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보다 소요리를
< 이은상 목사, 동락교회 >
“지금은 사랑결핍 시대가 아니라 하나님을 아는 지식결핍 시대”
어느 주일 오전 9시 30분, 교회 정문 앞에서 차라리 보아선 않될 광경을 목도하였다. 주일학교 교사가 삼삼오오 아이들을 데리고 교회 정문을 급히 빠져나가는 것이었다.
‘지금 이 시간은 예배가 끝나고 분반공부시간인데 어디를 가실까?’ 탐문결과 이들은 공과공부대신 떡볶이 집을 다녀온 것이었다.
주일학교 선생님이 공과보다는 떡볶이가 더 좋다고 판단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공과준비를 못해 대신 떡볶이로 예수님의 사랑을 전한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주일학교 교장이라는 신분을 가진 목사로서 주일학교 교사들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었다.
로마서 12장 7절을 보면 ‘혹 섬기는 일이면 섬기는 일로, 혹 가르치는 자는 가르치는 일로’라고 은사에 대한 교훈이 기록되어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은사를 나열할 때 ‘스타카토’식으로 나열했다는 것이다. 음악으로 말하자면 앞뒤를 붙이지 말고 딱딱 끊으라는 말이다. 즉 섬김과 가르침을 구분하라는 것이다.
가르치는 자는 섬김의 은사가 아닌 가르치는 은사로 하라는 말씀이다. 본문을 토대로 주일학교 교사의 자격을 논하자면, 교사는 가르침에 탁월한 자가 되어야 한다. 섬김의 실력으로 교사직을 수행함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그런데 많은 교사들이 주일학교 아이를 향한 태도 중 으뜸을 사랑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교사의 덕목 중 으뜸은 가르치는 능력이다. 사랑은 교사의 자격이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이 갖추어야 할 기본 덕목이다. 이 기본 덕목으로 주일학교 교사로서의 자리를 메우려 해서 되겠는가.
성도들이 목회자에게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목회자의 인격과 사랑은 기본이고 참으로 원하는 것은 능력 있는 설교와 탁월성 있는 가르침이다. 알아듣기 어려운 설교와 논리가 허술한 성경공부는 성도들에게 인내를 요구할 뿐이다. 때문에 교사나 설교자는 더 깊은 지혜와 탁월한 교수법을 총동원하여 공과지도 및 설교를 해야 한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고3 때 담임선생님을 잊지 못한다. 그 선생님은 때로는 친구이며 스승이며 또한 부모처럼 사랑해주신 훌륭한 인격자이셨다. 그런데 그 선생님을 잊지 못하는 이유는 그분의 인격과 사랑이 아니라 대학 진로지도의 쓰라린 실패 때문이다.
고3 수험생에게는 담임선생님의 예리한 진로 지도가 필요하고 배고픈 아내에게 필요한 것은 남편의 경제력에 관한 탁월한 리더십이다. 마찬가지로 요즘 주일학교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인생의 진리에 대한 확신 있는 가르침이다.
사랑이 부족해서 아이들이 교회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진리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서 교회를 떠나고 있다. 지금시대는 애정에는 과잉이고 비만이며, 진리에는 가뭄이고 결핍이다. 지금은 사랑결핍 시대가 아니라 하나님을 아는 지식의 결핍시대이다.
전국의 주일학교 교장이신 목사님들, 그리고 주일학교 교사 여러분들이여, 진리에 대한 확신 없이 방황하는 주일학교 아이들에게 적절한 지도편달(指導鞭撻)을 부탁드린다.
지금은 자녀들에게 입맛 돋우는 떡볶이를 주기보다는 영혼의 방황과 갈증을 해결해주는 ‘소요리 문답’을 가르쳐야 할 때이다. ‘마땅히 행할 길을 아이에게 가르치라 그리하면 늙어도 그것을 떠나지 아니하리라’(잠 22:6).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어 미각이 둔할 때도 어릴 때 배웠던 진리의 말씀은 혀끝 뿐 아니라온 몸과 영혼을 맛나게 한다. 따라서 자녀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맛도 아니고 멋도 아니고 좌우에 날선 어떤 검보다 더 예리하고 힘 있는 그리스도에 관한 말씀이다.
주일학교 교사 여러분들이여, 자꾸 주방으로만 가려하지 말고, 하늘의 무기고에서 신령한 무기를 꺼내 아이의 영혼을 강하게 찌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