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석의북카페| 개인사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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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사 읽기

조주석 합신출판부 실장 press@hapdong.ac.kr

9년 전에 나온 책을 읽었다. <고종석의 유럽통신>. 사회 문화 비평적으로 어
두운 구석이 내게 너무 많다는 자책을 해본다. 그 방면에 내가 닫힌 것도 아
닌데 책을 읽어낼수록 점점 소견 좁다는 다소 떨떠름한 생각이 들었다. 말하
는 내용을 따라갈 수 없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동의할 수 없는 내용이 많
은 것도 아니다. 현대문화 속에 사는 내가 그것을 탐닉도 거부도 못하면서 
이해의 폭은 협소하고 참 옅다. 학번으로 말하면 나의 대학시절에, 지은이
는 중학생에 지났을 뿐인데. 그는 서울에서 자라났고 난 지방에 자라난, 이 
차이가 그런 우열을 가져온 것인가. 

정치, 경제, 사회, 예술, 종교 분야에 대한 교양서를 읽어야겠다. 그리 맘먹
은 것이 10여년도 더 된 것 같은데 무엇에 억눌리다 읽지 못했는지 답답한 
심정이다. 게으름 탓이다. 더 깊이 짚자면, 목회적 소명 확인이라는 욕망에 
짓눌린 것이다. 그것을 어떻게든 교회에서 확인 받고자 한 우직한 욕망
r
이……. 거룩한 소원 자체는 잘못이 아닌데도 그것이 욕망으로 바뀌면 사정
은 달라진다. 거룩한 소원이나 비전이라는 것도 거룩한 자유를 억압하는 포
악한 주인으로 정체는 바뀔 수 있다. 

이렇게 내가 커온 교회는 이 땅에 있다. 한국의 교회, 더 좁히면 장로교회
다. 유학 한 번 가보지 못했으니 한국의 교회밖에 모른다. 이 교회에서 말씀
을 먹고 자랐다. 그렇게 컸으니 은혜의 빚은 한국의 교회에 모두 지고 있
다. 영적 허기를 채우려 이리저리 옮긴 교회도 여럿이다. 이것은 꼭 내 못
난 탓만도 아니요, 그렇다고 어머니인 교회 탓만도 아니다. 원래 이 땅의 교
회는 완성을 향해 순례의 길을 걷는 나그네가 아닌가. 이런 교회에서 유독 
내가 허기를 더 느꼈을 따름이리라. 그렇더라도 발을 딛고 있었던 한국의 교
회는 어떤 모습이었는가?

7,80년대에는 3박자 축복이라는 기복신앙이 교회를 도배질했다. 90년대 이후
로는 비전 신앙이 교회 성공 신화를 가져온다고 야단들이다. 목적문을 쓰고 
아침마다 읽고 실천에 옮긴다고 한다. 심지어 어느 일간신문조차 이런 교회
들을 성공한 교회라 부추겨 세운다. 자기 경영을 통해 삶을 극
대화하고 효율
을 높일 수 있다는 경영학의 원리가 자본주의 물결을 타고 기독교와 교회에 
깊숙이 들어와 출렁이고 있다. 그러면 성령이 서실 자리는 어디인가. 또 효
율 극대화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명목은 하나님이지만 그 이익을 챙기는 것
은 인간 아닌가. 물론 인생에 경영이 없는 건 아니다. 하나님도 구속 경영
을 가지신다. 하지만 경영이라는 것은 수단일 뿐이다. 수단이 변해 능력으
로 둔갑하여 하나님의 자리에 앉게 되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우상으
로 변한다. 그것이 성공을 만들어 낸다고 철썩 믿으면 우상일 뿐이다. 빨간 
십자가들이 성장 신기루라는 허상에 홀린 듯하다. 

그래서 우리는 교회의 원수를 색출해 내야 한다. 지피지기 백전백승. 꼭 이
렇게 된다는 말은 아니어도 적을 알고 싸우면 승리에 유리하다는 뜻일 게
다. 우리는 정말로 대항할 원수를 잘 알고 있는 것인가. 보수주의측에서는 
아직도 교회의 원수를 ‘육신’ 정도로 옅게 보는 수준에 주력하는 것으로, 
내 눈에 비췬다. 내 시야에는 그리 비추니 제한적인 판단이라 해도 부정치 
않겠다. 그럼에도 교회의 원수는 작아 보인다. 이 작은 원수와 죽고살
고 싸
움 벌인다면 다른 원수는 보일 리 없다. ‘세상’과 ‘마귀’라는 원수가 생
생히 보여야 한다. 우리는 선교 열풍, 교회성장 열풍에 들어간 지 오래다. 
이 열풍 속에 잠입한 바이러스를 찾아내어 적극 치료해야 한다.

부적절하거나 제한적인 치유로는 그 열풍이 계속되기는 어렵다. 내부에 들어
온 바이러스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수준 낮은 피상성, 한류 열풍에 만끽하
다 보면 일시에 작동이 멈출 지도 모른다. 이런 탐닉식의 신앙 사고방식에
는, 그런 문제들은 다음 대에서나 생각할 문제로 밀어낼 위험도 안고 있다. 
우리의 고민은 여기에 있고, 그것은 차근차근 풀어야 할 숙제로 여겨진다. 
이런 현실에 맞대어, 올 한 해엔 신앙전기들을 소개함으로 개인들이 당대 교
회 안에서 원수들과 어떻게 힘겹게 싸웠는지 엿보는 나의 숙제라도 해보고 
싶다. 신앙전기・평전을 읽습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