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잘 찍은 사진 한 장’ 같은 설교-김무곤 목사

0
2

‘잘 찍은 사진 한 장’ 같은 설교

 

김무곤 목사 경북노회 대구동흥교회

우리는 오늘날 이미지와 영상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 다. 글(텍스트)은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영상과 이미 지가 우리 삶 곳곳에 깊이 자리 잡았습니다. 우리 설교자들은 이러한 영상 시대에 성경이라는 텍스트와 씨름하며 말씀을 전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던지는 질문은 이겁니다. 과연 오늘날 같은 이미지 시대에 글 (텍스트)은 어떻게 여전히 유효하게 작동할 수 있을까?

우선 우리가 알아야 할 사실은 성경의 상당 부분이 ‘이미지’, 즉 ‘그림 언어’로 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마치 ‘잘 찍은 사진 한 장’ 같은 본문들이 여럿 있습니다. 시편 1편의 시냇가에 심긴 나무나, 시편 84편의 ‘그 마음에 시온의 대로가 있는 자’가 대표적입니다. 마음속에 시온을 향하는 넓고 큰 길이 있다는 이미지는 선명 하게 그려지며, 온갖 선한 상상력을 제공합니다. 무엇 보다 그런 이미지는 뇌리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 다. 예수님의 산상수훈 결론부에 나오는 두 집, 곧 모래 위에 지은 집과 반석 위에 지은 집 비유가 그렇습 니다. 이 두 집 비유를 마음속에 한 번 이미지화한 사람은 결코 그 비유를 잊지 못할 겁니다. 요한계시록 4 장과 5장에 나타나는 하늘 보좌 환상 또한 대표적인 그림 언어, 이미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평생 설교자로 살아오면서 저는 설교란 무엇인가를 묻게 됩니다. ‘다리 놓기로서의 설교’, ‘건축술로서의 설교’ 등 멋지고 고상한 정의들이 많죠. 하지만 저에게 설교란 ‘잘 찍은 한 장의 사진’과 같은 것입니다. 잘 찍은 사진 한 장은 그 한 장을 통해 많은 것을 전해줍니다.

첫째, 잘 찍은 사진 한 장에는 핵심과 주제가 선명합 니다. 누가 보더라도 인정할 만한 탁월한 주제 의식이 있죠. 복잡하지 않고 단순합니다. 반대로 평범하거나 망친 사진의 공통점은 산만함에 있습니다. 주변의 모 든 것을 다 담으려 하죠. 핵심을 드러내고 주제가 선명 하려면 설교를 준비하는 사람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모든 준비 과정에서 나왔던 좋은 자료와 정보들을 과감히 버리는 일입니다. 좋은 설교는 많은 것들을 내어버렸기 때문에 탄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둘째, 잘 찍은 사진에는 보이지 않는 규칙이 조용히 자리합니다. 화가들이 그림을 그릴 때 구도가 중요합 니다. 구도는 눈으로 보이지 않지만 강력하게 작동합 니다. 삼각형 구도를 취하거나 역삼각형, 혹은 대칭 구도가 적절히 자리할 때 그 사진을 보는 이들의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대지 설교를 할 것인지, 이야기 설교를할 것인지, 수필식으로 할 것인지 이미 강단에 서기전 설교자의 가슴에는 설교의 구도가 다 들어있어야 합니다. 견고한 구도는 설교자를 크게 안정시킵니다.

무엇보다 열정에 사로잡힌 순간에서도 설교자가 가야할 방향을 알려줍니다.
셋째, 잘 찍은 사진은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그냥한 번 보고 잊히는 것이 아니라 진한 여운을 남기죠.
다음에 또 들여다보고 싶고 계속 보고 싶은 그런 것입니다. 나는 나의 한편의 설교가 진한 여운을 남기는 그런 설교이길 소망합니다. 언어의 발설로 끝나버리는 것이 아니라 본당을 떠나면서도 그날의 그 설교의 여운이 성도들의 뇌리 속에 남기를 바랍니다.

저는 제 한 편의 설교가 ‘잘 찍은 사진 한 장’ 같기를 소망합니다. 여운을 남기고 생각보다 많은 것을 말해주되, 그 선명한 이미지가 고스란히 마음에 남는 설교, 그런 설교를 하고 싶습니다. 그 ‘잘 찍은 한 장의 사진’과도 같은 설교를 위해 저는 오늘도 본문과 씨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