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위한 투자
최광희 목사_행복한교회
최근에 한 목사님이 교육 부서를 맡길 좋은 전도사님을 소개해 달라고 부탁
을 해 왔습니다. 제가 오랫동안 파이디온 선교회에서 일하며 교육 사역을
해 왔으니 유능한 교회 교육 전문가를 많이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유능한 사역자 소개 부탁받아
그 부탁을 받자 저는 10년 전의 일들이 생각났습니다. 파이디온 선교회 총무
로 일하고 있을 그 당시에도 좋은 교육전도사님을 좀 소개해 달라는 전화를
여러 번 받았습니다. 그럴 때면 저는 매번 똑같은 대답을 하곤 했습니다.
“준비가 잘 된 유능한 전도사님들은 이미 좋은 교회에서 잘 사역하고 있습
니다. 그런 분 중에 사역지를 두고 갑자기 잘 모르는 교회로 옮겨갈 분이 없
을 것입니다. 지금, 년중에 사역지가 없어서 교회를 찾고 있는 분이라면 목
사님이 원하는 잘 준비된 사역자일 가능성이 별로 없습니다.”
“목사님들이 좋은 전도사님을 원하듯이 전도사님들은 좋은
교회나 좋은 담
임목사를 원하고 있습니다. 꼭 유능한 사역자를 모셔오려면 지금보다 더 효
과적으로 사역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거나 담임목사님으로부터 목회를
잘 배울 것 같다는 기대가 있거나 그런 것이 없다면 사례비를 많이 준다거
나 하는 매력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는 저는 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훌륭한 사역자를 모셔가려고 하기보다는 평범한 사역자를 데려다가 훌륭
한 사역자로 좀 만들어 주십시오. 파이디온 선교회가 훌륭한 사역자를 만들
기 위해 ‘바나나 농장’이라는 사역자 훈련 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니 목사님
이 전폭적으로 지원해서 좀 보내 주십시오. 그러면 목사님의 교회를 위해서
도, 그 사역자를 위해서도, 또 한국 교회를 위해서도 귀한 일입니다.”
쉽게 유능한 전도사님 한 분 소개 받아보려고 파이디온 선교회에 전화했다
가 총무라는 사람에게 얄미운 설교를 들은 목사님들은 대부분 별로 기뻐하
는 눈치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빈틈없이 논리적인 설명에 뭐라 반박할 수
도 없어 엉거주춤 전화를 끊는 것을 보곤 했습니다.
대부분의 목사님들은 이미 잘 준비되어
있는 분을 모셔다가 교회가 도움을
받으려고만 할 뿐 한국 교회의 미래를 위해 투자하려고 선뜻 나서지 않았습
니다. 최근에 제게 부탁해 온 목사님에게도 저는 같은 내용의 말씀으로 간곡
하게 부탁드렸는데 역시 입맛만 다셨습니다. 말은 맞지만 우리에게는 그런
여유로움이 없다는 눈치였습니다.
어느날 중앙일보를 보다가 “위기감 배우러 싱가포르로”라는 글을 읽으면
서 홍콩의 도날드 창 행정장관과 싱가포르의 리셴룽 총리의 대화가 매우 의
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창: “우수한 인재를 어떻게 정부의 일꾼으로 데려오시나요?”
리: “시장 원리를 따르지요. 우수한 인재는 경제계든 문화계든 더 많은 돈
을 주고 끌어옵니다.”
돈을 많이 주면 잘 준비된 훌륭한 일꾼을 모셔 올 수 있다는 이야기는 정치
에서나 경제계에서 뿐 아니라 교회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교회도 사례비를 많이 주면 잘 준비된 유능한 사역자를 모셔올 수 있을 것입
니다.
물론 이런 생각에 대해 속물스럽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잘 준비된 훌륭
한 사역자가 적은 사례비를 받고도 섬기면 더 좋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
습니다. 그러
나 훌륭한 사역자가 좋은 사역지에서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
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미 잘 섬기고 있는 효율적인 사역
지를 그만두고 일부러 사역하기 힘든 곳으로 가서 고전하며 시간을 낭비하
는 것을 보고 경건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제 저는 담임목사가 되었습니다. 사역자를 훈련시키는 단체에서 사람을 소
개해드리는 입장이 아니라 훈련된 사역자를 소개받아야 하는 처지가 되었습
니다. 다시 말하면 더 좋은 사역자를 구하려고 더 많이 투자해야 하는 입장
에 서 있습니다.
좋은 사역자 찾는 위치에 있어
그리고 같은 입장에 있는 목사님들에게 제안하고 싶습니다. 동역자를 구하
는 데 있어서 도날드 창의 시장 원리가 속물스럽게 느껴진다면 한국 교회의
미래를 위해 투자하자고 부탁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