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부끄러움
유해숙 / 남서울교회, 시인
짓밟히는 것이
이 가을 내내 조용히 앉아 있었다
감이 성글성글 가지들을 채워가도
앞 산 밤나무에 아람이 벌어가도
매일 밤 9시 뉴스 바라보듯이
앗! 하는 감탄사 한 토막 없이
그저 그렇게 바라보고 있었다
사십이 넘고 오십이 성큼해도
내 안에 무르익는 진실이 없을까
내 안에 벌어가는 곧음이 없을까
이 가을 내내 근신하고 있었다
부끄러운 홍조를 한껏 띄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