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문화 선교에서 다문화 선교로 (사도행전 13:1~3)
조봉희 목사(지구촌교회 선교목사)
합신세계선교회 이주민선교부는 전남노회 광주 갓플리징교회에서 선교포럼을 가졌다. 최근 합동측 GMS 선교부도 제주도에서 이주민 선교포럼을 매우 심도 있게 가졌다. 통합측 선교부도 이주민선교 정책에 매우 발 빠르게 적극적이다. 우리는 선교의 새로운 패러다임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주민 선교는 미래선교와 다문화 목회의 블루오션이다. 미국 에든버러대학 교회사 교수이고 선교역사학 분야의 개척자인 고 Andrew Walls는 “한국은 이주와 세계선교의 기지다.”라고 고무적인 말을 했다. 한국인은 약 170개 국가에 퍼져 유대인 다음으로 전 세계에 분포한다. 수십 개 국적자들이 우리나라 전역에 들어와 있다. 이런 현상을 in & out 디아스포라라고 명명해 본다. 우리나라는 많이 나가고 들어오는 이주민 현장이다.
우리는 그 동안 교회와 선교단체마다 모든 민족을 찾아가 제자 삼는 사역을 해왔다. 이제는 <모든 민족>이 우리 집 문 앞에 와 있다. <온 천하 만민>이 우리 곁에 찾아온 것이다. 우리 옆집에 외국인이 살고 교회 근처에 해외 근로자와 이주민이 거주한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더욱 실감난다. 러시아의 우크라니아 침공 전쟁으로 인한 임시 체류자와 불법 거류자를 합하면 국내 외국인이 250만 명 정도다. 거기다 공부하러 입국하는 유학생은 점증하고 있다. 특히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려는 고급 인재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
한국교회는 새로운 선교의 황금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선교지를 덩굴로 옮겨주고 계신다. 이런 맥락에서 해외에 파송되었던 선교사들이 비자발적 철수로 들어온 것이 아니다. 하나님께서 선교현장의 노하우를 체득시킨 후 재배치하신 것이다. 심지어 탈북 주민들도 그 동안에는 ‘이탈’이었다면, 최근에는 ‘이민’이라는 신개념으로 북한에서 나오고 있다. 단순 탈북이 아닌, 더 나은 삶을 향한 exodus를 하고 있다. 이제는 국가를 옮기는 이민의식으로 나온다. 그들도 의연한 이주민이다. 이처럼 21세기는 이주민시대, 초문화시대다.
따라서 국내 유학생과 이주민 선교만큼은 타문화권 선교라는 용어보다는, 다문화 선교 개념으로 전환해야 한다. 21세기 유목민 이주시대에 따라 사람들의 생활패턴과 세상 구조는 이미 자문화와 타문화라는 경계선이 무너졌다. Cross-cultures에서 Multi-cultures로 변환되었다. 현대사회는 이미 다양성 속에서의 일치성(Unity in diversity)을 지향하고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의 밝은 면에 해당한다. 다양하면서도 하나 될 수 있는 것이다.
합신 세계선교회는 ‘타문화 선교’라는 용어 대신, ‘다문화 선교’라는 용어를 사용함이 적합하다고 제안해 본다. 글자도 몸무게를 뺄수록 좋고, 얼굴도 점을 빼는 만큼 아름다워진다. 타문화라는 언어적 개념은 우리와 이질문화를 뜻한다. 문화가 달라 우리하고 어울리기 어렵다는 뜻이다. 문화적 특성 때문에 서로가 서로에게 이방인이라는 개념을 함축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인종과 민족, 지역적 생활 패턴에 따른 각자의 문화, 소위 자문화(自文化)와 함께, 국경이라는 장벽 바깥의 문화를 ‘타문화’(他文化)라고 명명하였다. 소위 문화적 ‘선긋기’를 한 것이다. 그래서 ‘타문화’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타문화’라는 용어 자체가 이미 전근대적이다. 더 이상 현시대에 적합하지 않다. 우리나라의 관공서, NGO단체나 기업체에서도 ‘타문화’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들은 모두가 일관되게 ‘다문화 지원센터’라고 간판을 붙여놓고 있다. 놀랍게도 세상이 우리 기독교보다 앞서 있다.
