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계시는 인간을 위한 것
법적인 진실은 양심적 진실 앞에 그 한계가 있고 어느 정도 가치를 가진 양심
적 진실도 사실적 진실 앞에 그 한계가 있다. 그러나 역사적 진실이든 과학
적 진실이든, 그런 사실적 진실들은 절대적 진실인 신적 진실 앞에 그 한계
가 있다. 기독교적인 편벽이 없는 공의란 살아계신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
및 택하심을 입은 천사들 앞에서’의 진실이다(딤 5: 20). 계시의 수단인 인간
의 일상용어도 그런 여러 차원의 진실 앞에 그 자리를 갖고 있다.
우리의 일상용어 자체가 찬양할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용어들이 하나님
께서 스스로 자신을 알리시는 수단들이 되었을 때 가치가 있다. 어떤 사람들
은 왜 이런 방식으로 하나님이 꼭 전제되고 개입하느냐고 물을 수 있다. 그러
나 아무리 바른 진실도 거기에 윤리적 가치가 없으면, 그 진실도 진실이 아
닌 것처럼 거시세계나 미시세계의 모든 사실들도 하나님 없이는 사실이 아니
기 때문에
그렇게 하나님이 전제되는 것이다.
일상 용어는 계시의 수단일 때 가치 있어
하나님이 전제된다는 말은 아브라함도 죽고 이삭도 죽었으며 모세도 죽었지
만 하나님은 여전히 살아 계시사 그가 원하시는 자들에게 나타나 그의 말씀으
로 말씀하신다는 말이다. 여기가 바로 사회적 진실과 과학적 진실에서도 만나
지 못한 부분이다. 즉 하나님이 스스로 자신을 나타내시기 전에는 어느 누구
도 그런 진실을 가질 수 없다는 말이다. 그것을 종교적 사실이라고 돌리는 자
는 이미 기독교인이 아니다.
인간의 모든 지각들이 안식하는 공간과 장소로서 자연은 그런 경계선에 대해
서 아무 것도 말하지 않는다. 인간이 추구하는 일이나 책임은 그 경계선과 상
관이 없다. 그 경계선에는 인간에게 얼마나 유익된가 하는 어떤 은혜나 가치
와는 먼 비밀이 있다. 우리의 의식이나 자유의지 혹은 일이나 행위란 극미세
계도 아니고 극거시세계도 아닌 의식의 지향적 초점이 생기기 전 500 밀리초
와 의식의 지향적 초점이 생긴 후 200 밀리초 이후의 세계이다.
우리의 기억의 세계란 신경세포들 안과 밖에서 늘 다른 정보전달 분자들이 생
산되어 흐르고
있거나 세포의 핵의 유전자들과 대화를 통해서 다른 단백질들
을 형성하여 가지고 있는 세계에 불과하다. 진실한 과거에 대한 기억이 있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 합의가 있고 토의가 있다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이야기이
다. 역사적 가치는 그 사실 자체에 있거나 인간에 의해서 발견되는 것이 아니
다. 우리가 쓰는 일상용어나 그 언어들을 입가까이 굴리고 쉬지 않고 표상하
는 사고란 그런 세계의 긴 역사적 산물이다.
일상 용어와 의식은 역사의 산물
어떤 사람들은 기독교적 진실을 역사와 만나는 점 혹은 과학적 사실과 만나
는 점에 의해서 평가하려고 한다. 그러나 거시세계와 미시세계가 모두 풀리
기 전에는 인간의 목격자적인 지각들은 역사의 진실한 목격자의 진실이 될
수 없다. 바벨론에 대해서 바벨론 왕이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그
왕이란 자신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는 것이 성경의 기술들이다. 그렇다고 극거
시세계나 극미시세계를 모두 안다고 하여서 그 세계의 진실을 아는 것이 아니
다. 이는 그 세계의 목적과 가치가 알려지지 않으면 그 세계에 대해서 아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아야 할 내용
보다 더욱 더 큰 문제는 알려야 할 대상자에 대한 문제
이다. 과거와 현재, 미래의 모든 사람들에게 가장 진실이 되는 그런 사실의
전달방식이 가능하겠는가이다. 즉 미시세계와 거기세계의 모든 비밀들도 인간
의 일상용어로 번역되어야 하지만, 세계를 어느 정도 잘 표상할 일상용어의
발달이 있어야 역사가 발견되고 사실이 발견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런 조건들이 충족되는 영원한 일상용어로 된 하나님의 계시는 은혜요 사랑이
며 비밀이다.
하나님의 계시는 일상 용어를 통해 주어져
자연을 자신의 방식으로 표상할 수 있는 뇌가 인간에게 있고 그 대상으로서
자연의 소리가 있으며 그 자연을 가시광선의 파장으로 볼 수 있다는 것 자체
가 하나님의 은혜요 사랑이며 비밀이다. 자연과 역사의 참된 진실이 하나님
에 의해서 인간에게 알려지기 전에 자연과 역사 자체가 하나님께서 자신을 알
리는 길이지만, 그런 모든 계시들은 아직 서곡들에 불과하고 아직도 하나님
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영원히 인간을 위한 것이다(신 2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