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세계관 커리큘럼
김증인 부목사(고양제일교회)
끝나지 않을 것처럼 보였던 코로나19가 조금씩 정리되어 가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아직 완전히 해소된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이제 이 현상을 우리는 팬데믹이 아니라, 늘 우리 주변을 맴도는 엔데믹이라 부르는지도 모르겠다. 새로 발생되어 일정 기간 동안 그 세력을 떨치다가 사그라드는, 그리고 또 다시 새로운 존재를 알리는 이러한 생성과 사멸의 반복은 우리 삶 전반에 흐르는 그 어떤 원리를 보여준다. 한편으로, 우리 성도들에게 이 원리가 완전히 낯설지 않은 까닭은 성도의 거룩하여져 가는 과정과 한 맥락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교회는 각 시대마다 각기 다른 사명이 요구되어 왔다. 사회, 경제, 정치, 군사, 과학, 인문의 경계를 허물며 교회의 역할은 언제나 현재적으로 고유한 지위를 고수해 왔다. 교회사 일반이 이 사실을 증명하여 준다. 현재적으로 언제나 역동하며 존재하는 교회를 우리는 교회의 보편성이라 말한다. 교회의 보편성의 원리는 전 세계 어느 시대에나 교회는 존재해왔다는 물리적인 차원의 이해를 넘어, 하나님의 영원의 관점에서 언제나 존재하여 온 비가시적 교회에 대한 이해이다. 칼빈에 의해 영원 전, 하나님께서 택하신 총수라 정의된 비가시적 교회는 그 존재의 절대성과 불변성을 고유한 속성으로 갖는다. 그래서 우리 교회 공동체는 하나님께 예배를 드릴 때마다 또는 삶 전반에서, 사도신경과 니케아 신경으로 교회의 보편성이 늘 현재적이라는 교리를 우리의 신앙으로 고백한다.
필자가 섬기고 있는 고양제일교회는 과연 21세기 2022년을 살아가는 가시적 교회로서 어떻게 비가시적 교회의 보편성을 현재적으로 보일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코로나 시작부터 해왔다. 2021년 5월, 필자가 본 교회에 부임하자마자, 담임목사님께서는 이 과제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를 물으셨다. 이 과제의 핵심은 코로나19라는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 아니었다. 또한, 코로나19 이후에 교회는 어떻게 공교회성을 회복할 것인가, 어떻게 돌아갈 것인가에 대한 물음도 아니었다. 이 과제는 분명히 2022년에 일산 고양동에 자리한 고양제일교회가 성경에서 말하는 교회의 보편성을 어떻게 현재적으로 감당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었다. 이런 의미에서 이 과제는 매우 실존적이며, 그야말로 적실한 현안인 것이다. 이 과제를 풀어내고자 하는 두 목사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전 교육부서 6년 커리큘럼을 설계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교역자의 이동으로 인하여 교육부서의 커리큘럼이 요동치는 일은 소위 초대형 교회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교회들이 시름하고 있는 아픔이리라.
담임목사님의 권면으로 필자는 신학을 입문하기 전, 사교육의 현장에 있었던 경험과 그간 해왔던 사역을 바탕으로 전 교육부서 6년 커리큘럼을 설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22년, 그 설계의 첫 시작은 기독교 세계관으로 정하였다. 성도로서, 기독교인으로서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어떠한 이해가 바른 이해이며, 가장 성경적인 이해인가를 가르치기로 한 것이다. 비대면으로 존재의 의미를 잃어가는 것처럼 보이고, 한편으로 억울하게 사회의 욕 받이가 되어 버린 교회의 올바른 정체성을 바로 잡고자 한 것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교회에서 선포되는 성경이 여전히 진리라는 사실을 가르치고 싶었다. 이를 통하여 우리는 진리의 배타성, 성도로서의 정체성, 교회의 존재에 대한 이해와 같은 2년 3개월가량 모호하여진 ‘구분’이 아닌 ‘구별’을 명확히 하고 싶었다.
