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수의 목회편지(79)_나이 어린 교사(딤전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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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수의 목회편지(79)

딤전 4:11-12 나이 어린 교사

내가 성경을 좋아하는 이유가운데 하나는 – 매우 작은 이유이기는 하지만 – 
사람들의 일반적인 상식을 넘어선다는 데 있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성경은 우리의 상식을 초월할 뿐 아니라 교정한다. 우리가 그러해야 할 것이
라고 생각하는 것을 성경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거나, 우리가 그렇지 않아
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성경은 그렇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브라함이 이스라엘의 조상이 된 것과 다윗이 유다의 왕으로 세워진 것이 그
렇고 예수 그리스도의 계보에 다말, 라합, 룻, 밧세바가 포함된 것이 그렇
다. 아마도 이런 현상을 가장 잘 요약해놓은 것이 하나님께서는 사람을 외모
로 취하시지 않는다는 말일 것이다. 이것은 정말이지 사람의 상식을 완전히 
뛰어넘는 신적인 발상이다.

상식을 뛰어 넘는 성경적 사고

사도 바울이 “너희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자나 남자나 여자 
없이 다 그리스도 예
수 안에서 하나이니라”(갈 3:28)고 선언하였을 때 신적
인 발상을 그대로 가져왔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선언 앞에서 인종과 
신분과 성별의 장벽이 고스란히 사라지고 말았다. 하지만 아직도 기독교회에 
지방과 학력과 직업 같은 나부랑이들이 패싸움의 요소로 군림하고 있는 것은 
볼썽 사나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저 위의 선언에서 연령의 차이가 언급되
지 않은 것이 아쉽다 싶었는데 사도 바울은 우리의 마음을 읽었는지 여기에 
한 마디를 덧붙이고 있다. “네가 이것들을 명하고 가르치라 누구든지 네 연
소함을 업신여기지 못하게 하라”(11-12절). 

사도 바울은 디모데에게 교육의 사명을 부여하였다. 뒤에서 반복하겠지만 이
것은 디모데가 계속해서 힘써야 할 사항이다(13절). 그런데 이 사명을 감당해
야 할 디모데에게 한 가지 작지 않은 약점이 있었다. 그것은 그가 연소한 사
람이었다는 사실이다. 사도 바울은 연소함이란 복음을 위한 사역에서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하게 밝힌다. 디모데가 속한 교회에는 분명
히 아버지나 어머니와 같은 연배의 나이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5:1-2). 그들
에 비하면 디모
데는 아들과 같은 나이를 가진 사람이었다. 하지만 나이가 어
리다고 해서 복음을 전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주 어리석은 짓이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연소한 사람들이 세계를 뒤흔들었던 사건들을 적지 않
게 알고 있다. 이런 사례는 기독교의 역사에서도 얼마든지 발견된다. 특히 종
교개혁 시대에 불링거나 칼빈은 이에 대표적인 인물이다. 불링거는 27세의 젊
은 나이에 저 유명한 쯔빙글리의 후계자로 취리히 시를 지도하는 목사가 되었
고, 불링거보다 다섯 살 아래의 칼빈은 27세에 개혁교회의 헌장과도 같은 기
독교강요 초판을 출판했다. 이 두 사람이 데뷔한 나이가 같은 것은 단순히 우
연일까? 지나가는 듯이 자문하자면 우리는 그들과 같은 젊은 나이에 무엇을 
했는가? 연소한 나이에 큰 일을 한 것은 성경의 세계를 들여다 본 그들에게 
오히려 범상한 일로 여겨졌을 것이다. 

연소자도 큰 일 할 수 있어

중요한 것은 나이가 많고 적음이 아니다. 나이로 순위를 매기거나 자리를 결정하는 것
은 성경의 가르침이 아니다. 어차피 인종, 신분, 성별의 장벽을 허문 사도 바울이 이제 
와서 나이의 장벽을 허물지 못할 이유
가 없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요소를 넘
어 말과 행실과 사랑과 믿음과 정절에 본이 되는 것이다(12절). 본이 되어야 할 내용인 
이 한 단어, 한 단어는 모두 심각한 의미를 담고 있다. 그래서 사실 이런 여러 가지 사
항에서 모범이 된다는 것은 어렵고도 어려운 일이다. 만일에 이것들에 모범적인 사람이 
된다면, 그는 나이와 상관없이 교사의 임무를 수행할 자격이 있다. 나이를 많이 먹고도 
본이 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교사의 자격이 없고, 나이가 비록 어려도 본이 되는 사람
은 다른 이들을 가르치고도 남는다. 
사도 바울은 또 하나의 상식을 깨뜨렸다. 아니, 그것은 사도 바울에 의해서 반드시 깨져
야 할 상식이었다. 연소함은 교사가 되는 길을 막는 장애물이 될 수 없다. 말을 맺기 전
에 한 가지 더 묻자면 우리는 나이 어린 교사를 존중할 수 있을까? 우리는 그에게서 겸
손하게 배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