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조대현-나비>
시<詩>
나비의 소녀
< 황금찬 시인 >
그 나비의 소녀도
지금쯤 늙었으리
구름의 언덕에서
장미의 노래를 부르던
나비의 소녀
내가 염소를 몰고
언덕을 오를라치면
소녀는 단발머리를 바람에 날리며
한 떨기 장미꽃을 부르곤 했었지
6월은
우리들을 슬프게 했었네
소란스러운 강물
6월은
나비의 소녀는
지금 어느 언덕에서
날고 있을까
구름은
피어 있는데
장미의 노래는
들려오지 않네
<사진-연합신문>
* 황금찬 시인(1918-2017)은 1953년 「문예」지에 박목월 시인의 추천으로 등단 후 2017년 4월 8일 향년 99세로 별세할 때까지 기독교적 감성을 바탕에 두고 사물과 삶을 아름답게 성찰한 시들로 많은 독자들을 소유했다. 크리스천문학가협회 회장을 역임했고 한국기독교 문학상, 서울시 문화상, 대한민국문학부문문화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현장」 「오월의 나무」 「분수와 나비」 「추억은 눈을 감지 않는다」를 비롯한 총 39권의 시집을 상재하였다. ‘나비의 소녀’는 6.25 동족상잔의 슬픔을 함께 겪은 불우한 전쟁 세대를 위한 애도와 위로의 노래이다. 비극 속에서도 순수와 희망을 잃지 않으려 했던 시인의 마음이 애잔하게 스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