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칼럼
교회는 정부의 방역지침을 지지해야 한다
<김병훈 교수 | 합신, 조직신학>
교회가 정부와 지자체의 방역 지침에 성실히 협조하는 일은
교회가 하나님께 영광을 올리는 일
이러한 기회에 시민적 선을 잘 준수하고 영적 선을 도모하여,
그리스도의 복음의 영광을 나타내야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일에 종교집회를 자제할 것을 요청하면서, 이미 집회를 제한하겠다고 한 서울과 경기도 지자체의 결정을 적극 지지한다고 하며, 중앙정부도 “지자체의 조치를 적극적으로 뒷받침해 주기를 바란다.”고 하였습니다. 이에 정세균 국무총리는 익일 21일에 “집단감염 위험이 높은 종교시설과 실내 체육시설, 유흥시설은 앞으로 보름 동안 운영을 중단해 줄 것을 강력히 권고”하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였습니다. 이 담화는 단순한 권고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정총리는 “불가피하게 운영할 경우에는 시설업종별 준수사항을 철저히 지켜야” 하며 “준수사항을 지키지 않을 경우 직접 행정명령을 발동해 집회와 집합을 금지”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하여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에서도 그동안 주일 공 예배를 드리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많은 교회들에게서 불편한 마음이 표현되고 있기도 합니다.
교회가 하지 말아야 할 일
교회는 이러한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의지와 행정권 행사에 대하여 어떻게 반응하여야 하겠습니까? 가장 염려스러운 반응은 정부와 지자체의 발표가 종교의 자유를 훼손한다는 비판을 하고 이를 거부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교회가 행할 바람직한 태도가 아닙니다. 대략 다섯 가지 점에서 그러합니다.
첫째는 정부와 지자체의 의지가 종교의 자유를 탄압하는 데에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담화나 발표는 지역감염이 더 심화되기 이전에 시민들을 감염에서 보호하고, 조속히 일상을 회복할 수 있게 하기 위한 행정적 노력의 하나일 뿐입니다. 이러한 일에 나태하거나 무능하다면 오히려 정부나 지자체는 시민으로부터 책망을 들어야 합니다.
둘째는 정부나 지자체가 보호할 시민의 안녕과 사회 일상의 회복 안에는 교회의 예배활동의 안전한 보호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큰 맥락에서 보면 정부와 지자체의 조치는 교회를 대적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시민적 질서를 유지하여 교회의 종교 집회가 평안히 유지되도록 하는 정부가 해야 할 의무(레 24:16; 왕하 18:3-4; 대하 34:33; 스 7:23,25-27;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23.3; 칼빈, 『기독교 강요』 4.20.2-3)를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셋째는 교회가 정부와 지자체의 방역 지침에 성실히 협조하는 일은 교회가 하나님께 영광을 올리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일에 공의를 유지하며 공동체의 안전을 위하여 정부에게 시민적 권세를 주셨습니다.(롬 13:1-2; 시 82:1,6; 요 10:35; 칼빈, 『기독교 강요』 4.20.1) 이러한 맥락에서 정부는 하나님께서 사용하시는 기관입니다. 따라서 교회는 정부가 행하는 시민적 선을 위한 행정상의 임무와 실행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조하여야 합니다.(롬 13:4-5; 벧전 2:13-14,16;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 20.4; 칼빈, 『기독교 강요』 3.19.15) 이러한 협조는 하나님께 뜻에 순종하는 일이며 하나님께 영광을 올리는 일입니다.
넷째는 교회가 정부나 지자체의 담화나 권고에 대해 반발하고 방역 지침을 지키지 않은 채 예배집회를 강행하여, 감염 상황을 악화시키는 일이 혹시라도 발생한다면, 교회는 이웃 사랑의 명령에 불순종하는 것일뿐더러, 포괄적 의미에서 이웃의 생명을 해치는 일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19의 감염의 문제는 교회에게만 해당되거나 교회 내부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웃과 사회에 대한 책임의 문제입니다.
다섯째는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세상에 전하여야 할 선교적 사명을 수행하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 공 예배를 드리는 일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공 예배를 끝까지 지키려는 여러 지교회의 신앙은 실로 숭고합니다. 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우려는, 앞서 말한 네 가지 내용과 관련하여 균형 있는 이해를 갖지 못한다면, 하나님께 대한 예배도 온전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복음을 전하는 일에 스스로 장애물을 놓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정부나 지자체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감염이 증폭되는 일이 발생한다면 시민사회가 교회를 통하여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일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어느 한 개교회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도 교회 일반 전체에 영향을 주는 것은 피할 수가 없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회가 해야 할 일
그러면 정부가 강력한 방역 지침을 내리는 상황에서 교회는 무엇을 해야 하겠습니까? 크게 다섯 가지 사항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예배의 의무와 관련하여, 교단 총회는 주일 공 예배를 지켜나가려고 최선을 다하여야 합니다. 이를 위하여 전염병이 세계적으로 창궐하는 위협이 현실화 되고 있는 팬데믹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공 예배를 지키는 것인지에 대한 신학적, 목회적 제안을 마련하여 지교회가 나갈 방향을 제시하여야 합니다.
