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종교 마찰의 해법
허태성 목사_강변교회
추석이 가까이 다가온 요즈음 가을 하늘이 유난히도 청명하다. 천고마비의
계절이라 했던가? 날씨로는 좋은 계절을 맞았지만 요즈음 이명박 대통령의
마음은 편하지가 못한 것 같다.
기독교 당면 문제 해답 찾아야
취임 전부터 ‘한반도 대운하’ 문제로 많은 공격을 받더니 청와대에 들어
간 지 얼마 못되어서 시작된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 문제로 인한 촛
불시위에 굴복하여 국민 앞에 사과하는 것으로 겨우 불을 끈 것 같았는데 불
교계에서 들고 나온 현 정부의 ‘종교 편향’ 문제로 계속 어려움을 겪고 있
다.
교회 장로인 이 대통령이 신앙의 문제로 어느 정도는 핍박(?)을 받게 될 것
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불교계의 모든 종단이 거리로 뛰쳐나와서 집회
를 하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아무래도 불교계가 쉽게 분노를 거두어들
일 것 같지가 않다.
문제는 이것이 이 대통령 개인이나 현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기독교
가 직접
관련이 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해 아프가니스탄
에 봉사활동을 갔다가 억류와 희생으로 세간에 큰 관심과 충격을 불러일으켰
던 샘물교회 문제로 기독교가 큰 타격을 입은 데다, 올 여름에도 SBS TV의
‘신의 길, 인간의 길’ 방영으로 인해 한국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는 계속하여 확산되고 있음을 본다.
그런데다가 최근에 제기된 종교 편향 문제로 기독교는 신문의 문화면에 머무
르지 않고 사회면을 건너 뛰어 정치면을 장식하는 큰 이슈의 당사자가 되어
있음을 본다. 그래서 요즈음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은 이명박 대통령만이 아니
다. 좀 지각이 있는 기독교인들은 누구나 다 종교간의 대립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두 가지 제언을 드리고자 한다.
첫째, 겸손히 하나님께 기도해야 한다. 어느새 한국 기독교는 이 나라의 마
이너 그룹이 아닌 메이저 그룹이 되었다. 대통령과 수많은 국회의원과 고위
직 공무원들이 기독교인이다. 이제는 다른 종교에서 위기를 느낄 만큼 큰 세
력이 되었다. 이는 감사한 일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조심해야 할 일이다. 자기
를 부인하고 겸손
히 이웃을 사랑하며 섬기는 것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가지
고 있는 기독교가 군림하고 지배하는 모습으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의 모습이 세상에 이미 그렇게 비춰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
는 기독교를 대적하는 세력이 사라지게 해달라고 기도할 것이 아니라 우리
의 무엇이 잘못되었는가를 깨닫게 해달라고 기도해야 할 것이다. 이 땅을 고
치실 분은 하나님밖에 없으시다. 이 대통령에게 솔로몬의 지혜를 주실 분도
하나님밖에 없으시다. 분노한 저들의 마음을 가라앉게 하실 분도 하나님밖
에 없으시다. 이 가을에 겸비한 기도를 드리며 자신을 돌아보자.
둘째, 신앙의 순수성을 잘 지켜가면서도 다른 종교와의 불필요한 마찰을 줄
이고 평화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불교계의 주장이 다 옳
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종교간 마찰로 사회의 평화적 분위기를 깨뜨
리는 것은 결코 기독교에도 득이 되지 못한다.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 기독
교인들이 말을 좀더 조심하여야 할 것이다. 평화를 깨뜨리는 것은 ‘말’일
경우가 많다.
이번에 불교계에 분노를 촉발한 것이 현 정부가 정말 기독교를 우대하는 정
책을 써서 그렇다기보다는 기독교인들이 말을 너무 공격적으로 또는 가볍게
함으로써 저들의 자존심을 건드렸고 분노를 불러일으킨 것이라고 생각된다.
옛날에는 교회 안에서 하는 말을 교회 밖에 있는 사람들이 듣지를 못했다.
그러나 오늘날은 다르다. 많은 교회의 설교가 인터넷으로, 방송으로 세상에
그대로 중계된다. 물론 우리가 세상 사람이 두려워서 진리를 진리라고 외치
는 일에 소극적이 되거나 내용을 바꾸어서 말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얼마든
지 무례하지 않게, 정중하게 말할 수 있음에도 기분이 내키는 대로 말함으로
써 불필요한 오해와 비난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우리의 신앙을 세상에 드러낼 때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행동이나 실
천에 있어서 도덕적 우위를 점해야 할 것이다. 그 마음에 하나님이 없는 사
람들로부터 하나님을 모시고 사는 신자가 도덕적이나 윤리적인 문제로 비난
을 받는 것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그것은 우리 안에 계신 하나님
을 욕되게 하는 것이다.
말보다 실천의 우위 보여야
주님, 우리에게 비둘기 같은 순결함과 뱀 같은 지혜를 주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