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역사의 체계적 보존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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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역사의 체계적 보존이 절실하다

 

1981년 9월 22일, 남서울교회당에서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의 신앙과 신학적 전통을 계승 하면서 ‘바른신학, 바른교회, 바른생활’이라는 이념을 품고 시작된 합신 총회는 제1회 총회가 아닌 제66회 총회로 출발했다. 이는 단순한 새로운 교단의 창설이 아니라 한국 장로교회의 정통 신학과 역사적 전통을 온전히 계승하겠다는 신학적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로부터 44년이 흐른 지금, 그 과정에서 쌓아온 귀중한 경험과 지혜는 우리 총회의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

6년 후면 우리 총회 역사가 50주년을 맞게 된다. 그런데 우리는 이 소중한 역사를 미래 세대 에게 체계적으로 전달해 줄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합신 총회가 지난 44년 동안 걸어온 발자취는 한국 교회사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교권주의를 거부하고 오직 그리스도만을 교회의 머리로 고백하며 시작된 개혁 운동, 성경의 무오성과 하나님의 주권을 확고히 믿는 개혁주의 신학의 확산, 그리고 신앙과 삶이 일치하는 경건 운동의 전개 등은 모두 우리가 소중히 간직해야 할 영적 유산이다.

이런 소중한 역사는 이제 디지털 시대에 맞는 형태로 잘 정리되고 보존될 필요가 있다. 설립 세대가 하나둘 주님의 부르심을 받는 현실에서 당시의 생생한 증언과 기록을 디지털 형태로 변환하고 체계화하는 일이 시급하다. 정암 박윤선 박사를 비롯한 총회 창립의 주역들이 왜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새로운 길을 선택했는지, 그들이 품었던 개혁의 비전은 무엇이었는지를 후세대가 쉽게 접근하고 활용하게 하려면 현대적인 정보 관리 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총회 정보의 디지털화는 단순한 편의성 개선을 넘어서는 역사적 책임이다. 이 작업을 통해 우리는 과거의 지혜를 현재의 의사결정에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과거의 관련 사례나 결정사항을 신속하게 찾아볼 수 있게 되고, 신임 임원들도 과거의 맥락을 빠르게 파악하여 업무에 적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모든 의사결정 과정이 투명하게 기록 되고 관리됨으로써 총회 운영의 투명성과 일관성이 크게 향상될 것이다.
디지털화된 자료는 연구자들과 신학생들에게도 귀중한 학술 자원이 될 것이다. 한국 교회사 연구나 개혁주의 신학 발전사 연구에 있어서 합신 총회 역사는 중요한 사례가 될 수 있으 며, 이런 자료들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접근 가능하다면 학문적 기여도 상당할 것이다. 이런 작업에는 총회 공식 문서뿐만 아니라 기독교개혁신보 등 다양한 자료들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공식 문서에서 찾아볼 수 없는 총회와 교회의 생생한 모습들이 각종 자료들에 기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대규모 작업은 단순한 의지만으로는 실현하기 어렵다. 방대한 양의 아날로그 자료를 고품질로 디지털화하고, 효율적인 검색이 가능하도록 체계적으로 분류하며, 안정적인 보존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경험과 기술이 요구된다. 또한 이런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적절한 인력과 예산 지원이 확보되어야 한다. 특히 설립 초기의 손글씨 문서나 오래된 인쇄물의 경우 보존 상태가 좋지 않아 특별한 주의와 전문적인 처리가 필요하다.

디지털 작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료의 물리적 상태는 악화되고, 설립 세대의 증언을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는 줄어든다. 2031년 총회 50주년을 의미 있게 맞이하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실행 계획을 수립하고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며, 전문적인 기술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우리가 지금 디지털화하고 체계화하는 이 기록들이 50주년, 100주년을 맞이할 후세대들 에게는 귀중한 영적 유산이 될 것이다. 이는 우리 총회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미래 세대에게 온전한 역사를 전수하며,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맡겨주신 개혁의 정신을 계승해나가는 거룩한 사명이다. 이제 총회와 합신 교회는 이 중요한 과제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 하고 이 책임을 실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