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개척자로 부르심을 받다_박용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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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개척자로 부르심을 받다

 

박용주 목사/ 전남노회 나주혁신장로교회

2014년 6월 1일, 개척자의 집 거실에서 박용주 목사 가정
을 중심으로 시작한 나주혁신장로교회는 지난 주일 공동
의회 기준, 세례 등록 교인 200여 명의 공동체로 자라났습
니다. 이와 더불어 다음 세대 170여 명이 매주 예배의 자리
를 함께 채우고 있습니다.

2026년 1월 4일, 나주혁신장로교회 공동의회의 안건은
‘분립 개척’이었습니다. 교회를 개척하고 12년 7개월 동안
섬겨 온 제가 분립 개척 교회의 계획에 포함되어 있었습니
다. 결과는 찬성 92퍼센트. 제게는 많은 의미가 담긴 놀라
운 숫자였습니다.

담임목사가 분립 개척을 한다는 소식에 목회자 지인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갈래였습니다. 축복과 격려를 보내 준 이들
도 있었지만, “과연 교회를 위한 선택인가?”, “지금 교회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은 아닌가?”라며 우려를 전한 이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모두 저와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건
넨 말들이었습니다. 그러나 2024년 11월 임직식 이후 제게
주어진 하나님의 부르심은 점점 더 분명해졌습니다. 저는
다시 한번 개척자로 부르심을 받았다는 확신에 이르렀습니
다. 그 부르심에 순종하고자 2025년 3월에 제 뜻을 교회
에 나누었고, 지난 10월부터 ‘분립개척준비위원회’(이하 분
개위)를 구성하여 공동체적 분별 과정을 거쳤습니다.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안정기에 접어든 교회의
담임목사가 다시 개척을 선택한다는 사실은 교우들에게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었습니다. ‘교회 안의 어려움
이나 관계의 문제를 피하기 위한 선택이 아니냐’는 오해의
시선도 있었습니다. 리더십 전환에 대한 염려, 오랫동안 쌓
아 온 영적 우정을 잃게 될지 모른다는 걱정이 자연스럽게
교우들의 마음을 채웠습니다.

분개위와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중에 저와 위원회 모두
각자의 도전 앞에 서야 했습니다. 보상 심리와 보존 심리의
도전이었습니다. 지체들의 말과 생각 하나하나가 지난 13
년의 사역을 평가받는 성적표처럼 느껴졌습니다. 지지를
통해 제 사역이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 분립된 교회와 우
리 가정을 위한 물질적 지원을 사랑의 크기와 보호로 연결
해 해석하려는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고민이 깊어지던 중, 하나님께서는 가데스에서 모세가
바위를 쳐 물을 내는 장면을 통해 제 마음을 비추어 주셨
습니다(민 20:1~13). “용주야, 너의 감정을 앞세우지 말고,
이 과정을 통해 나의 거룩함이 드러나면 좋겠구나” 제 안
에 하나님을 향한 온전한 믿음이 없었고, 그 불신이 주님
의 거룩함을 드러내지 못하게 하고 있음을 깨닫게 하셨습
니다.

분개위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파송할 때 한 번만 헌금
해 주십시오. 그 이후에는 어떤 재정적 지원도 받지 않겠습
니다.” 이 말은 멋있어 보이기 위해 한 말이 아니었습니다.
영적인 아버지가 자신들을 두고 떠나는 것처럼 느끼며 아
파하는 교인들의 마음을 깊이 이해했기 때문입니다. 주님
은 보상 심리로 가득했던 제 마음을 교회를 보호하려는 마
음으로 바꾸어 주셨습니다. 물론 제 죄성은 여전히 그 마
음을 갉아먹고 있었지만, 주님은 그 오염된 결단 속에서도
일하고 계셨습니다.

분개위 역시 쉽지 않은 도전 앞에 서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을 숨김없이 나누었을 때, 하나님께서는 그들의 마
음에도 동일하게 역사하셨습니다. 교회를 지키고자 했던
마음은 어느새 저를 보호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변화되었
습니다. 이 과정은 두 차례의 전 교인 설명회에서도 반복되
었고, 마침내 하나님께서는 교회 전체의 마음을 움직이셨
습니다.

투표 결과를 확인하던 순간, 온 교회가 함께 놀랐습니다.
찬성 92퍼센트. 그 숫자는 단순한 결과를 넘어 서로 다른
마음을 하나로 모아 주신 하나님의 손길에 대한 응답처럼
다가왔습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교회
의 하나 됨을 지키는 일이었습니다. 화평이 깨어지지 않도
록, 우리는 그 시간들을 기도로 건너왔습니다.

이제 저는 1월 중 성인 20명으로 ‘나주숲교회’ 개척 멤버
를 구성하려 합니다. 2월과 3월에는 그들과 함께 준비 기
간을 보내고, 4월 중 파송 예배를 드릴 계획입니다. 나주혁
신장로교회는 담임목사 청빙 절차를 진행 중이며, 그 과정
또한 차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목
사님을 때에 맞게 세워 주실 것을 믿습니다.
저와 나주혁신장로교회의 걸음을 기도로 기억해 주시기
를 부탁드립니다. “내가 주님의 숲이 되는 교회, 나주의 숲
이 되는 교회” 나주숲교회를 위해서도 기도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