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동네와 윤리의식의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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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동네와 윤리의식의 실종

김재성 교수

지난 3월 4일 밤 MBC PD 수첩 시간에 방영된 ‘꽃동네에 피는 의
혹’은 매우 충격적인 보고서였다. 이미 지난 달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가 
특종 보도한 이후라서 다소 짐작한 바 있었지만, 현재 주변의 사람들에게 이
해되지 못하는 부분들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무려 백 억원이 넘
는 후원금 사용내역에 관한 투명성이 확보되어야 하고, 무리한 시설확장에 따
른 각종 의혹 등에 대해서도 검찰의 수사를 통해서 밝혀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따라서, 일반 언론에 보도된 바에 대해서는 우리가 다시 지적할 필요
가 없을 것이다. 

성경은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 무한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기독교 
신자로서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 버려진 아이들과 장애인을 맡아서 보호하
고 도와주는 일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맡겨주신 부탁이었다. 한국 근대화 과정
에서 이런 일을 가장 많이 해온 개신교 교회와 단체들도 이번 사건을 타산지
석으로 삼아 더욱 
모범적인 봉사에 힘써야 한다. 더구나 목회자들이 책임자
로 나선 사회 봉사는 한 순간의 방심으로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게 된다. 

그런가 하면 참으로 다행스러운 것은 아직도 우리 곁에는 자랑스러
운 사역자들이 많이 있다는 점이다. 불치병에 걸려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로
하는 샘물 호스피스 사역에 수고하고 있는 원주희 목사와 김환근 목사, 영등
포역 근처에서 버림받은 이들의 대부로서 활약하고 있는 광야교회 임명희 목
사 등은 매스컴의 조명을 받은 화려한 스타는 아니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좋
은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일원동에 있는 남서울은혜교회도 헌신적으로 밀알 
장애인 학교를 세워 가장 좋은 편의시설 속에서 장애인들의 교육과 성장을 돕
고 있다.

광야교회 임 목사는 자신에게 밀려오는 각종 유혹들이 많다고 고백
한 바 있다. 예를 들면, 유력한 텔레비젼 방송국이나 각종 매스컴의 인터뷰 
요청이 많다고 한다. 방송사에 나와 달라는 보도요청, 갖가지 후원회를 통하
여 물질적인 도움을 얻어내는 경영차원의 미혹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
들을 물리치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했다. 날마다 
모자라는 형편인
데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잘 활용하면 후원을 받아낼 수도 있다는 것이
다. 
결국, 어떤 사역을 감당하든지, 하나님 앞에서 진실이 결여되면 인
간의 야망만 남게 된다. 야심에 가득 차 있는 사람은 반드시 넘어지게 된다. 
윤리의식이 결여되어 있으며, 아무리 위대한 탑을 쌓더라도 결국 무너지고 만
다. 헛된 야망으로 세운 바벨탑은 인류분열의 비극으로 끝나고 말았다. 

이번 꽃동네 의혹을 계기로 해서 한국의 모든 자선사업가들은 무엇
을 위해서, 어떤 방법으로 일하고 있는가를 점검해야할 때이다. 그들의 봉사
와 희생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사회 생활에서 선한 열매가 없다면 그것
은 윤리의식이 실종되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사법고시에 합격한 수재들이 사법연수원에서 교육을 받으
면서 윤리시험 답안지를 서로 베껴 쓰는 등 상식이하의 행동을 한 것으로 보
도된 바 있다. 이들이 누구인가? 앞으로 이 나라의 사법권을 행사하게될 미래
의 주역들이다. 불과 일 이년 후에는 이들의 손에 의해서 한국의 법률질서가 
좌우될 중요한 사람들이다. 각각 개인적으로는 고독한 싸움을 이겨내고 어려
운 
시험에 등극한 의지의 젊은이들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단 한번의 시험
으로 출세를 보장받은 이후에, 이처럼 적당하게 살아가는 것을 터득하게 되
고 만다면 우리의 앞날은 너무나 어둡기 그지없다. 

윤리의식이 마비된 법관들이 주관하는 법치국가는 모양만 남아 있
을 뿐이다. 자신은 그 법을 지키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만 적용하는 사람들
이 늘어나는 사회는 건강하지 못하며 난치병에 걸린 사회가 되고 만다. 마침
내 편법주의가 성행하는 비이성적인 무법천지가 되고 만다. 

한국의 앞날을 생각할 때에 문제가 심각한 것은 우리 국민의 윤리
의식이 실종되어 버렸다는 점이다. 한국교회는 지금 이 시대를 향해서 실종
된 윤리의식의 회복을 생동감 있게 보여주어야 한다. 양심적인 선행이 무엇인
가를 제시해 주어야 한다. 목회자는 의사, 법조인과 함께 가장 높은 전문지식
을 요구하는 직업이지만, 동시에 가장 낮은 자로 희생해야 하는 사명이 있
다. 윤리의 실행은 겉모습만 엄숙하고 권위 있게 보이는 검은 제복에서 나오
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