이미 언급했듯이 결혼과 가정도 ‘다문화적이다.’ 가족구조가 인종과 민족을 뛰어넘고 있다. 현대인들은 국경을 초월하여 다인종, 다민족 결혼을 하고 있다. 이제는 국제결혼이라는 용어 자체가 구세대 표현이다. 특히 지식 계층일수록 유학이나, 해외근무, 이민 생활을 하면서 인종초월 결혼의 선두 주자로 살고 있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 박사도 미국 여성과 결혼하였다. 우리나라는 정부수립 지도자부터 다문화 가정을 이루었다. 90년 전으로 놀라운 일이다. 선진국일수록 국경 없는 결혼으로 ‘다문화 가정’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현대사회는 이들을 ‘타문화 가정’이 아닌 ‘다문화 가정’이라고 명명한다.
무엇보다도 성경은 모두가 어울리며 살아가는 다문화 정신을 기초로 한다. 구약부터 하나님 나라 개념으로 모든 인종과 민족을 끌어안고 품는 선교에 기초하고 있다. 구약이나 계시록에서도 예루살렘 성전은 동서남북으로 문이 12개다. 성경은 시종여일 누구든지, 어디서든지 쉽게 들어오도록 열린 공동체로서의 교회 본질을 보여준다. 그래서 필자는 여러 해 전부터 〈품는 선교〉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강조하고 있다. 소위 ‘보내는 선교, 가는 선교, 오는 선교’ 개념을 전제로 〈품는 선교〉를 지향해야 한다. 우리 지구촌교회 안수집사인 권의종 박사(경제학자)도 필자의 선교적 목회에 영향을 받아 국가적으로 훌륭한 제언을 하고 있다. 우리는 이주민을 마지못해 ‘받는’ 편협적 이민정책을 뛰어넘어 열린 마음, 탁 트인 가슴으로 ‘품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사도행전 13장에 등장하는 안디옥교회가 이주민선교 현장의 원형이다. 하나님 나라 선교의 표상이다. 다인종, 다민족, 다문화 선교의 원형과 표본을 보여준다. 원래 안디옥이라는 도시는 국제무역도시, 거대 상업도시였다. 따라서 다인종, 다민족들이 모여 살면서 다문화사회를 이루고 있었다. 이런 배경으로 안디옥교회는 시리아계, 헬라계, 로마계, 유대계 등 다양한 인종과 종족들이 모인 Global team으로 조직되었다. 세계 최초로 다민족, 다인종, 다문화 교회를 이루었다. 바나바는 레위지파 출신이다. 시므온이 니게르라고 불리는 것은 북아프리카에서 이주해 온 흑인 개종자임이 분명하다. 루기오는 리비아의 수도 구레네에서 이민 온 헬라계 유대인이다. 마나엔은 헤롯 왕궁에서 헤롯 안타피스와 함께 왕실 교육을 받은 왕가 출신으로 친로파다. 그리고 사울은 정통파 유대주의자였으며, 그는 안디옥 출신이 아닌 다소 출신이다. 출신과 계파가 다름을 강조한다. 특히 바나바는 연장자, 바울은 연소자였다.
이처럼 안디옥교회는 인종과 민족, 출신 성분, 종교적 배경, 신앙 경력, 교육 수준, 경제적 수치, 연령의 고하를 초월하여 예수님을 중심으로 하나 된 이상적 교회 상을 보여준다.