우리는 2022년에 기독교 세계관 커리큘럼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발판이 되는 과도기적 과제가 있음을 직감하였다. 교회와 세상의 ‘구별’을 ‘구분’으로 인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작업이 필요했던 것이다. 세상에서 다루고 있는 여러 가지의 담론들은 교회와 ‘구분’되는 이분법적인 것이 아니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하나의 세계가 명확한 경계와 함께 서로 ‘구별’되어 있으며, 따라서 얼마든지 함께 소통할 수 있고, 더 나아가 교회가 세상을 품어내며 담아낼 수 있다. 이 과정을 우리 교회 공동체적 교제를 통하여 풀어내는 것이 요구되었다. 우리는 이 작업을 통하여 세상을 바르게 이해하고, 교회를 바르게 이해하며, 교회 안에서 설파되는 교리를 바르게 이해하는 일에까지 나아가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다음에야 세상에 산재하여 있는 하나님의 일반 계시의 원리를 밝히고 규명하며 성경으로 변증하여 내는 작업 곧, 기독교 세계관 커리큘럼을 2022년부터 시작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섰다.
그래서 바로 시작한 것이 교사 대학이다. 2021년 7월 우리 고양제일교회는 교사 대학을 열었다. 물론 비대면으로 온라인으로 모였다. 주제는 <교회 안 다음 세대를 위한 교회 밖 세상 읽기>로 정하였다. 세상에서 지금 다루고 있는 논의들이 무엇인지 이해하려는 시도로, 당시 화제가 되고 있던 책 ‘실력과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당신에게’와 우리 신앙의 인문학적인 풍성함을 다룬 ‘문학은 어떻게 신앙을 더 깊게 만드는가’로 온라인 교사 대학을 개강한 것이다. 현대 사회가 이전 세대가 경험하였던 소위 개천에서 용나는 식으로 움직이기 보다는 협동과 협치로 공동체적인 의식을 가진 채로, 기동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우리가 귀한 유산으로 받은 이 신앙의 형태가 결코 우리의 인간성과 전혀 상관없는 것이 아닌, 오히려 우리 인간의 가장 인간다움을 밝혀주며 경험할 수 있도록 적극 인도한다는 내용도 확인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당시 비대면 상황에서 우리는 다음 세대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으로 우리의 이러한 교제의 마음을 담아 모든 아이들에게 편지를 작성하였다. 교사로 섬기는 모든 분들이 기도하는 마음으로 정성을 담아 편지를 작성하고, 방역에 필요한 물품들과 간식들을 꾸려서 아이들의 집으로 찾아가 문고리에 걸어놓았다. 이후, 아이들과 소통하며 답답한 비대면 상황을 조금씩 풀어나갔다.
이어서 우리는 교회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기 위하여 교회로의 이해로 나아갔다. 커다란 교회론의 틀 안에서, 담임목사님께서는 청교도의 신앙과 그들의 삶을 통하여 교회를 다루셨고, 필자는 신호섭 목사의 ‘교회다운 교회’를 통하여서 교회론의 실재와 실제를 다루었다. 단 하나의 비가시적 교회를 바라보며, 가시적 교회의 참된 표지가 무엇인지, 교회 안에서 하나님 나라를 보여야 하는 교회의 책임과 의무를 다루었다. 또한 교회 내 질서와 직분을 다루면서 자신의 직분을 서로 돌아보는 시간도 가졌다. 교회의 예배를 통하여 우리의 삶인 가정과 사회, 그리고 국가에서 예배를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현하여 내는지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2022년 기독교 세계관을 진행하기 위하여 준비하는 마지막 과제로서, 우리는 교리로 나아갔다. 여러 표준 문서 가운데, 벨직 신앙고백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교회의 존재와 역할을 가장 잘 담아내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든다. 기독론으로 교회론을 더욱 풍성하게 풀어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귀도 드 브레라는 한 목사가 목양의 마음으로 진솔하게 작성했다는 점이 교회 공동체인 우리에게 적실해 보였다. 그래서 벨직 신앙고백서를 택하였다. 기존에 담임목사님께서 하이델베르크 신앙고백서를 강해하여 오셨고, 공적 예배 순서에서는 담임목사님과 필자가 영어와 라틴어를 직접 번역한 제네바 교리문답을 사용하고 있던 터라, 성도들의 표준 문서로의 접근은 아주 어렵지는 않았다. 난해해 보이는 신학적인 개념들과 논리정연한 표준 문서의 모든 문장들은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근거로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7주 동안 성경과 표준 문서를 깊이 다루면서, 그야말로 풍성한 영적 교제를 할 수 있었다. 비대면으로 서로의 삶을 나누며 얼굴을 마주하는 것이 익숙하지는 않았지만, 우리 고양제일교회는 이러한 교제를 통하여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분명 질적인 성장을 경험하고 있었다.
