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을 뜻 있게 맞이해야 한다
김영재 교수/ 합신
한국 교회가 부활절을 옛날처럼 열정과 기쁨으로 맞이하여 지키지 못한다
는 말들이 있다. 부활절이면 성탄절에나 마찬가지로 가가호호 성도의 가정
을 방문하여 새벽 송을 하던 시절에 대한 향수 때문일까. 생활 환경이 달라
진 오늘에 그런 풍속은 그냥 지난날의 얘기로 간직해야 할 것도 같다. 그러
나 곰곰이 반성을 하자면 그밖에도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는 줄 안다.
신학자들은 많으나 부활에 관하여 쓴 글은 별로 볼 수 없는 것을 지적하는
말도 있다. 그것은 부활 신앙에 그만큼 관심이 저조하다는 방증일 것이다.
신학자들이 반성하고 분발해야 할 일이다. 그밖에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믿지 않는 자유주의적인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졌으며 그런 이들이 목회
하는 교회가 상당수에 달하기 때문이란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확고한 부활 신앙을 가졌으나 절기를 지키는 일에 대하여 부정적인
견
해를 가진 이들이 더러 있다는 것도 한 요인으로 꼽지 않을 수 없다. 스스
로 성경에 충실한다는 성경문자주의자들과 심지어 개혁주의 전통에 충실한다
는 이들 가운데, 교회력이나 교회의 절기가 성경에는 언급된 바가 없을 뿐
아니라, 부활절이나 성탄절의 경우 날짜도 불확실하고 또한 날을 정한 것이
이교적인 축제일과 관련이 있다는 이유를 들어 부정적으로 말하는 이들이 있
다.
그러나 그러한 생각은 편협한 잘못된 이해이다. 신약성경에 부활절이나 성
탄절의 절기에 대한 언급이나 규례가 있어야 한다고 기대하는 것부터가 잘못
이다. 예배의식, 교회의 제도, 예수님의 부활과 탄생을 기념하는 일, 사도
신경 등의 신앙고백 및 구약의 시편 아닌 신약 시대의 찬송 등은 교회가 성장
하면서 가지고 시행하며 지켜야 할 몫임을 분별해야 한다.
‘오직 성경으로’를 주창한 종교개혁자들이 교회의 전통을 다 폐기한 것이
아니다. 성경적이며 유익한 전통, 특히 초대교회의 전통은 존중하였으며 중
세 교회의 전통도 선별하여 지켰다. 종교개혁의 교회는 성상 숭배나 성물 숭
배 등 비성경적이며 이교적인 관행과 함께 그런 관행
과 관련이 있는 절기는
배격하였으나 그리스도의 부활과 탄생을 축하하는 부활절과 성탄절은 성경적
이며 복음적인 관행으로 인식하고 그대로 지켜오고 있다. 그것은 로마 교회
가 지키는 일곱 가지의 성례 가운데 두 성례, 즉 세례와 성찬만을 인정한 것
이나 같은 이치이다.
성탄절은 교회가 4세기 초반부터 지키기 시작하였다. 하나님의 아들이 역
사 속에 사람이 되셨으므로 일년 중 어느 한 날에 나신 것이다. 우리는 성탄
절에 그리스도께서 나신 날을 기념하는 것이 아니고 역사 세계에 그가 나셨음
을 축하한다. 예수의 탄생과 고난의 삶은 구약에서 선지자들이 예언한 것이
며 예언의 성취로서 성경의 핵심이 되는 복음이다. 그리스도의 탄생에 관하
여는 복음서에 기록되고 있으므로 그리스도의 교회가 그의 탄생을 어느 적절
한 날에 축하하는 것은 마땅히 할만한 일이다. 성탄의 축하는 그리스도가 몸
으로 나지 않았다는 가현설(假現說)을 말하는 이단들이나 예수 그리스도가
역사적인 인물임을 부인하거나 기독교를 비역사적인 이론적인 종교로 변질시
키려는 무리에 대항하는 기독교 진리의 실제적인 변증이기도 하다.
부
활절은 고난절과 함께 2세기초부터 지켰다. 기독교의 유일한 부활신앙
은 그리스도의 부활로 말미암은 것이다. 그리스도는 부활하심으로 하나님의
아들로 입증되셨으며 십자가의 죽으심이 우리의 죄를 위하심인 것도 확증되었
다. 제자들이 안식일 아닌 이레 중 첫날인 일요일을 주의 날로 지키게 된 것
도 그리스도의 부활로 말미암은 것이다. 그리스도의 부활로 인하여 새 창조
를 이루시는 신약의 시대가 시작되었으므로 주일을 안식일로 지키는 것은 정
당한 일이다.
매주일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며 예배하므로 그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하
는 것은 옳지 않다. 세상에서 모든 역사적인 사건은 일년을 주기로 기념한
다. 부활절을 지키는 것은 예수님의 부활이 제자들의 의식 가운데 있게 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현대의 역사비판적인 신학에 대항하여 예수의 부활이 역
사 안에서 일어난 사건임을 실제적으로 시인하고 변증하며 선포하는 것임을
우리는 새삼 인식해야 한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에서는 부활절을 성대히 지키려는 열심이 지나쳐 고난
주간에 예수님의 고난과 십자가의 사건을 재현하는 행사를 시행해 왔다. 그
것은
로마 카톨릭 교회에 속한 스페인이나 남미에서 주로 시행하는 행사이
다. 고행주의 혹은 공로주의 및 성상숭배를 허용하는 신학이 그 기조에 깔
려 있으며, 그리스도를 다시 제물로 드린다는 로마 카톨릭의 성찬의 화체설
과 상통하는 풍습이다. 종교개혁의 교회는 마땅히 폐기해야 할 풍습이다.
교회마다 부활절을 더 성대하게 맞이하기를 바라며, 늘 해온 연합 예배는
모두 한 곳에서 했으면 하고 삼가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