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의 결정은 법 이전에 온 교회의 고백이어야
< 박영선 목사, 남포교회 >
지난 9월 24일, 제100회 총회에서는 ‘세계비전 두날개 프로세스’에 대해 총회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에서 조사 및 청원과 관련해, “총회에 소속한 모든 교회에서의 신앙교육이 신학적 깊이와 균형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는 것을 총회가 확인하고, 더욱 총회 소속 교회가 하나님의 은혜로 나아가고 승리할 것을 간절히 구하는 기회로 삼기로 한다”고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를 두고 “합신이 ‘두날개’에 날개를 달아주었다”라고 하거나 심지어 “합신이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렸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결의안을 상정한 박영선 목사를 만나서 이 결의안을 상정한 배경과 의미를 알아보았다. <편집자 주>
송영찬 편집국장 : 아무래도 이번 제100회 총회에서 초미의 관심사는 ‘세계비전 두날개 프로세스’에 대한 총회의 결의문이라고 여겨집니다. 이와 관련해 본 결의안을 좀 더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집니다.
박영선 목사 : 그 전에 먼저 총회 석상에서 과한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총회장님을 비롯해 총대님들과 전국 교회 앞에 정중히 사과를 드립니다. 특별히 중서울노회 총대 김용주 목사님에게 이 자리를 빌어 정중히 사과를 드립니다.
송 국장 : 네, 목사님의 진심을 잘 전달하겠습니다. 이번 총회 결의안을 상정하게 된 배경이 궁급합니다.
박 목사 : 우리 교단은 그동안 ‘바르게 하고, 잘 하자’라고 하는 일에 급급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정작 ‘바른’이라는 말에 대한 적극적인 의미를 잊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우리들이 합동측 총신에서 나올 때에는 우리의 정체성이 무엇인지를 잘 알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길을 너무 쉽게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것이 진리다”라고 말하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반면에 “그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기 전에 신학과 신앙과 생활을 보호해 주어야 합니다. 이렇게 해서 긍정적인 정체성을 함께 세워나가야 합니다.
이번 총회 결의안이 두날개의 이단 결의를 무산시켰다고 말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는데 ‘바른’이라는 개념의 긍정적 정체성을 먼저 확립하는 것이 더 절실했던 것입니다.
송 국장 : “이번 기회에 보다 긍정적인 우리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총회 결의문이 의미 있는 결정이었다는 말씀인지요.
박 목사 : 그렇습니다. 우리 합신은 대부분 진실하고 순진한 반면에 총회와 조직을 이끌고 감당하는 실력 면에서는 부족한 점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누구를 정죄하기 이전에 우리가 내보여야 할 긍정적인 정체성, 곧 예수를 그리스도로 고백하는 교회로서 고고한 생명과 찬란한 영광을 드러내는 실력이 필요합니다.
참된 지혜는 솔로몬의 지혜에서 보는 것처럼 우리 주님은 생명이 자라고, 승리하고, 완성케 하십니다. 그것이 하나님의 지혜입니다. 반면에 심판은 보복적 의미가 강합니다. 마르고 썩고 무가치한 것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예수를 믿고 긍정적으로 생명의 의미와 그 안에 담겨 있는 영광을 드러내는 일에 힘써야 합니다. 곧 이단 판결이나 분별과 같은 일보다는 적극적인 자세에서 긍정적인 일에 힘을 쏟아야 합니다.
우리는 이미 진리 안에서 서로 합의를 한 사람들입니다. 그것이 우리 교단이고 총회입니다. 그래서 이번 총회 결의안은 타협안이라기보다는 함께 살리고 세우는 일에 힘쓰자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보다 큰 방향을 놓고 다른 교단과 차별화되고 긍정적인 결론을 도출해 내는 실력을 이번에 쌓은 것입니다.
총회의 결정은 법리적 이해 이전에 교회의 고백과 같이 숭고한 정신이 담겨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법이 강제로 질서를 잡게 하는 것보다 총회의 결의를 통해 기독교 신앙을 보이고, ‘선과 악’의 선택 이전에 우리 인격의 성숙을 보이는 길을 먼저 갈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송 국장 : 결국 법으로 기독교 신앙을 강제한다는 방식은 저급한 정치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보다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방법을 이번 총회 결의에서 나타났다고 할 수 있는지요.
박 목사 : 그렇습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 합신은 성숙해야 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총회 결의는 목사와 장로들이 합의한 것이며 그 안에 기독교 신앙을 보이고 신앙고백적인 정신이 담겨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이번 총회에서 이와 같은 결의를 한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바람직하고 기쁜 일입니다. 지금까지 한국장로교 총회에서 찾기 쉽지 않은 역사적인 결의를 우리 총회가 이끌어 낸 것입니다.
기독교 신앙에는 인격이 담겨 있어야 합니다. 인격이 추상적으로 나갈 때에는 무정해집니다. 하나님은 자신의 원칙과 정의에서 결코 인격과 분리되지 않으십니다. 인격이 결여되면 색깔 논쟁이 되고 공포 정치로 가게 됩니다.
하나님은 죄인을 대상으로 영광의 찬송을 받으시는 상대로 삼으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신앙과 신학에서 보다 성숙하게 하나님의 영광과 그 찬란함을 나타내야 합니다. 이게 일상에서 증거 되어야 합니다. 곧 선과 악의 선택 이전에 인격의 변화로 나타나야 합니다. 그 결정체가 바로 용서입니다.
송 국장 : 여기에서 추상적 신앙이 아닌 구체적이며 긍정적인 신앙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겠습니다.
박 목사 : 우리는 우리와 다른 길을 가는 사람들을 쉽게 정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반면에 그들을 견디어내며 그들이 생명으로, 그리스도의 영광으로 돌아올 수 있는 길을 기다리기란 그리 쉽지 않습니다.
정죄는 쉽습니다. 반면에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용서는 그들을 견디며 끝까지 함께 가겠다는 책임을 져야 합니다. 여기에서 우리에게 신앙의 성숙이 나타납니다. 곧 하나님께서 이 일을 하실 것이라고 하는 그 믿음이 바로 구체적이며 긍정적인 신앙입니다.
송 국장 : 그렇다면 이번 총회 결의안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지요.
박 목사 : 물론 이번 두날개에 대한 합신의 결의가 그리스도의 영광을 드러내기에는 많이 미약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단이라고 판별하기에 앞서 한번정도 더 숨을 고를 수 있게 된 것과, 이로 인하여 두날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는 목사들과 교인들이 보다 성숙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기대를 가지게 된 것은 매우 깊은 의미를 가지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생각지 않은 다른 길을 열어주시는 분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먼저 하나님과 교회의 영광을 향해 함께 나아가야 합니다. 분노가 아닌 감사가 나와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총회 결의문이 하나님의 은혜를 담는 그릇으로 사용되기를 바랍니다.
송 국장 : 이번 총회의 결정이 보다 성숙한 교단으로 성장하기 위한 지평을 새롭게 여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