
30년이 지난 지금 대부분의 교수들이 학교와 목회 현장에서 은퇴를 하셨다. 배우가 무대 밖에서는 정해진 시간과 틀 속에 메이지 않고 더 자유롭게 예술혼을 불태우는 것처럼 계속해서 후학들을 가르치며 연구하는 분도 계시고, 어떤 분은 자비량으로 이곳 저곳을 다니면서 제자들을 돌아보고 격려해 주신다고 한다. 그야말로 현장에서 다 하지 못했던 ‘나머지 사역’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분들은 30년 전 당시 그 시대의 신학교와 목회와 선교 현장에서 우리가 따라가야 할 새로운 패러다임(New paradigm)이었다. 그리고 또 다시 30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들에게, 특별히 은퇴를 앞두고 사역의 마무리를 위해 고민하는 우리들에게도 역시 새로운 패러다임(Next paradigm)이 되고 있다.
지도자가 어떻게 하면 자신에게 주어진 사역을 마무리하고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궁극적인 공헌을(Ultimate contribution) 이루어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는 아주 중요한 이슈이다. 하지만 많은 지도자들이 이 부분을 간과하는 것 같다.
클린턴은 유종의 미를 거둔 성공적인 지도자들을 비교 연구하면서 극 소수의 지도자만이 성공적으로 삶을 마무리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것은 우리 모두에게 획기적인 경고이다. 하지만 경고를 받는다는 것은 미리 준비하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왜 소수의 지도자들만이 성공적으로 자신의 사역을 마치게 되는 것일까?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제대로 마칠 수 없도록 하는 것일까? 어떻게 하면 하나님 앞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는 성공적인 지도자가 될 수 있을까?
끝이 좋으면 모든 것이 좋다는 말이 있다. 합신 30년을 회고하면서, 그리고 향후 30년을 바라보면서 우리 모두가 끝까지 자기 사역을 성공적으로 마치게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