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하나님 앞에 서자

0
2

하나님 앞에 서자

 

이재헌 목사 HIS 회장, 경기중노회 새과천교회

 

어김없이 이 시간이 찾아왔다. 숨 가쁘게 달려오던 시간을 뒤로 하고 새로운 시간을 맞는 전환의 시간이 우리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어제나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똑같은 시간인 듯하지만, 전혀 같지 않은 새로운 시간이 시작된다. 이 소중한 순간에설 때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셀 수 있는 시간의 개념을 주신 것을 크게 감사한 다. 이 순간을 맞을 때마다 겸허히 지나간 시간들을 돌아보게 되고, 그 순간들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고, 새로운 기회를 맞는 결단을 하는 특별한 은혜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달리는 열차의 창가를 스치는 풍경처럼 바쁘게 뒷걸음치는 기쁘고 좋았던 일들, 안타깝고 힘들었던 일들, 아쉽고 애잔한 순간들이 거침없이 등 뒤로 사라져 간다.
이 모든 것을 ‘역사’라는 이름의 페이지에 남겨두고, 이제 새로운 장을 펼치는 마음이 사뭇 설레기도 또한 두렵기도 하다. 아마 이런 마음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새해 첫날에 ‘해맞이’라는 이름으로 나름의 의미를 찾아 떠나는가 보다. 하지만 우리 믿음의 성도들은 피조물인 해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만물의 주인이신 하나님을 바라 보며 다가오는 새로운 시간을 맞이함이 큰축복이라 확신한다. 이제 우리 앞에 어떤 삶이 펼쳐질 것이며, 나는 어떤 모습으로그 순간들 속에 서 있을까? 기대와 소망을 품으며 가장 먼저 서고 싶은 곳이 여기 있다. 바로 ‘하나님 앞’이다.

하나님의 절대명령에 순종의 길을 나서 는 아브람에게 전능하신 여호와가 명하신 코람데오(CORAMDEO)의 자리가 이 시점에 우리가 서야 할 가장 거룩하며 복된 자리가 될 것이다. 하나님 앞에서 지나간 시간을 생각하며, 하나님 앞에서 지금 내모습을 두루 살피며, 하나님 앞에서 새로운 결단을 감당해야 할 순간이 바로 지금 이다. 그 자리는 야곱이 이스라엘이 되던 바로 그 자리였다. 20년 만에 돌아오는 고향길, 만감이 교차하는 가운데 형을 만나 려는 야곱이 밤새며 씨름했던 얍복 강가의 현장에서 들려왔던 바로 그 소리, “네가 하나님과 및 사람들과 겨루어 이겼다. 넌 이제 이스라엘이다.” 도무지 이길 수 없는 하나님을 대항하려던 자에게, 온갖 지혜와 욕망을 앞세워 자신의 것을 소유하려는 인생에게 ‘이스라엘’이라는 최고의 경고와 은혜의 상장을 주신 하나님을 이제 우리가선 이 자리에서 바라보아야겠다.

이 자리에서 우리가 지나온 발자국들을 하나씩 세어보자. 얽혀버린 실타래처럼 도무지 답을 찾을 수 없을 것같은 국가적 현안, 기준을 잃고서 무중력 상태의 허공을 떠다니는 조각들 같은 사회적 가치관, 깊은 터널을 끝없이 달리지만 좀처럼 빛이 보이지 않는 개인의 소망들, 나열하기조차 힘든 많은 소망들을 모두 안고 우리가 서야할 곳은 바로 하나님 앞이다. 이 자리에 서서 생각하자. 무엇이 지금의 나를 여기에 이르게 했는가? 하나님 앞에서 하나님 아닌 다른 어떤 것도 나를 움직이지 않도록 하자. 고요히 하나님 앞에 서서 나를 바라 보자. 지금 여기에, 그리고 이후로 전개되는 그현장들이 그리 환하고 즐거울 것 같지만은 않다고 많은 사람들이 입을 모으지만, 하나님의 사람으로 다가오는 순간들을 기대 하며 믿음의 가슴으로 이 시간들을 두 팔벌려 안으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분 앞에서는 바로 이것이다. 가장 거룩 하게 가장 정확하게 그리고 가장 온전하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바로 하나님 앞에 서는 코람데오의 고백이다.

화려한 조명과 흥겨운 캐럴, 따뜻한 축복과 기쁨의 선물, 알 수 없는 흥분과 즐거운 웃음에 밀려나서 이젠 흔적조차 찾기 어려운 성탄의 모습을 바라보며 탄식의 숨을 내쉰다. 당연히 보여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인데, 어느 순간 있어야 할 곳에서 사라진 십자가를 찾아보려 눈을 비벼본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다. 아니 더 당당히 십자가를 내세우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이 전혀 부끄러운 줄 모르고 소리를 높이는 현실이다.
그렇지만 참된 생명의 의미와 사랑의 기쁨을 회복하는 노력을 포기하지 말자. 생명의 시작이 없이는 어떤 소망의 시간도 오지 않을 것이다. 세상을 정죄하고 탓하기 전에, 신학적 논쟁으로 설득하기 전에 내가 먼저 하나님 앞에 서서 자신을 돌아 보며 회개하며 애통하며 결단하자. 우리를 위하여 생명으로 오신 하나님을 바라보며 오직 하나님 앞에 서는 우리가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