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칼럼] 성전과 하나님 나라(2)_김진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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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과 하나님 나라(2)

김진수 교수(합신 구약신학)

 

구약에서 하나님의 성전과 인간 왕의 궁전은 항상 밀접한 관계 속에 있었다. 역대상 17:1은 다윗이 성전을 건축할 때의 상황을 다음과 같이 알려준다. “다윗이 그의 궁전에 거주할 때에 … 나는 백향목 궁에 거주하거늘 여호와의 언약궤는 휘장 아래에 있도다.” 이 말은 여호와의 언약궤가 거할 성전이 인간 왕의 궁전에 상응하는 건물이란 생각을 반영한다. 솔로몬이 성전과 왕궁을 건축한 것을 설명하는 역대하 2:1에도 같은 관점이 나타난다: “솔로몬이 여호와의 이름을 위하여 성전을 건축하고 자기 왕위를 위하여 궁궐 건축하기를 결심하니라.” 여기에는 여호와의 이름을 위한 성전과 솔로몬의 왕위를 위한 궁궐이 평행관계에 놓인다. 이러한 기술방식 배후에는 인간 왕은 여호와의 뜻을 받드는 청지기이며 실질적인 통치자는 여호와시라는 생각이 있다. 왕궁과 함께 지어진 성전은 결국 인간 왕이 다스리는 나라가 실상은 하나님 나라임을 나타낸다. “다윗 자손의 손으로 다스리는 여호와의 나라”(대하 13:8)가 이를 가장 명료하게 드러낸다.

성전에서 다스리시는 하나님의 통치수단은 무엇일까? 하나님은 성전을 건축하는 솔로몬에게 말씀으로 임하셨다.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내용은 법도와 율례와 계명에 관한 것이다.

여호와의 말씀이 솔로몬에게 임하여 이르시되 네가 지금 이 성전을 건축하니 네가 만일 내 법도를 따르며 내 율례를 행하며 내 모든 계명을 지켜 그대로 행하면 내가 네 아버지 다윗에게 한 말을 네게 확실히 이룰 것이요(왕상 6:11-12).

여기서 “내 법도”, “내 율례”, “내 모든 계명”은 모두 오경의 율법을 가리키는 표현들이다. 오경의 율법을 이처럼 삼중으로 표현한 것은 율법 전체를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율법은 법조문에 국한되지 않고 교훈과 가르침을 포괄한다. 율법이라고 번역하는 ‘토라’도 실은 교훈과 가르침을 뜻한다. 그러므로 성전을 건축하는 솔로몬에게 하나님이 말씀하신 것은 하나님의 모든 교훈과 가르침에 따라 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하나님은 성전건축을 마친 솔로몬에게 같은 말씀을 다시 하신다. 그런데 이번에는 하나님이 직접 나타나셔서 말씀하신다.

여호와께서 그에게 이르시되 … 나는 네가 건축한 이 성전을 거룩하게 구별하여 내 이름을 영원히 그 곳에 두며 내 눈길과 내 마음이 항상 거기에 있으리니 네가 만일 … 내가 네게 명령한 대로 온갖 일에 순종하여 내 법도와 율례를 지키면 … 네 이스라엘의 왕위를 영원히 견고하게 하려니와(왕상 9:3-5).

성전을 건축하는/건축한 솔로몬에게 하나님은 왜 이처럼 율법을 강조하시는 것일까? 마치 율법이 성전건축의 전 과정을 지배한다 싶을 정도로 성전건축 기사의 앞부분과 뒷부분에 율법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이러한 배치와 구성은 성전과 율법의 밀접한 관계를 나타낸다. 그것은 율법이 없는 성전은 무의미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하나님의 통치의 좌소로서 성전이 이렇게 율법과 긴밀한 관계에 있다는 것은 하나님의 통치방식과 관련하여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성전에서 펼쳐지는 하나님의 통치는 율법 곧 하나님의 모든 말씀을 수단으로 삼는다.

하나님은 율법으로 온 세상을 통치하신다. 율법을 지키면 하나님의 통치를 받아들이는 것이며 율법을 무시하면 하나님의 통치를 거부하는 것이다. 율법을 떠난 하나님의 통치가 있을 수 없듯이 율법이 없는 하나님의 백성이 있을 수 없다. 하나님의 나라는 율법을 지키는 백성 가운데 세워진다. 구약에 나타나는 성전과 율법의 연결은 율법을 통해 세워지는 하나님 나라의 원리를 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