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 6주 만에 천명 등록교인_이은상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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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척 6주 만에 천명 등록교인

이은상 목사/ 동락교회

노회에 가면 이따금씩 휴식시간을 이용하여 각 교회 근황을 서로 묻곤 합니
다. 그때마다 얼버무리는 목사님도 계시지만, 소수이지만 자신감 넘치게 답변
하는 분도 계십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공감이 되는 답변은 ‘하나님의 
은혜로 잘 버티고 있습니다’ 라는 말입니다. 알고 보면 이렇게 버티는(?) 목
사님들도 꽤 많은 것 같습니다. 필자가 속한 노회의 경우 성도수가 백 명이 
넘으면 대형교회에 속한다는 말도 있을 정도이니 말입니다. 그러나 어찌보면 
이 버팀의 목회가 오히려 은혜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필자의 경우 냉혹한 목
회현실 앞에서 결코 쓰러지지 않으려고 몸부림을 칩니다. 그 몸부림 중의 하
나는 개척초기의 수상(隨想)을 다시 묵상해보는 일입니다. 목회자 각자가 다
르겠지만 무슨 일이든지 초심을 생각해보는 것은 현재와 미래를 저당잡고 있
는 영적침체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좋은 방법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그래서 
필자의 경
우를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자 합니다.

교회가 문을 연지 얼마 안되어 가까운 친척들과 동역자들로부터 염려반 기대
반의 질문을 받았습니다. “요즈음 어때?” 그 말은 “지금쯤 몇 명이 모이느
냐?” 라는 질문인 것입니다. 그때마다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합니
다. 그러나 속으로는 솔직히 한 달이 지나도 등록하는 사람이 없어 고민과 두
려움 속에 빠져있었습니다. “이러다가 교회 문을 닫아야 하는 것은 아닌가?” 
그러던 중 개척 6주만에 한 형제가 스스로 교회에 나와서 등록을 하였습니
다. 그 형제의 등록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많은 깨달음을 주셨습니다. 한 영혼
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진리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 형제를 천명(千名)의 
등록교인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청년에게 예수를 전하고 있습니다.

그 청년의 등록으로 이제 우리교회도 할말이 생겼습니다. “요즈음 어때?”라
고 물으면 “천명(天名 하늘에 등록된)의 교인이 있습니다”라고 자신 있게 대
답을 합니다. “너희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으로 기뻐하라”(눅10:20)

많은 목회 경험자들이 개척교회의 성공열쇠
는 목표 또는 비젼에 있다고 말합
니다. 그래서 일단은 많은 등록교인을 목표로 세우고 밀어붙이려고 합니
다. “네 소원대로 될찌어다, 입을 크게 열라”는 외침과 구호와 부르짖음이 개
척교회마다 있습니다. 그런 성공사례들이 책으로 나오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
지고 세미나를 열기도합니다. 지하상가에서 시작하여 교회당 짓기까지의 과정
들은 정말 한편의 드라마이며 속 사도행전과도 같습니다. 개척교회목회자들
은 저마다 그 간증의 주인공들이 되고자 합니다. 그러나 그 속에는 숫자라는 
미묘한 성공철학이 숨겨져 있을 수 있습니다. 물론 교인의 숫자가 늘어가는 
것을 보고 사역의 보람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숫자는 감추어져 있는 
영적 목표들과는 반대로 만질 수 있고 측량할 수 있고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어 사역의 만족도가 분명합니다. 또한 숫자를 세고 도표를 만들고 전산화함
으로 또 다른 일들을 계획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등록교인 숫자는 교회의 
성공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못됩니다. 왜냐하면 교회 중에는 숫자는 많으나 건
강치 못하여 문을 닫아야 할 교회가 있고 반대로 신자의 증가도 없고 재정도 
허약
하나 사역이 계속 필요한 교회도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교회성장 컨설
팅이라는 모임은 어쩌면 숫자를 사랑하는 모임일지도 모릅니다. 

개척목회자는 무슨 싹이 나왔는지 돌아볼 겨를도 없이 씨를 뿌리기 위해 다
른 밭으로 달려가서는 안됩니다. 자신들이 세운 목표에 황당함은 없는지, 또
한 빨리 달리려는 난폭한 운전자의 차에 실려 오늘도 떨고 있는 승객들의 마
음을 헤아려보아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진정한 은혜의 경험을 통해 갱신된 백
성들을 기다려야합니다. 개나리는 봄에 피지만 국화는 가을에 핍니다. 봄에 
국화가 피지 않는다고 꺽어서는 안됩니다. 한 영혼이 주님께로 돌아와서 구원
의 가치를 깨닫는데는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또한 영적인 목표들의 성취여
부는 눈으로 확인하거나 손으로 만져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보이
지 않는다고 그 가치가 없는 것이 아닙니다. 겉으로 열매맺는 과일뿐 아니라 
땅 속에서 열매맺는 뿌리식물도 농사를 지어야합니다. 숫자라는 결과가 사역
목표가 아니고 한 영혼의 변화가 목표임을 깨닫는데 얼마나 더 기다려야할
지 
모르지만 그곳까지 요구하시는 주님의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이 시대가 목사
이기보다 목회경영자를, 설교자보다 실행가를, 성경을 가르치는 교사보다 처
세술에 성공하는 수완가를 강요해도 버티어야합니다. 지나다보면 이사 때문
에 천명(遷名)의 성도가 생기더라도 계속 버텨야 합니다. 수천 명 모이기보
다 수천 년 지속되도록 그루터기를 남기는 목회자가 더 능력의 종입니다. 계
속 버티시는 능력의 종 여러분, 다음 노회 때 또 만나야죠.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