바야흐로, 2022년이 밝았다. 그간 준비하여 온 영적 성장을 위한 밑거름들이 유효한 과정이기를 바라며, 우리는 기독교 세계관에 대한 이해로 성큼 다가갔다. 계속해서 담임목사님께서는 존 플라벨과 루이스 베일리, 그리고 죠나단 에드워즈를 통하여 청교도의 신앙과 삶을 다루며 교회와 삶을 다루셨다. 그리고 필자는 <세상에서 하나님의 일반 계시 찾기>라는 다소 흥미로워 보이는 제목으로 기독교 세계관 강의를 시작하였다. 강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먼저 소위 베스트 셀러, 스테디 셀러라 분류되는 책을 하나 선정하여 독해한 후, 저자의 의도와 논지를 정리한다. 이때 중요한 작업은 최대한 저자의 의도대로 독해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일반 계시의 차원에서 명확한 근거를 설정하여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난 후에, 성경을 기준으로 저자의 주장에 동의할 만한 것과 반대하여야 할 것을 구분 짓는다. 성경 본문을 충분히 묵상한 뒤, 저자의 주장 중 어느 대목이 성경 본문의 어떠한 맥락에서 동의할 만한 주장인지 논하고, 또 우리가 받을 수 없는 부분은 성경 본문의 어떠한 맥락에서 받을 수 없는 것인지를 밝힌다. 물론 책을 읽다 보면, 드물지만 양 극단에 가까운 경우도 있다. 이런 식의 강의는, 성경은 옳고 세상은 나쁘다는 이분법적인 이해를 넘어, 성경 안에서 세상을 얼마든지 긍정할 수 있으며, 또 부정해야 하는 것은 보다 관용적인 차원에서 다루어낼 수 있다. 이 작업이 가능한 까닭은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세계는 하나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다룬 책들을 대략적으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죽음이란 무엇인가(셀리 케이건)’,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오은영)’, ‘호모 데우스(유발 하라리)’, ‘이기적 유전자(리처드 도킨스)’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마이클 셀런버거)’, ‘수학이 필요한 순간(김민형)’, ‘어린 왕자(생택쥐페리)’. 우리는 7주 동안 철학, 사회, 과학, 문학 전 범위를 아우르며 하나님께서 얼마나 풍성하고 충만한 자기 계시를 세상에 풀어놓으셨는지를 확인하였다.
