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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터 뷰_안상혁 합신 신임 총장
따뜻한 기도의 후원자가 되어 주십시오
일 시 : 2025년 2월 25일(화) 오전 10시장 소 : 합신 총장실대 담 : 안상혁 총장(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김학인 목사(기독교개혁신보 편집국장)
▲김학인 편집국장(이하 편집국장) : 제12대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총장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먼저 소감을 말씀해 주십시오.
△안상혁 총장(이하 총장) : 감사합니다. 사실 축하라는 말이 마음에 와닿지 않습니다. 제가 총장으로 선임되었다는 소식에 아마도 많은 분이 당황하셨을 것입니다. 저 역시 그랬으니까요.
한편으론 ‘신학교가 위기에 처했구나’라는 생각이 확인되었을 것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시는 주님의 일하심을 기대하는 마음이 증폭되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생각합니 다. 이러한 기대를 가지고 이사회와 학교가 젊은 총장을 세웠을 것으로 이해합니다. 지금 저는 어느 유서 깊은 교회에 부임한 아직 미숙한 담임 목사의 처지와 유사합니다. 일하라고 젊은 종을 뽑아 중책을 맡겨주셨으니, 열심히 일하겠습니 다. 모든 면에서 부족하고 경험이 부족한 사람입 니다만 질그릇을 통해 오히려 온전한 영광을 취하실 주님을 기대합니다.
▲편집국장 : 우리 시대에 합신의 존재 의미와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총장 :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먼저 목회의 본질을 규정하는 것이 선행해야 한다고 생각 합니다. 신학교는 일차적으로 목회자를 양성하는 기관이기 때문입니다. “내 어린 양을 먹이라, 내 양을 치라, 내 양을 먹이라.”우리 주님께서 요 21:15-17에서 베드로에게 주신 명령입니다. 주님은 대위임령에서 교회의 전도와 선교적 사명을 강조하셨다면, 본문에서는 목회의 본질이 무엇인지 가르치십니다. 주님의 양 떼를 잘 먹이고 목양하는 것이 목회의 본질입니다. 그렇다면 신학교는 주님의 양 떼를 잘 먹이고 목양하는 사역 자를 배출하는 데 존재 이유가 있다고 말할 수있습니다.
특히 겔 34:14이 말하는 ‘좋은 꼴’과 ‘살진 꼴’ 을 먹이는 사역자를 배출하는 것에 합신의 고유한 역할과 목적이 있다고 믿습니다. ‘좋은 꼴’은 정크푸드가 아닌 자연식입니다. “방부제나 인공 색소 따위를 넣지 아니한 자연 그대로의 식품” 이 ‘자연식’의 사전적 정의입니다. ‘자연식’은 종교개혁자들이 외친 ‘오직 성경’(Sola Scriptura) 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입 니다. 특별 계시인 성경만이 신적 권위를 갖는 무오한 진리입니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에 기록된 모든 신학적 진술에는 성경의 근거 구절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이를 통해 바른 신학은 ‘오직 성경’에만 근거함을 가시적으로 보여주고 있 습니다. 중세 로마 가톨릭 교회는 성경의 가르침에 온갖 종류의 인위적인 요소를 뒤섞었습니다.
일례로 피터 롬바르드의 『명제집』에서 7개 성직의 근거는 성경이 아닌 ‘거룩한 교부의 글’(Bk.4, Dist.24, c.1-3)이라고 밝힙니다. 심지어 정경은 오로지 집사직과 장로직만을 가르친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Bk.4, Dist.24, c.12) 성경보다 교회의 전통을 앞세우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이 자연식이라면 『명제 집』은 정크푸드라고 비유할 수 있습니다.
합신이 추구하는 개혁신학은 자연식에 해당하는 ‘좋은 꼴’과 ‘살진 꼴’을 먹이는 좋은 목자를 양성할 수 있습니다. 먼저 합신의 재학생들에게 개혁신학의 ‘좋은 꼴’과 ‘살진 꼴’을 먹일 필요가 있습니다. 합신에서 훈련받은 사역자들이 섬기는 교회는 ‘좋은 꼴’과 ‘살진 꼴’을 제공하는 교회가될 것입니다.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임을 온전히 믿고, 오직 성경 말씀의 좋은 꼴을 먹이며, 오직 성경이 가르치는 대로 목양하는 교회가 바로 합신 교회의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주린 영혼들이 자연식 맛집으로 소문난 전국 곳곳의 합신 교회에서 ‘살진 꼴’을 먹으며 생명을 주는 말씀으로 배부르고 활력을 얻어, 마침내 한국 교회 전체가 건강해지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소망합니 다. 이 소망이 곧 우리 시대에 합신이 존재해야만 하는 이유이자 소명이라고 확신합니다.
