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과 종교_이의행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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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종교

이의행 목사_목민교회 

어릴적 추억 한가지가 문득 떠오른다. 여름 방학이 되면 지금 아이들처럼 학
원에 다니느라 바쁜 것도 아니어서 말 그대로 공부하는 일을 잊어버리고 마
냥 뛰놀기에 열중이었다. 특히 여름방학 때 무더위를 피해 나무 그늘 아래
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두했던 놀이 중 하나가 땅따먹기 놀이였다. 

땅따먹기 하던 시절 기억나

우리는 서로 따먹은 땅에 영역 표시를 하면서 마치 그 땅이 내 땅이라도 된 
듯이 흐뭇해하곤 했다. 그러다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리면 약속이라도 한 듯
이 손을 털고 일어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어쩌
면 인간은 속성적으로 어릴 적부터 권력을 추구하며 사는 것이 틀림없다 하
겠다. 
하나님을 떠난 인간은 생존을 위한 본능으로 권력을 추구한다. 그러나 권력
의 특성은 절대로 자기보호를 위한 수단으로 만 사용되지 않는다. 창세 전
에 사탄은 하나님의 자리를 탐내어 권력을 손에 넣으려다 실패하자 이번에
는 아담을 유혹해서 권력
을 손에 넣도록 충동했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을 저
주에 빠뜨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사람이 하나님의 권위를 거슬려 권력을 손아귀에 넣으려는 순간 자신은 물
론 많은 사람들까지도 불행에 빠지게 만들뿐이다. 탈레반이란 말은 ‘구도
자’라는 뜻이라고 한다. 소위 이슬람의 구도자들이라고 자처하는 자들이 자
기 동족들을 도우러간 선량한 사람들을 죽이고 목숨을 볼모로 잡고 있는 이
유는 무엇인가? 권력에 대한 욕심 때문이다. 거룩이라는, 종교라는 탈을 쓰
고 세속적 권력을 손에 넣기 위해 무고한 목숨을 무참히 살해하고 있는 것이
다.
며칠전 화려한 휴가라는 영화를 보았다. 잊지 못할 대사가 있었다. “자네 
총보다 더 무서운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그것은 사람이야.” 그렇다. 총보
다 더 무서운 것은 권력을 추구하는 인간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권력을 빼앗
으려는 집단과 그 권력을 절대 빼앗기지 않으려는 집단과의 피터지는 쇼가 
벌어지고 있다. 온 나라 온 국민이 날만 새면 벌어지는 쇼를 바라보며 일희
일비하고 있다. 심지어 교회와 목회자들조차 그 분위기에 편승하고 있는 모
습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어디 그뿐인가. 
교회 안에도 권력바이러스가 침투한지 오래다. 거룩한 은사
와 직분이 권력화된 지 이미 오래다. 교회 안에서 돈을 앞세우고, 직분을 앞
세우고, 사람들의 숫자를 앞세워 자기 권력의 바벨탑을 쌓고 있다. 신성한 
직분을 자기를 위해 휘두르고 있는 것이다. 
바야흐로 교단마다 정치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우리 교단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크면 큰 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정치가 있고 정치가 있는 곳에는 권
력이 따르기 마련이다. 혹 교단 정치에 자의나 타의에 의해서 깊숙이 연루되
어 있는 분들은 동의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그런 가운
데 우리 모두는 하나님의 권위와 권력만이 유일하고 거룩한 것임을 인정해
야 한다. 
우리는 모두 하나님의 종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혹시 우리에게 어
떤 책임있는 위치가 부여된다면 그것은 내 이름을 알리는 기회로 주어진 것
이 아니라 하나님의 이름을 알리는 기회로 활용하도록 주어진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물론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에게 가장 먼저 적용해야 할 
말임을 명심한다.
정치는 누군가 해야하는데 나는 진흙탕에 몸을 굴리기 싫으니 하고싶은 사

들이나 하게 하자는 말들을 듣기도 한다. 대타를 앞세워 진흙탕에 뒹굴게 하
자는 발상이 과연 거룩한 생각인가? 비겁한 거룩은 거룩이 아니다. 그렇다
고 거룩으로 포장된 권력 추구는 절대로 용납되면 안 된다. 
혹 교단정치의 한자리를 자기를 위해 꿈꾸는 사람이 있다면 이 글을 읽는 순
간 조용히 한걸음 물러나는 것이 훨씬 유익할 것이다. 그런 분은 나중에 조
용히 차 한잔하면 좋겠다. 
인류 역사 이래로 권력은 끊임없이 이동을 거듭해 왔다. 미래학자들은 미래 
권력은 종교집단으로 이동할 것임을 예견했다. 만약 이것이 사실로 이어진다
면 엄청난 비극이 초래될 가능성이 크다. 신앙과 신념과 확신이라는 허울로 
권력을 휘두를 것이기 때문이다. 

권력의 허울쓰는 것은 비극

신의 이름을 빙자해서 자기들을 도우러온 선량한 이웃들을 무참히 살해하고
도 눈 하나 끔쩍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시 한번 기도하자. 우
리 모두 하나님의 종임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