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가 없으면 어떻게 이해하겠는가
<최광희 목사>
“설명을 듣지 않으면 깨달아 알기사 쉽지 않아”
어릴 적에 시골에서 자라난 탓인지 나는 식물에 관심이 많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혼자서 학교 화단에 심겨진 나무와 꽃을 보면서 하나하나 이름을 외우
고 다닌 적도 있습니다.
꽃과 나무들 이름 외우길 좋아해
요즘도 종종 식물원이나 수목원에 가서 꽃과 나무를 구경하고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합니다. 지난 여름에는 연합회 목사님들과 만리포로 수련회를 갔다
가 돌아오는 길에 천리포수목원에 들러 관람을 하고 왔습니다. 개인적으로
갔다면 알아서 구경하고 말았을텐데 단체 관람이라고 가이드가 따라와서 하
나하나 설명을 해 주었습니다.
천리포수목원은 미국 해군 출신으로 귀화한 한국인 민병갈님이 창설했다고
합니다. 원래 척박한 서해안 모래땅에 나무를 하나씩 손수 심어서 오늘날의
수목원으로 발전했다고 하니 참 귀한 일입니다. 수목
원이 원래 모래땅이어
서 물이 부족해 물 공급을 위한 저수지도 만들었고 바닷바람을 막기 위해서
해송도 심었다고 합니다.
또 각종 나무들의 이름과 성장 습관과 유래를 재미있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수목원에는 500여 종류의 목련이 있는 것이 특징이고 물가에서 자라는 특이
한 소나무가 있고 희구종인 가시달린 연꽃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을 가이드
가 설명해주었으니 관심을 가지고 알게 되었지 혼자 갔으면 무관심하게 지나
갔을 것입니다.
어느 지점에서 가이드가 설명을 마치고 나머지는 자유롭게 관람하라고 했습
니다. 그러나 그때부터는 이 나무 저 나무를 대충 둘러보며 구경만 할 뿐
별 재미가 없었습니다. 꽃나무가 있어도 이름도 모르고 그게 언제 꽃피며 어
떤 꽃이 피는지도 모르고 나무들 사이로 그저 산책이나 했습니다.
생각 같아서는 가이드가 한나절 정도 함께 하며 더 많은 설명을 해 주었으
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가이드도 그렇게 한가하지 않고 우리도 그럴 여
유도 없었습니다.
가이드가 설명해 줄 때는 나무마다 유래가 있고 주목할 만한 특징이 있고 그
래서 다 귀해 보였는데 그냥 둘러보니 그 나무가 그
나무같고 꽃들도 모두
이름 모를 야생화일 뿐이었습니다. 이처럼 지도해 주는 사람이 없으면 깨달
을 수 없는 것을 생각할 때 에디오피아 내시가 빌립 집사에게 했던 말이 생
각났습니다.
빌립이 예루살렘에서 가사로 내려가는 길에 서 있을 때 에디오피아의 여왕,
즉 간다게의 내시가 마차를 타고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이 사람은 수레에서
이사야 두루마리를 읽고 있었습니다. 내시가 읽고 있던 성경은 이사야가 메
시야에 관해 예언한 부분이었습니다.
빌립이 그 내시에게 지금 읽는 것을 깨닫느냐고 질문하자 내시는 지도해 주
는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깨닫겠느냐고 하며 빌립에게 수레에 동승할 것을
부탁했습니다. 빌립이 이사야의 예언에서 예수님까지 설명하면서 복음을 전
하자 내시는 예수님을 믿고 길가다가 물 있는 곳을 발견하고는 곧 세례를 받
았습니다.
옛 사람들이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 : 책을 백번 읽으면 저절로 뜻
을 알게 된다)이라고 했다지만 그러나 어떤 글은 아무리 읽어도 책은 책이
요 나는 나일 뿐입니다. 수목원에서 나무를 구경하는 것도 설명을 듣지 않으
면 아무리 열심히 봐도 이름과 유래를 알기
어렵습니다. 성경을 읽고 은혜
를 받는 것도 혼자 읽어서는 깨닫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혹 혼자 여러 번 읽어서 깨달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먼저 연구하고 깨달은
사람의 지도를 받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고 은혜롭고 재미도 있습니다. 특별
히 성경 파노라마 세미나는 얼마나 재미있고 은혜스러운지 모릅니다.
혼자 연구하고 깨닫기 쉽지 않아
우리 성도들도 신앙생활을 은혜스럽고 재미있게 하려면 혼자서도 성경읽기
를 사모해야 하며 교회가 하는 각종 성경공부에 부지런히 참여해야 할 것입
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