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에 생각하는 우리교단의 위상
한국교회 100년을 되돌아 볼 때 주요한 특징을 몇 가지 찾을 수 있다. 하나
는 민족의 등불로서 자주독립과 민주화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점이다. 일본
제국주의 식민지로부터의 독립과 6.25 내전을 거치면서 공산주의로부터 조국
을 지킨 것과 4.19이후 민주화를 이룩하는 일에 교회와 적지 않은 기독교 지
도자들의 헌신적인 공헌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또 하나는 세계 선교사(宣
敎史)에서 그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민족 복음화가 빨리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미국교회 다음으로 타민족에게 선교사를 많이 파송하
고 있다. 이것은 세계의 복음화에 큰 기여를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교
회 100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에 이처럼 현격한 발전을 이룩한 것은 한국교
회의 자랑이 아닐 수 없다.
반면에 어두운 면도 없지 않다. 신사참배 문제로 교단이 분열되기 시작하면
서 자유주의신학의 대두와 함께 교단이 분열되었고, 최근 20-30년 동안에는
정치적인 이
유로 수많은 교단이 발생하고 신학교가 난립하게 되었다. 그 결
과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그 자질을 확인할 수 없는 목회자가 양산되었고,
이것은 한국교회의 질을 하향시키는 결과를 불러오고 말았다. 뿐만 아니라 오
랫동안 무속 신앙에 젖어있던 사고 방식이 여과되지 않고 교회 안에 들어오
게 됨으로서 상당수의 이단, 사이비가 발생하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
다. 그러다 보니 요즘에는 복음에 입각한 메시지를 듣기가 쉽지 않고 상식만
잘 통해도 훌륭한 교회요 실력 있는 목회자라고 할 정도가 되었다. 심지어 우
리 주변에서는 그러한 교회와 목회자를 찾는 일 조차 그리 쉽지 않다는 볼멘
소리를 자주 듣게 된다.
그나마 감사한 것은 지난 100여 년 동안 한국교회의 실력이 축적되어 이제는
세계 적인 신학자들이 배출되고 있으며 바른 신학을 바탕으로 바른 교회를 세
우려는 교회와 목회자들의 수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제도권이나 정치적, 강압
적 형태의 교단을 지양하고 복음적이며 자율적인 형태의 신앙을 바탕으로 교
회를 세우고자 했던 우리 교단이 한국교회의 모범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 역
시 좋은 현상이 아닐 수 없
다. 비록 아직은 작은 수의 교단이라 할지라도 복
음을 가지고 있고 상식이 통하는 교단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젊고 실력 있는
목회자들을 배출하는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가 건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의 자부심은 결코 지나친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자부심은 교회의 기본에 불과하다. 언제까지나 그러한 기본
적인 위치만을 고수한다는 것은 교회의 역사에 역행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말
것이다. 고 박윤선 박사는 “신앙이 발전하지 않고 제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
은 결국 신앙이 퇴보하고 있다는 증거이다”고 지적한 바 있다. 우리 교단은
지금의 위치를 고수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한국교회의 모범이 될 수 있는 것
은 앞서 지적한 것처럼 그만큼 한국교회의 질이 하향 평준화되었기 때문이
다. 그러나 이제 한국교회는 지금의 자리에서 일어나 자질 향상과 함께 복음
이 우리 사회의 상식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 각성하고 부단히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이것은 교회가 하나님 나라로서 기독교 문화를 통한 인류 복음화를 위해 존재
한다는 시대적 사명인 것이다. 하나님의 나라는 단순히 성도가 죽은 후 부활
하여 들어갈
천국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지금 우리들이 존재하는 이 땅에서
하나님께서 친히 통치하시는 문화를 건설해 나가야 하며 그것이 독특한 문화
로서 발현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개혁을 말하는 것이며 바른 신
학, 바른 교회, 바른 생활을 세우기로 한 것이다. 이제 우리는 그동안 축적
해 왔던 모든 힘을 모아 이 땅위에 하나님의 나라를 드러내는 교회와 교단이
되기 위해 한 걸음 앞서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