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합신의 정체성과 발전적 좌표
합신 교단 40주년을 앞두고 감사와 성찰의 토대 위에 우리의 정체성과 발전의 좌표를 다시 생각해 본다.
첫째, 합신의 정체성은 개혁신학에 자리한다. 제105회기 총회장 박병화 목사는 취임사에서 “개혁신학과 바른 신학 그리고 하나님의 절대주권과 교회의 주인이 우리 주 예수님이 되심과 성경적인 바른 생활은 우리가 물려받은 소중한 전통이며 이 점에서 흔들리거나 양보하거나 후퇴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는 역사적 개혁신학의 전통 위에 서 있는 우리 교단의 정체성의 근거를 잘 표현한 언급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동안 개혁신학과 신앙의 자리에 얼마나 투철했는가를 돌아보게 된다. 패권주의, 권위주의와 교단 정치의 폐해를 개혁하고자 했던 우리 교단의 초심도 개혁신학의 정신에서 비롯되었다. 일체의 세속주의와 외부적 세력을 멀리하고 성경적 기초에 견고히 서는 것은 이후로도 이어가야 할 정체성의 근간이다.
이런 자세를 우리는 꾸준히 지탱해 왔는가. 자칫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누수 현상에도 민감하게 주목하고 성찰하고 점검하는 일을 잘 해 왔는가. 40주년을 앞둔 이 시점은 그런 기초를 성찰해 보는 기회이다. 매해의 정암신학강좌 또한 그런 연장선에서 유의미한 행사이므로 내용에서나 진행과정에 더 많은 열의와 관심을 갖고 참여도를 높여야 한다. 아울러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에 대한 관심과 지원도 우리의 내부적 정체성을 다지는 일환으로 조력하며 지속해야 한다.
둘째, 교단 교회와 성도들의 신앙을 개혁신학에 입각하여 구체적으로 교육하고 적용시키도록 힘써야 한다. 배운 성경적 원리와 살아가는 생활의 원칙과 양상이 일치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개혁신앙이다. 신학이 원리로만 남지 않고 실생활에서 적용되고 실천되는 것이 교회의 참다운 모습을 유지하는 첩경이다.
따라서 오늘의 한국사회 속에서의 제반 문제들을 성경적으로 해석하고 적용하는 교육과 그 방법론이 함께 연구되고 실천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목회자 및 교육지도자 양성과 성도들을 교육하는 데에 더 많은 투자와 도움이 필요하다. 각 교회와 노회 별로 힘쓸 문제일 뿐 아니라 교단적으로도 총회 교육부와 지도부의 활동들에 특단의 협조와 배려가 있어야 한다.
교단의 교육활동을 돕되 연구하고 전달하는 일에 전력투구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의 투자를 지속했으면 한다. 이는 교단의 가까운 미래와 다음세대의 계승적 발전, 그리고 교단 정체성의 연속성을 위해서도 절실한 대목이다. 차라리 다른 부분을 절약하더라도 교육 활동에는 아낌이 없기를 재삼 바란다.
셋째, 변화는 변질이 아니라 응전력의 제고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신임 총회장도 앞서 말한 취임사에서 “신학과 진리 말고는 더 나은 미래를 향하여 바꿀 것은 과감하게 바꾸고 고칠 것은 과감하게 고치고 버릴 것은 과감하게 버리는 결단으로 전통과 혁신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것이 건전하게 이루어지려면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일에 먼저 단단히 서야 한다. 조류를 타고 오는 당대의 문화적 유행을 가감 없이 수용한다는 뜻도 아니다. 우리는 정체성을 담보하고 있는 최소한의 형식도 소중히 여겨야 한다.
그러나, 변화를 시도하되 변질되지 않으려면 정체성의 본질을 희석하지 않는 변화의 방법론을 열심히 찾아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물론 개혁이란 무작정 새로운 것을 덧씌우는 것이 아니라 먼저 가치적 본질로의 회귀라는 말도 새겨야 한다. 흔히 16-17세기의 개혁신학에 머무르지 말자 하는 것은 개혁신학의 전통과 유산에 대한 폄하나 자기비하는 아니다. 부단히 개혁한다는 개혁정신에 따른, 변질이 아닌 건전한 변화의 자세를 뜻한다. 당대의 문화 속에서의 개혁신학의 실천적 적용은 가치의 근본 원리와 본질에서는 초심으로 회귀하되, 당대적 실천방법에서의 문화 응전력을 동시에 기르자는 것이리라.
아마도 합신이 우리 당대에 요구받는 것은 개혁교회의 변질이 아닌 건전한 변화의 실천적 응전력일 것이다. 그것은 단기간에 해결 성취되는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고답적 자세에서 진일보하며 당대의 파도를 헤치고 열린 자세로 함께 고민하고 연구하며 발전하고 변화할 수 있는 방법과 접점을 찾아 움직여 전진하는 일은 절실히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