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정신을 되새기자
10월 31일은 세계 교회가 종교개혁주일로 기념하는 날이다. 비텐베르그(Wittenberg)대학의 젊은 신학 교수였던 루터(1483-1546)는 1517년 10월 31일(2010년이 493주년)에 그곳의 대학교회(Castle Church)의 정문 앞에 95개조를 내걸고 당시 로마 카톨릭 교회의 잘못에 도전했다.
지난해에는 칼빈 탄생 500주년으로 많은 교회와 기관들이 칼빈 탄생 500주년 기념행사들을 전 세계적으로 진행했다. 칼빈(John Calvin)과 루터(Martin Luther)는 종교개혁을 말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개혁자들이다. 종교개혁 당시 카톨릭의 영적 타락, 도덕적 부패, 국가주의의 대두, 인문주의의 발흥, 스콜라철학의 붕괴 등은 종교개혁의 필요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종교개혁의 의의는 성경이 제시하는 원래의 그리스도의 교회로 돌아가자는 운동이었다. 종교개혁 운동은 로마 카톨릭 교회가 형식화된 율법주의와 외식적 생활에 빠져 있을 때 거기에서부터 성경의 교훈에로 회복하는 것을 의미하며,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에서 떠났을 때 성경으로 돌아가자는 회복운동이다.
종교개혁은 로마 카톨릭의 성례전적인 제도(Sacramental system)와 교회적 율법주의(Ecclesiastical legalism)에서 벗어나 근본적인 기독교로 돌아가자는 운동이다. 즉 종교개혁은 성경적인 기독교로 돌아가자는 운동이었다. 우리들은 종교개혁의 좋은 전통을 유산으로 이어 받았다. 그래서 우리는 개혁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종교개혁의 모토는 ‘오직 성경으로’(Sola Scriptura), ‘오직 은혜로’(Sola Gratia), ‘오직 믿음으로’(Sola Fide), ‘만인 제사장직’(Universal Priesthood of Believers)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여기서 모든 모토를 다 언급할 수 없지만 우선 두 가지 부분에서 우리의 모습을 점검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오직 성경으로’는 말씀으로 돌아가 성경 말씀에 최대의 권위를 부여하자는 운동이었다. 중세 카톨릭 교회가 성경에 전통을 첨가하여 결과적으로 성경의 권위를 추락시킬 때 종교개혁자들은 성경만을 고집하게 된 것이다. 성경의 권위보다 교회의 권위가 우위를 차지하고 있던 중세에 성경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절대권위를 부여한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오직 성경으로’의 원리가 현재 우리에게 적용되고 있는가? 성경이 우리의 신앙과 생활의 기준 역할을 하고 있는가? 성경의 교훈이 당회 운영에, 노회 모임에, 총회의 회무 진행에 기준 역할을 하는지 점검해야 한다. 우리는 주관적 경험보다 객관적인 성경 말씀을 더 신뢰하는가?
작금의 한국교회 형편을 생각할 때 종교개혁의 정신이 실천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다른 교단의 탈선된 행태는 차치하고라도 우리 교단은 성경의 권위에 절대 복종하는 태도로 사안들을 처리하는지 되새겨 보아야 한다. 우리는 성경이 말씀하시는 곳까지 가고 성경이 멈추는 곳에서 멈추는지 스스로 판단해 보아야 한다.
종교개혁의 또 한 가지 중요한 원리는 ‘만인 제사장직’이다. 중세 카톨릭은 교황을 정점으로 하는 교권체제를 이루어 천주교의 신부는 하나님께 대하여는 신자의 영혼을 책임지고 신자에 대하여는 하나님의 권위를 대신한다는 그릇된 사제주의에 빠져 있었다. 반면에 종교개혁은 모든 사람이 모두 하나님의 주권하에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구약은 삼직을 언급하고 있다. 왕직, 제사장직, 그리고 선지자직이 그것이다. 신약 교회의 목사는 이 삼직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 신약 교회의 목사는 성도들의 왕도 아니요, 제사장도 아니요, 선지자도 아니다. 신약시대에서 구약의 삼직을 소유한 분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 한 분 뿐이시다.
성경은 하나님 앞에서 목사나 장로나 일반 성도들이나 똑 같다고 가르친다. 물론 교회 내에서 각자가 맡은 직분에는 차이가 있다. 목사와 장로는 그들이 맡은 직분 때문에 귀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하나님과 사람 사이에 중보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 한 분뿐이시다. 신부나 목사가 죄 문제와 구원 문제에 있어서 하나님과 성도 사이에 끼어 들 수가 없다. 하나님 앞에서 만인이 다 제사장인 것이다.
우리는 이 부분에 있어서도 현재 한국교회가 만인 제사장직을 올바로 이해하고 실천하고 있는지 질문해야 한다. 직분자와 성도들을 지나치게 구분하고 직분자를 성도들보다 우월한 특권층으로 보려는 시각은 없는지 질문해야 한다. 말로는 ‘만인 제사장직’을 가르치면서도 실제 생활에 있어서는 그 반대되는 관행이 진행되고 있지는 않는지 점검해야 한다.
종교개혁 정신은 교회가 성경의 교훈에 입각하여 계속적으로 개혁해 나가는 것임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