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이 우리에게 남긴 것
송영찬 국장
우리는 1999년 12월 31일에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진 소위 ‘뉴밀레니엄 축
제’라는 화려하고 찬란한 광경들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각국 정상들이 축
하 메시지를 발표하고 지구촌 사람들은 ‘새천년’이 시작된다는 기대감에 들
떠 밤이 새는 줄을 몰라 했었다. 그러나 2000년을 보내고 2001년을 맞이 하
는 시점에서 볼 때 1999년 말에 있었던 축제는 조급한 사람들이 만들어 낸 허
황되고 조잡한 축제가 아니었나 싶다.
실제로 2000년은 1900년대의 말미일 뿐 아니라 1001년부터 시작된 천년기의
끝이어야 했다. 2000년은 20세기를 마감하는 해인 것이다. 그리고 2001년이
21세기를 여는 첫해가 된다. 즉 진정한 뉴밀레니엄은 2001년부터 시작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2000년을 뉴밀레님엄의 주인공으
로 내세운 셈이다.
이미 지나간 이야기를 진부하게 다시 늘어놓는 것은 이제와서 지난해 축제를
취소하고 새롭게 뉴밀레니엄 축하 잔치를 벌이자는 말은 아니다. 단
지 조급
한 사람들의 성깔 때문에 진정한 주인공이 그 대접을 받지 못했었다는 사실
을 이제라도 되돌아 보고 싶을 뿐이다.
우리 구주 예수께서 태어나실 때에도 이 세상은 그랬었다. 하나님의 나라와
평화를 상징하는 예루살렘 성에는 거짓 평화의 왕인 헤롯이 화려한 궁정을 차
지하고 있었다. 진정한 왕으로 오신 예수님은 예루살렘이 아닌 베들레헴의 마
굿간에서 태어나셨다. 메시아의 별을 따라 동방에서 온 박사들조차도 예루살
렘 성에서 새로 태어나신 왕을 찾을 정도로 예루살렘 성은 화려했던 것이다.
그러나 박사들은 소박한 베들레헴의 한 마굿간에서야 비로소 아기 예수를 만
날 수 있었다.
화려하게 시작된 2000년은 지는 태양과 함께 20세기의 말미를 그렇게 장식하
고 저물고 말았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과 평화를 가져다 줄 것처럼
보였던 2000년은 오히려 세계적인 경제 불황으로 말미암아 암울하게 빛을 잃
고 만 것이다. 사람들이 만들어낸 메시지는 이처럼 거품이 되어 사라질 뿐인
것이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처음엔 크고 화려하게 시작하였지만 그 끝은 초라한 경
우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
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크고 화려하게 시작하는
것을 좋아한다. 용두사미(龍頭蛇尾)라는 고사 성어를 무색케 하는 이러한 어
리석음을 계속 저지르고 있는 것을 보면 사람들 내면에 숨어 있는 악함은 그
리 쉽게 고쳐지지 않는가 보다.
2001년은 소리없이 우리 앞에 성큼 다가 와 있다. 지난해처럼 화려한 축제도
찾을 수 없다. 그러나 앞으로 전개시켜 가야 할 미래가 우리 앞에 펼쳐져 있
다. 화려한 2000년의 등장보다는 소박한 2001년의 시작이 그래서 기대가 된
다. 그리고 2000년에 대한 허황된 꿈과 희망을 각성하는 우리들의 손에 미래
가 달려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