▲편집국장 : 합신 총장으로서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일하실 계획이십니까?
△총장 : 지금까지 잘 감당해 온 합신의 장점은 그대로 살리고 다소 부족했던 약점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교수님들이 열심히 연구하고 부지런히 가르치며 학생과 함께 경건에 힘쓰는 것, 그리고 학생이 수업을 통해 성경과 바른 신학을 잘 배우는 것이 합신의 주요한 강점입니다. 한편 대다수 신학교가 가진 약점은 “내 양을 치라”는 주님의 명령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학교에서 학생들은 주로 성경을 배우거나 신학적인 지식을 쌓는 것에만 만족하기 쉽습니다. 신학교에서 목회적 돌봄을 경험적으로 배웠다고 고백하는 졸업생은 거의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이 면에 서는 합신도 예외가 아닙니다. 목회자 양성 기관 에서 목회의 본질을 몸으로 체득하지 못한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합신이 태동했을 무렵, 정암 박윤선 목사님은 스스로를 ‘실패한 신학교수’로 인식하셨다는 사실을 작년에 개최한 제36회 정암신학강좌에서 처음 알게 되었 습니다. 정암은 그동안 주석 집필에만 전념하느 라고 개인적인 차원에서 학생들과 인격적인 관계 를 맺고 이들을 돌보는 일에 소홀히 했음을 깨닫고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합신에서 정암은 전환 점을 마련했습니다. 이제 정암은 학생들을 개인 적으로 돌보려고 노력했고, 늘 가지고 다니는 두꺼운 수첩에는 제자들을 위한 기도제목을 빼곡 하게 적어 놓았다고 합니다.
이제 저는 정암이 합신에서 의미 있게 시작한 목회적 돌봄을 발전적으로 계승하고자 합니 다. 합신의 자랑인 HMS(Hapshin Mentoring System, 교수와 학생간 긴밀한 관계 속에서 삶의 고민을 나누고 코치를 받는 시스템)가 지속 적으로 활성화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총장이 담임 목사의 마음으로 학생들을 목양하 겠습니다. 적어도 일 년에 한 차례씩 M.Div. 과정에 있는 모든 학생을 면담하여 개혁파 목회자로 잘 훈련받을 수 있도록 개별적으로 돕도록 하겠습니다. 겔 34장이 묘사하는 연약한 자, 마음이 병들었거나 상한 자, 길을 잃은 학우에게는 전문적인 상담을 포함하여 필요한 목회적 돌봄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각자의 기도 제목을 받아 전체 학우들과 함께 기도하며 기도 공동체의 모습을 회복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사실 이는 M.Div. 재학생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에 의미 있게 시도할 수 있는 변화이기도 합니다. 현재의 위기를 (그동안 신학 교육에서 꼭 필요했음에도 현실적 한계로 인해 실천하지 못했던) 목회적 돌봄을 체계적으로 제공 하는 모델을 만드는 기회로 삼는 일은 합신이 감당할 수 있고, 또 감당해야 할 소명이라고 생각 합니다.
합신이 신학교의 본질적인 사역에 집중하여 양질의 사역자를 배출하는 역량을 갖춘다면, 우리 주님께서 필요한 만큼의 예비 사역자들을 학교에 보내주시리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필요한 재정도 채워 주시리라 믿습니다. 물론 학교로서는 이를 위한 구체적이며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 하는 데 노력해야겠지요. 이에 대해서는 다른 질문 항목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편집국장 : 교회가 필요로 하는 훌륭한 일꾼 들을 배출하는 합신을 만들기 위해 총장님은 앞으로 어떻게 하실 계획이십니까?
△총장 : 교회는 교회 안의 어린 신자와 성숙한 신자 모두를 잘 먹이고 목양할 수 있는 유능한 사역자를 필요로 합니다. 요 21:15의 ‘어린양’ 은 헬라어로 아르니아(ἀρνία)입니다. 17절에 나오는 ‘양’(πρόβατά)과는 구별됩니다. ‘아르니아’는 아주 ‘어린 양’을 의미합니다. 양 떼 가운데 이제 막거듭난 초신자나 영적으로 미성숙한 어린 신자 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잘 먹이라는 의도에서 주님은 ‘내 어린 양’을 구분하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린 양에게 필요한 꼴은 ‘순전하고 신령한 젖’(벧전 2:2), 혹은 히 5:12와 6:1에 기록된 ‘하나님 말씀의 초보’나 ‘그리스도의 도의 초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사역자는 자신이 섬기는 교회의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성경이 선포하는 복음의 핵심을 분명하게 이해하고, 확실한 신앙고백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고 양육해야 합니다. 신학교에 입학한 예비 사역자는 앞으로 교회에서 이 사역을 능숙하게 수행할 수 있는 목자가 되기 위해 신학교에서 잘 훈련받아야 합니다.