7주 간, 하나님께서 계시하신 일반계시의 원리들을 누린 후, 우리는 우리 신앙의 선배를 통하여 우리가 초신자였던 시절, 곧 회심의 때를 상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우구스티누스가 기록한 고백록을 통하여 우리의 신앙을 점검하였다. 사실, 필자가 이 책을 집어 든 몇 가지 특별한 까닭이 있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아우구스티누스는 비단 신학에만 영향을 끼친 인물이 아니다. 인류 정신사, 곧 철학사에서도 아우구스티누스는 제하여 버릴 수 없는 아주 중요한 인물이다. 비록 책 한 권을 살펴보았지만, 필자는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 이러한 광범위한 영향력을 그의 책을 통하여 보여주고 싶었다. 증명하여 내고 싶었다. 매 강의마다 그가 끼친 철학사적인 의미를 인식하며, 그 업적을 나누었다. 신학과 철학이 ‘구분’이 아니라 ‘구별’되어 이해되면서, 전자가 후자를 품어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여 주고 싶었다. 그래서 성경과 세상을 ‘구분’이 아니라 ‘구별’로 인식하고, 그럼에도 존재하는 그 명확한 경계를 확인하면서, 성경이 이루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며 완벽하다는 것까지 다루고 싶었다. 성경만을 외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성경만을 외치면서도 세상에서 여유와 관조를 누릴 수 있는 실력 있는 성도로 세워지기를 간절히 바랐다. 또한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은 그의 삶과 회심의 사건을 진솔하게 기록하고 있다. 더하여서 이후 그의 깊은 묵상과 철학적인 사색을 통하여 이어지는 시간의 이해와 창조의 이해는 그야말로 압권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다소 어려운 과정이었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을 성도들과 함께 다루며, 누리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이 책은 지금도 여러 학자들에 의해서 읽혀지고 있는 방대한 책이기 때문에, 필자에게도, 성도들에게도 결코 만만한 책이 아니다. 성도들 서로가 어려운 독해를 해 나가는 과정에서, 각자가 맡은 부분을 녹음하여 이동 중에서도 책의 내용들을 ‘들을 수 있도록’ 배려하며, 비대면의 경계를 헐어버리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마침내 우리는 이 엄청난 대작을 마주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고, 서로가 함께 하나의 책을 읽어낸다는 공동체적인 의미도 깨달을 수 있었다.
이제 우리는 헨리 스쿠걸의 ‘인간의 영혼 안에 있는 하나님의 생명’에 대한 강의를 6월 한 달 동안 진행 중에 있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창조에 대한 이해 다음으로 우리가 다룰 주제는 쉽게 말하여서 내 안에 거하시는 성령 하나님이다. 그 하나님의 역동적인 생명력이 나의 삶에서 어떻게 일하시는가를 이 책을 통하여 살펴볼 예정이다. 더하여서, 그 삶이 예배임을 밝히는 것이 강의의 목적이다. 우리는 2022년 하반기, 웨스트민스터 표준 문서 가운데 하나인 예배 모범을 시작으로 다시 기독교 세계관을 나눌 계획을 가지고 있다.
세상은 우리가 가시적으로 보아도 그러한 것처럼, 우리의 눈앞에 있다. 우리 주변이 곧 세상이다. 성경을 통하여 세상을 바라볼 때, 세상은 더욱 풍성하고 정교한 하나님의 계시로 읽혀질 수 있다. 세상에 갇혀 세상으로 세상을 이해하려는 것은 도무지 알지 못하는 언어로 쓰여진 책을 읽는 것과 같다. 계시로서, 단 하나의 바른 원리를 가지고 우리 앞에 펼쳐져 있는 성경으로 우리의 신앙을 다져나가자. 또한 그 원리로 세상에 산재하여 있는 일반 계시의 선물들을 주워 담자. 우리의 일상 속에서 하나님께서 내려주시며 보여주시고, 확인시켜 주시는 이 만나의 은혜를 매일 걷지 않을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자기 계시로서 분명히 기능하고 있는 성경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다시 말해, 특별 계시로 일반 계시를 이해하는 훈련을 해야 하는 이유이다. <끝>
온라인 세계관 교육
<우수작 수상 소감>
사실 하나님께서 전 세계, 온 인류에게 허락하신 이 어려운 상황을 각 교회들이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몹시 궁금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기독교개혁신보사에서 좋은 장을 만들어 주어 참여하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더하여서, 수상의 영예까지 경험하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목사로서 어쩌면 가장 감격스럽고 가슴 벅차오르는 순간은 온 교회가 단 하나의 신앙으로 단 하나의 보편 교회를 지향하며 나아가는 것을 서로 확인하는 것 아닐까요? 이번 기회를 통하여서 하나님께서 각 교회 공동체에게 맡겨주신 다채로운 고유한 사역들을 공유하며 거룩한 공교회성을 다지고 지향하는 우리가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