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중 각 남자를 계수하라!(민 1:2~3)
김현일 목사(HIS 동역선교사, 프랑스)
민수기의 첫 내용은 인구 조사를 명령하는 것입니다. 여호와께서 회막에서 모세에게 “이스라엘자손의 모든 회중 각 남자의 수를 그들의 종족과 조상의 가문에 따라 그 명수대로 계수”하라고 말씀하시는데, “이스라엘 중 이십 세 이상으로 싸움에 나갈 만한 모든 자를 너와 아론은 그 진영별로 계수”하라고 명령하셨습니다(2-3절). 계수(係數 : number)는 수를 센다는 뜻인데, 여기에 세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첫 번째로 그 대상이 “모든 회중 각 남자”입니다. 여자를 세지 않는 이유는 계수의 목적이 “싸움에 나갈 만한 모든 자”를 세는 것이기 때문이므로 다른 추측은 거절합니다(3절).
두 번째는 “종족과 조상의 가문에 따라” 세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12지파의 구별대로 하는 것입니다. 12지파는 나중에 12사도로 연결되어 하나님의 교회 전체를 대표합니다. 요한은 인 맞은 사람들의 숫자를 세면서 이스라엘 자손의 각 지파에서 인 맞은 자들이 144,000명이라고 말합니다(계 7:4-8). 하나님께서 택하신 백성 전체를 상징합니다.
세 번째는 20세 이상으로 싸움에 나갈 만한 모든 자를 셉니다. 인구 조사의 목적은 전투에 나갈 수 있는 자들을 모으는 것입니다. 이것은 군대 조직을 세우려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스라엘에게는 어떤 싸움이 기다리고 있습니까? 그것은 가나안 땅에 들어가 가나안 족속을 몰아내기 위한 전쟁입니다.
가나안 족속은 죄악을 대표하는 족속들입니다. 여호와께서 아브라함에게 약속의 땅을 줄 것을 약속하시면서 아직 “아모리 족속의 죄악이 아직 가득 차지” 않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창 15:16). 이것은 가나안 족속과의 싸움이 하나님의 심판의 성격임을 의미합니다. 죄악이 가득찬 가나안 일곱 족속을 심판하시고, 죄가 가득 찬 그곳에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시겠다는 약속입니다. 따라서 가나안과의 전쟁은 정복 전쟁이 아니라 죄악이 가득찬 족속들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을 수행하는 전쟁입니다. 가나안 땅에 거룩한 하나님의 통치를 받는 나라, 의와 공평의 나라를 세우시려는 것이 하나님의 뜻입니다. 그에 따라 이스라엘은 전쟁 수행을 위한 조직으로 구성되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가나안과의 전쟁이 죄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이라면,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죄와 무관한 싸움을 하는 것일까요? 가나안과의 전쟁이 죄를 몰아내기 위한 것이라면, 당연히 이스라엘 자신들 안에 있는 죄를 제거하는 내적인 전쟁도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가나안이라는 외부와의 전쟁이지만, 그 이면에는 자기 안에 있는 죄와의 싸움, 곧 영적 전쟁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이스라엘과 가나안 족속의 싸움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자신의 죄와의 싸움인 것입니다.
교회를 항상 전투하는 교회라 표현하는데,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내적인 영적 전쟁입니다. 세상은 혈과 육신의 싸움이지만, 교회는 의와 공평의 싸움, 곧 하나님 나라를 이루기 위한 영적 전쟁인 것입니다. 전신갑주를 입으라는 에베소교회를 향한 권면은 죄를 제거하고 성령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복된 다스림을 받는 교회와 성도가 되기 위한 영적 무장을 하라는 말씀입니다(엡 6:11). 히브리서에서 “너희가 죄와 싸우되 아직 피 흘리기까지는 대항하지” 않았다는 말씀도 내적이고 영적인 싸움을 말합니다(히 12:4).
죄와의 싸움은 거룩을 위한 영적 싸움입니다. 평범한 환경에서의 싸움이 아니라 광야라는 환경에서의 싸움입니다. 광야라는 모든 것이 부족한 환경에서 사람들 사이에 일어나는 부대낌은 그야말로 전쟁과 다를 바 없을 것입니다. 광야라는 척박한 환경에서 혹독하게 연습하고 훈련시키는 것이 거룩입니다. 죽음의 땅을 연상시키는 광야에서의 피부에 와 닿는 싸움에서 생존이 가장 관심사일 것 같지만, 하나님께서는 생존보다 거룩을 요구하고 계십니다. ‘생존을 책임 질 테니 거룩하게 나를 따르라’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이 점은 오늘 전쟁터 같은 일상을 사는 현대 그리스도인들이 깊이 생각해야 할 부분입니다. 교회는 거룩을 위해 부름받았습니다. 치열한 영적 생사의 전쟁에서 하나님께서는 생존보다 거룩하라고 말씀하십니다(롬 6:22). <끝>
<김현일 저, 광야, 신앙과 생존 사이에서, 세움북스, 2022.5>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