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조건
송영찬 국장 daniel@rpress.or.kr
지금 한국 교회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신구 세력간의 갈등 표출과 더불
어 개혁의 목소리가 높아지지만 막상 개혁의 실체를 검증할 수 없다는 불안감
이 팽배해 지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어느 때보다 신앙의 정체성이 흐
트러지고 각종 이단, 사이비들의 난무가 위기감을 더 부추기고 있다.
이런 난맥상 가운데 한국 교계를 대표한다는 인물들의 비상식적인 행보들과
파행적인 세습 강행으로 인해 한국 교회는 사회의 지탄까지 받고 있는 실정이
다. 우리 주변에 존경받는 지도자가 많지 않다는 점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다. 이러한 때에 한국 교회의 밝은 내일을 위해 모세나 여호수아와 같은 지도
자가 더욱 간절해진다.
모세가 죽은 후 여호와께서 여호수아에게 직접 말씀으로 계시하시고 사명을
수행하도록 하신 것(수 1:1-2)은 여호수아가 모세의 사역을 계승하고 있음을
증거하고 있다. 여호수아는 모세와 마찬가지로 이스라엘 백성을 가
나안으로
인도하라는 사명을 수행해야 했는데 이것은 이미 모세가 여호와께로부터 받
은 사명이었다.
“내가 모세에게 말한 바와 같이 무릇 너희 발바닥으로 밟는 곳을 내가 다 너
희에게 주었노니 곧 광야와 이 레바논에서부터 큰 하수 유브라데에 이르는
헷 족 속의 온 땅과 또 해 지는 편 대해까지 너희 지경이 되리라”(수 1:3-4)
는 여호와의 말씀은 이미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하신 말씀(신 11:23-24)과 동
일하다. 그리고 이 약속은 여호와께서 아브라함의 언약을 통해 주신 내용이었
다(창 15:18).
따라서 이제 여호수아는 아브라함의 약속을 성취하는 차원에서 이스라엘 백성
을 이끌고 가나안에 입성하게 되었다. 아울러 여호와는 이 일을 친히 성취하
시기 위하여 여호수아를 부르셨으며 여호수아에게 “너의 평생에 너를 능히 당
할 자 없으리니 내가 모세와 함께 있던 것 같이 너와 함께 있을 것임이라 내
가 너를 떠나지 아니하며 버리지 아니하리니 마음을 강하게 하라 담대히 하
라 너는 이 백성으로 내가 그 조상에게 맹세하여 주리라 한 땅을 얻게 하리
라”(수 1:5-6)고 약속해 주셨다.
여호수아의 지도권은
모세와 마찬가지로 신적 기원을 가진다. 가나안 정복 사
역은 여호와께서 친히 주도하실 것이며 여호수아는 모세와 마찬가지로 이 일
을 수종드는 사역자였다. 단지 모세는 출애굽 사역에서, 여호수아는 가나안
정복 사역에서 각기 여호와의 사역자로 불리움 받은 것에서만 차이가 있을 뿐
이다. 따라서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순종을 요구하셨던 것(출 3:5)처럼 여호수
아 역시 여호와의 사역자로서 여호와의 앞에 일종의 서약을 해야 했다.
여호와께서 “이 율법책을 네 입에서 떠나지 말게 하며 주야로 그것을 묵상하
여 그 가운데 기록한대로 다 지켜 행하라 그리하면 네 길이 평탄하게 될 것이
라 네가 형통하리라”(수 1:8)고 여호수아에게 하신 말씀은 이스라엘의 지도자
로 서게 된 여호수아의 충성을 요구하는 일종의 서약식과 같은 의미를 가진
다. 모세 시대와 달리 여호수아 시대에는 이미 여호와의 계시로 주어진 율법
책이 있기 때문에 율법을 지켜 행하는 것 외의 다른 서약이 필요 없었던 것이
다.
따라서 “내가 네게 명한 것이 아니냐 마음을 강하게 하고 담대히 하라 두려
워 말며 놀라지 말라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너와 함께 하느
니라”(수 1:9)는 약속은 여호수아가 모세와 같이 전적으로 율법을 지켜 행하
는 것을 전제로 주어진 것이다.
그리고 율법을 지켜 행하는 것은 어느 시대나 모든 여호와의 백성에게 주어지
는 공통적인 여호와의 명령이었다(수 1:7).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호와께서 여
호수아에게 율법을 지켜 행하라고 명령하시는 것은 여호수아를 백성의 지도자
로 삼으시겠다는 것과 여호와의 말씀에 전적으로 순종하겠다는 여호수아의 신
앙 고백을 요구하신다는 의미를 가진다.
하나님께서 이 시대의 지도자들에게 요구하시는 것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
나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순종하는 것 외에 다른 것을 요구하시지 않기 때문이
다. 때문에 지도자 자신이 아직도 하나님의 말씀이 무엇인지 모른다면 그는
더 이상 지도자로서 아무런 권위를 주장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개혁신보 324호 부활절 메시지를 통해 “십자가의 죽음과 더불어
주님의 역사적 부활에 우리의 신앙이 서느냐 아니면 넘어지느냐가 달려 있
다”는 총회장 안만수 목사의 지적은 우리들이 서 있는 신앙의 현 주소를 정확
하게 제시하고 있
다. 십자가와 부활의 신앙은 전적으로 하나님을 믿고 순종하
는 신앙인의 가장 기본적인 특성이기 때문이다. 기독교에서 십자가와 부활을
제거한다면 기독교 존립 자체가 무너지고 말 것이다.
이 시대의 지도자가 되고자 한다면 먼저 하나님의 말씀을 바로 알고 순종할
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확고한 십자가와 부활의 신앙에 근거한 지도자
가 우리에게 필요하다. 교회에서는 허울좋은 목소리나 그럴듯한 생색을 내는
것으로 지도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말씀 앞에 철저하게 자신을 순
종하는 인물이 진정한 지도자인 것이다. 이 시대에 여호수아와 같은 지도자
한 사람만이라도 있다면 한국 교회의 앞날은 결코 어둡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