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벌 우상의 중독에서 벗어나자
최근 수도권 시청률 20%를 넘어선 한 방송사의 드라마 ‘스카이(SKY)캐슬(城)’이 여전히 시중의 화제이다. 현실과 허구를 넘나들며 우리 사회 상위 0.01%의 부자, 기득권자들의 학벌 탐욕과 ‘입시 공화국’ 대한민국의 민낯을 낱낱이 조명한 이 드라마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도 성찰을 요구한다.
고교 1학년 때부터 일류대 입학을 위해 성적, 내신, 심리, 상담, 각종 입시에 도움이 되는 모든 일을 관리해 주는 소위 입시 코디(멘토, 컨설턴트)를 두고 1년 혹은 3년 동안 수억에서 수십억 원을 주고받는 드라마상의 모습은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이 드라마에 대해 현재 입시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는 어느 현장 관계자는 70% 정도가 팩트라고 했다. 일부 서울대 재학생과 졸업생들도 “일부 과장된 부분이 있지만 상당 부분이 사실”이라고 증언했다.
드라마 상의 학생들은 사람이 아니라 공부 기계에 불과했다. 부모들도 오직 자녀들을 일류대에 보내 대대로 좋은 직업과 지위와 집, 좋은 것들을 누리며 살도록 하는 것이 전부였다. 이들의 인생관과 성공관의 결론은 오직 물질이었다. 일류대에 입학 못하면 인생의 실패와 불행으로 이해했다. 공부도, 일류대에 가려는 것도 오직 물질 때문이었다. 서민들의 삶과 가정과 가치관과는 딴판이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드라마에 나오는 공부와 학벌지상주의는 현실에서도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드라마를 보며 한편으로는 안쓰럽고 불쌍했다. 우리는 진리를 통해 인생의 참된 목적과 행복과 소망이 공부, 학벌, 일류대, 돈, 지위가 아님을 알고 있다. 그런 가치관은 헛되고 헛된 것임을 잘 안다. 현재 대한민국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안학교까지 포함해 대부분의 중고생들이 집단 사육을 당하는 동물들처럼 닭장과 같은 학교와 학원 강의실에서 입시공부라는 먹이만을 주워 먹고 사는 자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듯하다.
상당수 학부모, 학교, 학생들이 일류대와 학벌 중독과 탐심과 탐욕에 빠져 헛된 우상을 섬기고 있다. 그 끝은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음에도 잠에서 깨기만 하면 새벽부터 일주일 내내, 주일에도 쉬지 않고 죽기 살기로 학원과 학교와 도서관에서 밤늦도록 허상과 같은 학벌과 일류대를 잡기 위해 인생을 불태우고 있다.
성경은 말한다. 어떤 형태의 탐심도 우상이라고. 돈을 탐하는 것만이 우상이 아니다. 결국 같은 물질적 가치관과 결합돼 있지만 공부, 학벌을 탐하는 것도 우상숭배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런 것은 탐심이나 우상숭배라고 생각지 않는 것 같다. 도리어 반드시 좋은 대학교에 가고, 많은 돈을 벌고, 높은 지위에 올라가서만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겠다고 말한다. 이는 진정으로 하나님께 영광된 삶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태도이다. 솔직히 말해 사람들이 죽도록 공부하고 일류대에 가는 것은 사명의식에서라거나 공공의 이익과 정의와 정직을 추구하며 거룩하게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자기를 위해서이다. 고생하지 않고 잘 먹고 잘 살기 위함이다. 부모들도 자식들이 고생하지 않고 떵떵거리며 좋은 대우 받으며 살게 하려고 공부를 시킨다.
하지만 그리스도인들은 달라야 한다. 그리스도인의 세계관은 불신자들의 그것과는 전혀 다르다. 삶의 목적과 추구하는 것이 전혀 다르다. 불신자들은 이 땅과 이생이 전부라서 물질과 학벌에 전심전력한다. 그러나 그리스도인들은 어디서 와서 왜 살며 어디로 가는지를 잘 안다. 무엇이 헛되며 헛되지 않은 것인지를 잘 안다. 현세와 내세를 믿고 소망하며 살고 모든 영역의 탐심과 탐욕을 배격하며 사는 자들이다. 공부를 잘해 일류대에 가고, 졸업 후에 좋은 직장과 보수를 받고, 캐슬과 같은 특별한 계급과 구역에서 살면서 잘 먹고 잘 누리고 살다 죽는 것이 인생의 목적이며 그것이 성공이요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자들이 아니다. 어느 대학을 나왔든 빈부와 지위고하를 떠나 오직 주님을 위해 그 말씀대로 순종하며 사는 것을 최고의 성공과 행복과 가치로 여기며 사는 자들이다.
따라서 우리는 오직 공부와 학벌, 일류대만을 위해서 살지 말고 탐심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자녀들을 가르쳐야 한다. 학교 정규 시간에 최선을 다해 공부하되 그 이상은 탐하지 말아야 한다. 부득불 학원과 과외가 필요하다면 잠시 보습차원에서만 해야 한다. 주일날은 공부를 쉬며 거룩하게 지내고 밤늦도록 공부하지 않아야 한다. 일이든, 공부든 노동이든 과로는 성실함이나 바른 일이 아니라 과욕이고 탐심이다. 더구나 주일에까지 그에 몰두하는 것은 하나님이 기뻐하지 않으신다.
그리스도인들은 각기 하나님 중심의 신앙의 기초 위에 받은 은사와 자기 능력에 맞게 즐겁게 공부하고 인격을 도야하며 진학과 취직을 하여 최선을 다해서 살면서 자기가 서 있는 곳에서 하나님을 영화롭게 해야 한다. 그것이 성공이요 복된 삶이다. 세상의 공부와 학벌은 잠시 있다 사라지는 안개이다. 그런즉 세상의 물결이 아무리 그렇게 흘러도 우리는 그런 것에 속아 휩쓸리거나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신학기가 되어 학생들과 부모들 모두 다시 초조함과 긴장 상태에 접어들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소위 ‘SKY 캐슬’이라는 학벌 우상의 중독에서 벗어나 따로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