한편, 성숙한 양 떼에게는 앞서 언급한 ‘좋은 꼴’과 ‘살진 꼴’을 먹여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합신에 입학한 예비 사역자들은 오직 성경에 기초한 바른 신학, 곧 개혁주의 신학을 분명하게 이해하고 선포하며, 양 떼에게 개인적으로도 잘 먹이는 목자로 훈련받아야 합니다. 저는 학생을 개별적으로 면담할 때마다 목회적 돌봄을 제공하는 것과 더불어 합신에서 매 학기 자신이 배운 개혁신학의 내용이 무엇인지 확인할 것입니다.
성경 신학과 조직/역사 신학, 그리고 실천 신학 수업을 통해 학생은 매 학기 개혁신학에 대한 이해의 깊이와 넓이를 넓혀가야만 합니다. 학교는 학생이 개혁파 사역자의 양심을 형성해가는 일을 적극적으로 지도하고 도울 것입니다.
▲편집국장 : 합신 교단과 신학교의 긴밀한 협력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에 관해 말씀해 주십시오.
△총장 : 합신 교단과 신학교의 관계를 특히 두차원에서 긴밀한 관계로 발전시키겠습니다. 첫째, 합신 교회에 사역자를 공급하는 신학교 본연의 사명에 집중하겠습니다. M.Div.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지교회에서 신학생 사역자를 구하기 힘들어졌습니다. 지교회가 예비 사역자를 스스로 찾아 훈련해야 할 시기가 이미 도래한 듯합니 다. 합신은 바이블 아카데미와 같은 온라인 강의를 개발하여, 지교회의 헌신 된 일꾼이 신학 수업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제공하겠 습니다. 사정상 지방을 떠날 수 없지만, 합신 교회에서 전임 사역자가 되기를 원하는 일꾼을 훈련 시키는 방안에 대해서도 ‘총회 미래 목회자 수급을 위한 연구 위원회’와 긴밀히 소통하며 개발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둘째, 학교와 합신 교회들이 함께 기도하는 공동체의 모습을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 다. 매달 마지막 경건회를 기도회로 전환하여 재학생과 합신 교회를 위해 기도하는 시간을 활성 화하겠습니다. 특히 ‘합신 사랑 1만 기도 후원’에 참여하는 개척교회들의 기도제목을 나누며 학생들이 목회 현장에 대한 감각과 교회 개척에 대한 마음을 형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습니 다. 교회와 학교가 서로를 후원하고 기도하는 시간을 통해 합신 교단과 신학교의 관계가 주님이 보시기에 아름답고 하나된 모습으로 발전될 수있기를 소망하고 있습니다.
▲편집국장 : 끝으로 합신 교수진과 학생들 그리고 후원자와 모든 동문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총장 : 신학교 3년 기간(M.Div.)은 일평생 교회를 섬길 사역자의 양심이 형성되는 매우 특별한 시기입니다. 특히 합신에서 주님은 개혁파 사역자의 선하고 바른 양심을 빚어가십니다. 이 양심은 마치 인큐베이터에 있는 미숙아와 같습니 다. 인큐베이터에 있는 동안은 잘 훈련된 간호사 들의 돌봄에 맡길 수밖에 없지요. 사랑하는 동문 목사님들께 부탁드립니다. 합신에 입학한 예비 사역자들에게 지극한 관심을 보여주시고, 사랑의 눈빛으로 이들을 바라보시며, 따뜻한 기도의 후원자가 되어 주십시오. 특히 신학교에서 이들이 개혁파 사역자의 양심을 형성하는 동안, 그 어떠한 비성경적인 사상이나 세속적인 가치, 그리고 정치적 영향력에 의해 감염되지 않도록 기도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들에게 신학 수업과 경건 훈련, 그리고 목회적 돌봄을 제공하는 저와 교수 들은 신학교 사역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에 기도와 후원 으로 함께 동역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끝으로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앞으로 총장실은 공사 장의 현장사무소처럼 변할 수도 있습니다. 다소 정돈되지 못한 모습으로 손님을 맞을 수도 있다는 의미에서 그렇습니다. 그러나 항상 생명력과 따뜻함이 전해지도록 여러분을 환영할 것이니 언제든 학교에 찾아와 주시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