역사적으로 안디옥교회 교인들은 서로 출신 성분, 민족적 배경, 정치적 성향까지 달랐다. 그런데도 안디옥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복음과 성령으로 하나 되었다. 유대인과 이방인, 유색인과 무색인, 많이 가진 자와 적게 가진 자, 귀족과 평민의 차등과 담벽이 없었다. 소위 말하는 지역감정이나, 민족적 장벽, 계층적 자리다툼을 뛰어넘었다. 그들은 본토 출신과 섬사람들이 한 마음이었고, 유대인들과 헬라인들이 한 뜻이었다. 귀족과 평민들이 한 생각이었고, 친로파와 반로파도 예수님을 같은 주님으로 믿었다. 그리고 먼저 믿은 자와 나중 믿은 자들이 한 목적으로 선교비전을 품었다. 그래서 안디옥교회는 세계 선교의 교두보가 되었다. 은혜의 촛대가 예루살렘에서 안디옥으로 옮겨오는 복을 받았다. 예루살렘교회는 오순절 성령을 받았음에도 여전히 민족적 장벽을 뛰어넘지 못했다. 그래서 다인종, 다민족, 다문화 선교의 선도자인 안디옥교회를 아시아 선교, 유럽 선교, 세계 선교를 향한 Head quarter로 사용하셨다. 교회가 받은 지고의 복이다.
이처럼 성경은 하나님 나라 개념의 선교적 교회 표상을 보여준다. 따라서 21세기는 다민족, 다인종, 다문화 선교에 올인하는 교회와 목회를 필요로 한다. 기독교 초기의 위대한 선교사 바울이 에베소서에서 강조하듯이 하나님 나라 선교야말로 모두가 하나 되는 하나님의 가족 공동체(God‘s family)를 이루어야 한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교회는 다문화선교 공동체다. 그러므로 세계 열방에서 우리 곁으로 모여든 디아스포라, 이주민선교에 관하여 금세기 훌륭한 선교학자 Andrew Walls의 간결한 정의를 더욱 가슴 깊이 품기를 제창한다. 『Mission from anywhere to everywhere』 (선교는 어디에서 하든지 전 세계를 향해 나가는 것이다.)지금 내가 사는 지역과 삶의 현장이 선교지다.
합신 전남노회 광주(光州) 갓플리징교회(전득안 목사)가 이상적인 이주민 선교모델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 바로 그 현장에서 합신선교부 이주민선교 포럼을 가졌다. 자랑스런 이주민선교 표상이다. 또한 경기도 아주대학, 경기대학, 평택대학, 더 나아가서는 천안 백석대학 캠퍼스까지 중국 유학생 선교사역을 하는 장정래 선교사의 유학생교회도 이미 다문화선교 현장을 이루어가고 있다. 여러 나라 학생들과 일반인들도 함께하고 있다. 사도행전적으로 선교성장을 이루는 이주민교회로 발돋움하고 있다.
더구나 우리는 AI라는 인공지능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우리는 자신의 언어능력도 초월하여 선교할 수 있다. 지난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북유럽의 스웨덴 스톡홀름에 있는 필라델피아교회는 자기 교회 예배와 설교를 50개국 이상의 언어를 넣은 자막방송을 올렸다.
놀랍게도 전 세계에 흩어져 사는 수백만 명이 매 주마다 클릭하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회교권 나라와 사회주의 국가 통제에 있는 자들이거나,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아주 열악한 선교지 사람들이라고 한다. 21세기 획기적인 선교모델을 보여 준다. 그래서 선교는 여전히 Missio Dei, 하나님의 선교다. 세상을 지극히 사랑하는 하나님이 당신의 방법과 전략으로 선교를 진행해 나가신다. 성경 말씀 그대로 구원하심은 하나님께 있다. 따라서 우리 합신 교단과 합신세계선교회(HIS)가 한국교회의 새로운 패러다임 선교에 견인차 역할을 하면 좋겠다. 앞장서서 타문화 선교 개념을 뛰어넘어 다문화 선교시대를 선도해 나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