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합신의 과제-복음의 파수와 교회의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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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합신의 과제

-복음의 파수와 교회의 회복-

 

우리 합신 교단과 신학교가 지금까지 누려온 하나님의 은혜를 돌아보면서 당면한 오늘의 과제들을 생각해본다. 무엇보다도 복음을 전하여 하나님께서 선택하신 영혼을 교회로 모으는 일은 영구불변한 교회의 핵심 책임이다. 죄인을 구원하는 일에 게으르거나 무관심한 교회는 그리스도의 명령에 충성된 종이 아니다. 죄인을 구원하는 일은 불신자를 믿음으로 초대하는 전도와 더불어 연약한 신자의 영혼을 든든히 세우는 일을 포함한다. 이러한 교회의 책임을 바르게 이행하기 위하여 우리의 관심과 초점은 항상 종교개혁과 개혁신학에 두어야 한다. 이점에 실패하면 교회에 부여하신 그리스도의 뜻을 바르게 이행할 수가 없다. 이것은 특별히 하나님께서 합신총회와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를 복음의 일꾼으로 부르신 이유일 것이다.

종교개혁이 교회와 신앙을 새롭게 세운 가장 중심적인 원리는 인간의 공로가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말미암는 구원과, 그 구원을 담는 참된 교회의 회복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이 복음의 정수가 다양한 현대 신학의 조류로부터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구원론에 있어서 가장 대표적인 위협은 바울의 새 관점과 새 칭의론이다. 이들은 바울의 교훈을 언약적 신실성 이나 공동체 정체성의 문제로 축소하여, 죄인을 의롭다 하시는 하나님의 법정적 선언과 그리 스도의 전가 의를 약화시킨다. 이신칭의의 복음이 인간의 사회적 신분 인정이나 공동체적 소속감으로 변질될 때, 십자가의 은혜는 더 이상 유일한 구원의 근거가 되지 못한다. 또한 총체적 선교는 복음이 사회 속에서도 실천되어야 함을 강조하지만, 개혁신학의 관점에서 볼 때 복음의 열매와 본질을 혼동함으로써 교회의 사명을 세상 개선으로 전도시킬 위험을 지닌다. 교회의 본질은 복음을 선포하여 죄인을 구원하는 데 있으며, 사회적 변화는 그 복음이 낳는 결과이지 목적이 아니다. 여기에 더해 개방신론, 과정신학, 포스트모던 신학 등은 하나님의 주권과 진리의 절대성을 부정하며, 인간의 선택과 경험을 신앙의 중심에 두려 한다. 성경의 무오성과 영감이 흔들릴 때 구원의 객관적 진리 역시 붕괴되고, 구원은 상대적 감정이나 경험으로 전락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오늘날 교회가 신사도운동, 신비주의적 체험, 감정적 예배, 그리고 비성경적 은사 강조에 교회의 성장을 의지하려는 시도를 경계해야 한다. 교회는 성령의 사역을 경험의 자극으로 오해하지 말고, 말씀과 성례라는 은혜의 수단 속에서 역사하시는 성령의 객관적 사역을 붙잡아야 한다. 신비적 열광은 잠시 교회를 부풀게 할 수는 있으나, 결국 복음의 중심을 무너뜨리고 인간의 체험을 신앙의 기준으로 만들 위험이 크다.

이러한 구원론의 왜곡은 필연적으로 교회론의 변질로 이어진다. 교회는 복음을 잃으면 존재 이유를 잃는다. 자유주의 신학과 포스트모던 교회론은 교회를 사회 문화의 산물로 만들고, 총체적 선교는 복음 선포와 사회적 책임을 함께 강조하려 하나, 실제로는 그 우선순위를 바꾸는 잘못을 범하여 교회의 본질적 사명인 복음 선포를 약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반면,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타난 근본주의적 분리주의와 순수 교회 운동은 보편 교회의 연합과 교제를 단절시키며, 자기 교회만이 참 교회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개혁신학은 보이는 교회 안에 불완 전함이 존재할지라도 말씀의 바른 선포와 성례의 정당한 시행이 있는 곳을 참 교회로 인정한 다. 칼빈이 말한 바와 같이 교회의 순수성은 완전함의 정도가 아니라 말씀과 성례의 순수함에 달려 있다. 그러므로 개혁교회는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세상과 분리를 추구하기보다, 보편 교회 안에서 말씀에 근거한 개혁을 지속해야 한다. 교회의 거룩은 분리에서가 아니라 복음의 진리에 대한 충성과 개혁의 지속성에서 유지된다.

오늘 우리는 종교개혁과 개혁신학의 구원론과 교회론 위에 서서 다시금 복음의 본질로 돌아 가야 한다. 구원의 은혜를 흐리는 모든 인간 중심적 사상과, 교회의 정체성을 약화시키는 세속적·신비적 흐름을 단호히 거절해야 한다. 동시에 우리는 보편 교회의 연합과 교제를 유지하 면서, 말씀과 성례의 순수함을 지키는 개혁교회의 정체성을 세워야 한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 께서 합신총회와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를 부르신 이유이며, 이 시대의 복음을 보존하고 전파 하며 교회를 성장하게 하는 사명을 감당하는 길이다. 우리 교단과 신학교가 출발했던 역사적 정황도 그러하였지만, 이러한 사명의 중대성은 오늘에도 여전하며, 오히려 더욱 커져가고 있다. 지금도 그때와 마찬가지로 교단과 신학교의 긴밀한 협력 관계가 절실하다. 우리 합신 교단과 신학교가 이 부르심에 충성하여 개혁신학의 정통 위에 굳게 서서, 오직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복음과 교회를 지켜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