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의 새로워짐을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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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의 새로워짐을 기원하며
김영재 교수

새 천년의 첫 해도 다 저물어 2001년의 새해를 맞이하게 되었다. 오는 한 
해의 전망에 관하여 얘기하거나 하나님께 우리의 소원을 아뢰기 이전에, 아
니 그럴 수 있기 위하여, 우리는 먼저 지내온 걸음을 되돌아보아야 할 것 같
다. 지난 한 해 동안도 교회가 등경 위에 세워진 빛으로, 산 위에 있는 성으
로서 제몫을 다하지 못한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며 하나님 앞에 죄송하게 여긴
다. 교회가 선교와 구제 등을 힘썼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충분하지 못할뿐더
러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므로 스스로 들먹일 것은 못된다.

마음에 걸리는 일 가운데 하나는 교회가 교회 안과 주변에서 일어나는 문제
로 자주 신문과 방송의 보도와 비판의 대상이 되었던 일이다. 문제가 폭로되
거나 비판을 받는 대상이 이단적인 색채가 농후한 집단일 경우에 우리는 비난
의 화살이 교회를 비켜간 것이라며 안도를 하게 된다. 이 얼마나 씁쓸한 현실
인가. 그러다가도 그런 집단들 역시 기독교의 이름을 띠고 있
음을 상기하면 
교회도 함께 받을 비난을 받게 될 것이라는 생각의 자괴감을 떨쳐버리지 못한
다.

우리를 당혹스럽게 만드는 것은 이름 있는 교회가 지탄의 대상이 된 경우이
다. 그리고 그런 교회의 신자들이 방송사에 대응하는 자세는 우리를 더욱 당
혹스럽게 만든다. 근래에 있었던 이단적인 종교 집단이 방송사 앞에서 연좌 
시위를 하거나 건물의 문과 창문을 파괴하는 등의 사건은 지난날에 이름 있
는 교회의 교우들이 방송사 안으로 난입하여 기물을 마구 파괴하는 등 난동
을 부리던 사건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런 행태를 두고 이름 있는 교회나 이단
적인 종교 집단에 차이가 없음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하는 것은 교회 연합회들의 자세이다. 교회 신자들의 
폭력행사란 있을 수 없는 일이므로 교회의 연합회는 그런 일을 유감스럽게 여
기며 대신 사과하는 발언이라도 할 법하며, 연합회의 일원이 되고 있는 교회
에 대하여 권면이나 권고를 마땅히 보낼 만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방송사
를 탓하고 교회를 두둔하는 것이었다. 방송사가 손대지 않아야 할 문제를 다
루었다거나, 함부로 문제를 폭로함으로
써 교회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질타하
곤 했다.

한국의 대표적인 공영 방송사가 대중을 위하여 개최하는 교양 강좌에서 하
나님을 불신앙하는 연사가 기독교 진리를 왜곡하고 비방하는 망언에 기독교 
신자들은 분개한다. 성경의 진리와 기독교 교리를 왜곡되게 말하는 데 대하
여 교회는 당연히 기독교 진리를 변증해야 한다.그리고 방송사의 의도에 대하
여 문의하고 항의할 수 있다. 그러나 교회 안과 주변에 일어나는 순리에 벗어
나는 문제를 지적하는 일을 두고 교회가 방어적인 자세로 언론을 나무라는 것
이 과연 공정한 일이며 그것이 기독교적인 자세일까?

한국 기독교의 한 대표적인 연합회가 새 해에는 방송사에 대응할 대책 위원
회를 상설 기구로 설치한다는 얘기가 있다. 왜 그런 발상을 하는 것일까? 교
회 정화를 위한 대책을 세워야지 왜 언론사나 방송사를 상대하려는지 알 수
가 없다. 설사 언론사나 방송사가 온전하지 못한 기관이라고 하더라도 그들
은 사회의 부정과 부조리를 나름대로 밝히고 국민들이 알 권리를 그런 대로 
충족시켜 주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를테면, 비사회적인 종교 집단의 실상
을 폭로하는 
것은 우리 교회를 위해서도 고마운 일이다. 그들의 보도에 착오
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나름대로 제몫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비록 금이 
간 거울이라고 하더라도 사물을 충분히 식별할 수 있도록 비추어 주는 것이
나 같다. 그런데 거울에 비추인 우리의 일그러진 모습이 거울 탓이라고 여기
며, 그래서 거울을 가리우거나 부셔버리면, 우리의 일그러진 모습이 원상을 
회복하게 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참으로 한심한 망상일 것이다.

교회는 교회의 부조리를 지적하는 언론이나 방송사의 비판을 겸허하게 경청
하며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이 곧 세상 사람들의 눈에 비쳐진 교회의 모습임
을 인정해야 한다. 사람들의 눈에 그렇게 비쳐진다는 것이 현실임을 시인해
야 한다.
교회의 모습을 두고 세상 사람들이 일반적인 상식 선에서 얘기하고 비판하
는 것에 대응하여, 그것은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우는 것이라거나 교회의 사정
을 잘 모르고 하는 얘기라고 말하는 등 교회가 교회 내에서만 통할 수 있는 
논리로 대응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교회는 세상 사람들이 그들의 눈으로 보
게 되어 있는 세상의 빛이요 산 위에 있는 성이기 때문
이다.

교회를 치리하는 이들이 안팎에서 비판하는 소리에 귀를 막거나 비판하는 
자의 입을 막는다면, 그것은 중세 교회의 교권자들이 취하던 자세나 소행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 그래서는 교회가 부조리와 부패를 일소하거나 청산
할 수 없다. 새 해에 교회의 쇄신을, 즉 우리 자신의 새로워짐을 갈망하고 기
원한다면, 우리는 먼저 하나님 앞과 사람들 앞에서 겸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