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을 돌이키신 하나님의 열정
< 송영찬 국장 dan7777@dreamwiz.com >
언약의 파기는 이스라엘 공동체의 정체성이 파괴된 것과 같은 의미를 가진다. 즉 언약의 파기는 이스라엘 공동체의 존재 의의와 가치를 상실케 하는 것이다.
이스라엘 공동체의 처음 언약 파기 사건은 출애굽기 32장에 기록되어 있다. 이 때는 출애굽한 이스라엘 공동체가 시내 산에서 하나님과 언약을 체결(출 24장)한 후였고 모세가 하나님으로부터 두 개의 돌 판을 받으러 간 사이에 발생했다. 이스라엘 공동체가 금송아지를 만들고 그것에게 경배했던 것이다.
하나님은 이 일로 크게 분노하셨다. 이에 모세는 여호와께서 애굽 땅에서 큰 권능으로 인도하여 낸 주의 백성에게서 진노를 거두어 주실 것을 간청했다. 모세의 간청을 들으신 하나님은 비로소 진노를 돌이키심으로 이스라엘 공동체는 화를 면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 공동체의 언약 파기 사건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진노를 받아 그들이 한 순간에 멸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모세의 중보는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후에 모세는 출애굽한 1세대가 광야에서 죽고 난 뒤, 제2세대 이스라엘이 가나안에 입성하게 될 때 이 사건을 상세히 보도함으로써 2세대 이스라엘 공동체에게 언약 파기에 따른 하나님의 심판이 얼마나 엄중한 것인가를 경고한 바 있다(신 9장).
이 사건은 모세의 기도가 하나님의 뜻을 바꾸게 하였다는 점에서 이스라엘 공동체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출애굽기 32장의 경우 하나님의 진노가 그처럼 강렬했다는 상태의 묘사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처럼 하나님께서 뜻을 ‘바꾸신다’는 것은 하나님의 작정과 섭리에 변화가 발생했다고 해석해선 안 된다. 오히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공동체를 진멸하시겠다는 뜻을 바꾸신 것은 아브라함과 맺은 영원한 언약의 성취라는 경륜에 근거해서 이해해야 한다.
물론 하나님의 말씀처럼 이스라엘 공동체가 아닌 모세를 통해서도 하나님은 아브라함의 언약을 성취하실 권능을 가지신 분이시다. 그러나 하나님은 시내 산 언약을 파기한 이스라엘 공동체일지라도 그들과 맺은 언약의 정신에 입각하여 스스로 뜻을 돌이키신 것이다. 이것이 여호와께서 그 백성에게 보이신 ‘인자하심’이다.
우리는 바로 이러한 하나님의 인자하심 때문에 오늘도 이 땅에서 살고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