둘째는 정부와 관련하여, 교회는 방역을 위해 수고하는 정부나 지자체의 노력을 지지하며,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일입니다. 교회는 협조 의지를 밝히면서 방역 지침을 지키는 데 필요한 물적, 인적 도움이 있다면 정부나 지자체에 요청을 하여 정부와 협력관계를 갖는 일입니다. 아울러 교단 총회는 정부나 지자체가 방역을 이유로 헌법상 신성한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과도하며 불필요한 행정명령으로 교회의 신앙활동을 억압하는 일이 없는지를 살피고 이러한 경우에 적절한 대응조치를 하여야 할 것입니다.
셋째는 지교회와 관련하여, 교단 총회는 정부의 방역 노력에 협조할 필요성을 알리고, 정부의 방역 지침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을 요청할 필요가 있습니다.
넷째는 예배의 실행과 관련하여, 교단 총회는 정부의 방역 지침을 지키며 예배당에서 공예배를 하는 일이나 온라인 영상을 송출하는 일에 재정적, 기술적 어려움을 겪는 지교회가 있는지를 살펴서 도움을 줄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예배 이외의 여러 목양 활동을 온라인으로 실행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여 지교회를 도와야 합니다.
다섯째는 이웃과 관련하여, 교회는 이번 사태로 인하여 어려움을 겪는 이웃을 위하여 희생적 사랑을 실행하며, 이를 위하여 총회 차원에서든지 지교회 차원에서든지 또는 교인 개인적으로든지 봉사하는 기회를 함께 마련하고 실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하여 이웃과 사회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일이 있도록 해야 합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위기상황에 대한 인식과 발생 정도가 우리나라 안에서 지역마다 조금씩은 차이가 날 것입니다. 이미 상황이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지역의 교회는 정부의 방역 지침에 동의가 될 수 있는 반면에,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교회는 아직은 충분히 예배당에서 예배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철저한 방역을 위하여 전국 교회가 협력하지 않는다면 전 세계의 팬데믹 상황에서 한 나라 안에서의 작은 차이는 별 의미가 없어질 위험이 높습니다. 전국의 각 지역에 감염 추세가 곧 번질 수 있습니다.
정부의 실행방안이나 태도에 대한 저항감이나 아쉬움은 있습니다. 다른 경제활동이나 문화 또는 취미활동의 다중이용시설과 집합 모임, 또는 관공서 등에서는 거리두기를 비롯한 방역 지침을 강력하게 전달하지 않느냐는 이의제기입니다. 그리고 헌법상 보장된 신성한 종교의 자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회에 대하여 ‘행정명령’을 내리겠다는 등은 ‘강압적’(?) 또는 ‘위협적’ 태도이지 않은가라는 불쾌감입니다.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팬데믹이 선언된 지금의 상황은 이러한 이의제기나 불쾌감을 이유로 반대나 비판의 소리를 내기에는 너무나도 심각합니다. 미국이나 독일에서 개발에 속도를 내는 치료제가 빠른 시간 안에 나오고 세계적으로 신속히 공급되기까지는 얼마나 오랫동안 어려움이 계속되고 가중될는지 모릅니다. 세 차례나 연기한 개학 일정을 2주 앞두고 이러한 심각성을 진지하게 보는 정부나 사회 유관단체, 그리고 이미 감염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정이나 경제적 압박을 실제로 당하는 사회의 일각에서 볼 때, 교회의 이의제기나 불쾌감의 표출은 그다지 설득력을 갖지 못할 것이며, 덕을 세우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이러한 인식에 따라서, 교회가 정부나 지자체가 집회 금지나 집회 중단 등의 표현을 사용하여 권고를 강력하게 하는 것에 대해 불필요하게 예민한 반응을 보이거나 비판을 하는 것은 지혜롭지 않으며 신학적으로도 옳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우선 정부나 지자체가 밝히는 바대로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수준에서 무조건적으로 집회를 제한 또는 금지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나 지자체가 제시하는 것은 방역 지침, 또는 시설업종별 준수사항을 지켜달라는 것입니다. 일각에서 의심하는 것처럼, 정부나 지자체는 법적으로 가능하다면 일체의 종교집회를 아예 금지하고 싶은 숨은 의도(?)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을 예단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정부나 지자체가 집회를 열 때 방역 지침을 지키는 조건을 지키라는 제한을 제시하는 것은 현 상황에서 종교의 집회를 전면 금지할 상황적 명분이나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을 잘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교회는 이러한 기회에 도리어 시민적 선을 잘 준수하고 영적 선을 도모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영광을 나타내고, 교인들이 복음이 우리의 참 소망인 이유를 견고하게 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아무쪼록 역사의 주관자이신 우리 하나님께서 이러한 사태를 당한 우리나라와 전 세계에 자비를 내려주시기를 기원하며, 특별히 갖은 어려움 가운데 어떤 모양으로든지 하나님께 예배하며 성도를 목양하는 일에 힘을 다하는 교회에 큰 위로를 내려주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