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노래방
이은상 목사/동락교회
요즈음 유행할만한 노래의 인기순위를 매기어 보면 아마도 건전 가요 부문에
서는 ‘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뿐이라오
~’가, 가요부문에서는 ‘美워 美워 美워’, 찬송가 부분에서는 ‘지금까지 지낸
온 것 주의 크신 은혜라’ 가 1위를 차지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명언의 인
기1위는 직장부문에서는 ‘어제는 취소된 수표이고 내일은 약속어음이고 오늘
만이 쓸 수 있는 현금이다’가, 가정부문에서는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
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가 성경부문에서는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전1:2)’라는 오중복음(?)이 차지할 것 같
습니다.
매해 이맘때면 으레 묶은 해를 보내려는 마음과 새해를 맞이하려는 마음이 교
차하여 심란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忘年會가 있다는 것은 중요한 것 같습니
다. 망년회의 존재는 일년동안 잊
고 싶고 버리고 싶고 지우고 싶은 후회가 인
생 누구에게나 있음을 증명해주는 것이 아닐까요? 특별히 신자는 불신자들보
다 좌절감이 더 많습니다. 왜냐하면 일상의 것들만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살
아야 하는 영적 기준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래서 연말이면 기대보다는 오히
려 좌절이 앞섭니다.
그렇다면 이 좌절된 마음과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불신자들처
럼 폭탄주 원샷에 날려버리거나 나이트나 포장마차에 가서 술술 풀 수도 없
고, 무박2일 일정으로 훌쩍 정동진으로 떠나 해돋이를 보자니 시간이 없고,
아니면 묵은 때를 없애는 의미에서 사우나나 찜질방을 가자니 맞장구쳐 줄 친
구가 없습니다. 냅다 엑셀을 밟고 달려 스키여행을 가자니 돈이 없고 방에
콕 박혀 비디오를 보자니 한심스럽고… 그리스도인은 금년과 명년의 교차지
점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어떻게 다스려야할까요?
그리스도인들은 무엇보다도 이런 기회에 시간에 대한 성경적 묵상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시간에는 먼저 ‘크로노스’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이 시간은 기
한과 연대에서 경험되는 시간을 말하는데 가령 새벽, 아침, 어두울 때, 안
식
일, 절기, 올해, 내년 등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일상적 시간이 여기에 포함됩니
다. 신자들이 때로는 은혜를 빙자하여 이런 크로노스적 시간개념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러나 하나님께서 그의 목적을 성취해나가시는 방법에 대한
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이런 크로노스적 시간에 대한 묵상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가령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는 게으름에 대한 권고나, 새벽미명에 기도하신
주님의 기도습관이나(막1:35), 주일성수를 생명처럼 여기는 신앙관, 또한 성
탄절, 송구영신 예배 등 절기문화도 이런 의미에서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둘째로 ‘카이로스’가 있습니다. 이것은 연대기적 시간보다 질적인 시간을 의
미하는데 성경은 어떤 일이 ‘언제’ 일어났는가 보다 ‘무엇이’ 일어났는가를
더 강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즉 특정한 시간은 그 ‘내용’에 의해 결정되지
연대기적인 시간상의 ‘길이’에 따라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전도서의 교훈대로 인생의 모든 측면에는 그에 맞는 적절한 때가 있다
는 것을 확신해야 하며(전3:1-8) 또한 시편기자처럼 ‘내 시대가 주의 손
에 있
음’을 고백하며(시31:15) 놓친 것, 실패한 것에 대한 후회에 너무 빠지지 않
아야 합니다.
셋째로 시간에는 ‘아이온’이 있습니다. 이것은 ‘일정한 시간의 기간, 시
대’를 의미하는데 가령 신자의 하루, 이틀 혹은 일년, 평생의 삶은 모두 십자
가와 구원과 부활이라는 큰 시간 속에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신자는 이
런 아이온적 시간개념을 가지고 조급하지 않고 소망가운데 넉넉하게 살아갈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사람은 시간에 속해 있는 피조물이기 때문에 새해냐 묵은해냐 하
는 것이 주는 감정이 매우 다르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성경은 해 아래 새것
이 없다고 합니다(전1:9). 과거와 미래의 삶이 다르다는 것은 형식이 달라졌
다는 것이지 실질적인 인생의 희로애락은 달라질 수 없다는 말입니다. 그러므
로 인생은 누구나 예수의 역사(History)안에서 살아갈 때 참된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송년회를 잘 치러야 새해가 밝아오는 것이 아니라 삶의 중심에 시간의 주인이
신 그리스도를 모시고 살아갈 때 해마다 전진이 있게 되는 것입니다. ‘ 봄철
과 또 여름 가을과
겨울~’ 오 신실하신 주(찬송가447장)로 송구영신노래를 불
러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