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_이은상 목사

0
20

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

이은상 목사/ 동락교회 

엊그제 집을 나설 때는 ‘메리 추석’이었지만 집에 돌아온 후부터 ‘워리 추
석’입니다. 추석을 맞이하여 모처럼 흩어진 가족들과의 모임을 기대하고 고향
으로 떠날 때 마음속으로 이런 노래를 부릅니다. 

‘달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 달/ 어디 어디 떴나/ 고향집 위에 떴지, 달달 
무슨 달/ 송편같이 꽉 찬 달/ 어디 어디 떴나/ 내 마음 위에 떴지.’ 
그러나 돌아올 때는 이렇게 노래를 바꾸어 부르게 됩니다.

‘달달 무슨 달/ 통장 같이 텅 빈 달/ 어디 어디 떴나/ 우리 집 위에 떴지, 달
달 무슨 달/ 호박같이 못난 달/ 어디 어디 떴나/ 내 인생 위에 떴지.’ 
도대체 명절이 뭐 길래 보름달 같이 부푼 마음을 그믐달같이 찌그러진 마음으
로 만드는 것일까요? 도대체 명절날 가족이 모여서 무엇을 주고 받길래 한숨
의 노래를 부르게 될까요? 

그 이유는 교통체증 때문이 아닙니다. 제사냐 추도예배냐 형제들과의 종교갈
등 문제도 아니고 윷
놀이냐 고스톱이냐 놀이문화의 갈등도 아닙니다. 하루종
일 음식장만하고 설거지로 보낸 중노동 때문도 아닙니다. 젊은 주부의 사고방
식을 이해 못하시는 고지식한 어르신네와의 세대간의 갈등 때문도 아니고, 얌
체 시누이 고집쟁이 올케 사이의 미묘한 줄다리기 문제도 아니고, 시댁은 OK 
친정은 NO 문제도 아닙니다. 즐거운 명절날 마음이 상한 채 슬픈 앙금을 넣
은 송편을 빚고 돌아오게 되는 이유는 다름 아닌 그놈의 ‘자랑거리’ 때문인 
것입니다. 

누구나 경험해 보았겠지만 오랜만에 식구들이 모이면 먼저 겉치레 인사를 나
누고 그런 저런 인사가 끝나면 그 다음부터 대화의 주제는 자랑거리로 바뀌
게 됩니다. ‘뉘 집 아들은 몇 평 짜리 아파트를 샀고, 프리미엄이 몇 천이 붙
었고, 뉘 집 딸은 얼굴이 예뻐서 재벌에게 시집을 갔고, 뉘 집 자식은 부모님
께 용돈을 파란 수표로 드렸고, 초등학교 동창생 누구는 억대가 넘는 자가용
을 굴리고 왔다더라’. 

이런 이야기를 듣다보면 월세신세, 노처녀 노총각신세, 뚜벅이 신세, 중고차 
인생들은 상대적 박탈감에 빠지게 되고 그래도 뭐니 뭐니해도 ‘머니(돈, 
mone
y)가 최고구나’ 라는 현실 앞에 무릎을 꿇게 되고 한숨짓게 된다는 겁니
다. 그러나 성경은 ‘이 세상이나 세상에 있는 것들을 사랑치 말라 누구든지 
세상을 사랑하면 아버지의 사랑이 그 속에 있지 아니하니 이는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육신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과 이생의 자랑이니 다 아버지께로 좇
아 온 것이 아니요 세상으로 좇아온 것이라(요일2:15-16절)’ 라고 말해주고 
있습니다.

물론 이생의 자랑거리는 우리에게 기쁨을 주기도 하고 용기를 주기도 하고 희
망을 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특별한 명성이나 지위나 옷과 자동차들을 추구하
기도 합니다. 그러나 성경은 또 다시 말하기를 그런 것들 속에는 하나님의 사
랑이 없기 때문에 남을 업신여길 수 있거나 자신이 교만에 빠질 수 있는 위험
이 도사리고 있기도 하고 시기와 질투를 만들어 낸다고 말합니다. 또한 그런 
것들은 ‘다 지나가는 것들’이고 오직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이가 영원히 거한
다고 말합니다(요일2:17). 

이와 같이 복음이 아닌 덧없는 것들 안에서 영광을 찾으려는 것이 어리석은 
짓이라는 것입니다. 주님은 오히려 심령이 가난하고 온유하고 
의에 주리고 목
마른 자들이 복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바울은 십자가만 자랑삼는다고 
했습니다(갈6:14). 

어린이들에게 철학이 있는 놀이가 있습니다.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잠잔
다/ 잠꾸러기,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세수한다/ 멋쟁이, 여우야 여우야 뭐하
니/ 밥 먹는다/ 무슨 반찬/ 죽었니 살았니 살았니 죽었니.’ 

그렇습니다. 여우는 잠자고 멋 내고 밥 먹고 반찬걱정 하는 것이 인생의 전부
입니다. 그리고 그런 일을 할 수 없을 때 여우는 죽은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인생은 여우와 다른 점이 무엇이 있나요? 잠자고(성욕?) 먹고
(식욕) 멋 내는 것(자랑) 말고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위해서 몸부림치는 일
이 뭐 없는지 말입니다. 우리 자신에게 물어봅시다. ‘여우야 여우야 뭐하
니???’ ‘금이나 은이나 보석으로 집 짓는다~'(고전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