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언약과 신약 <7장 6항>
김병훈 목사, 합신 조직신학 교수
7장 6항: “복음 아래에서, 실체이신 그리스도께서 드러나시게 되었을 때, 이 언약이 실행되는 규례들은 말씀의 설교와 세례와 주의 만찬인 성례들의 집행이다. 이 규례들이 비록 수에 있어서는 더 적으며, 더 단순하게, 그리고 외적으로 드러나는 영광은 두드러지지 않게 집행이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들 안에서 언약은 더 큰 충만함과 증거와 영적인 효과성을 가지고 모든 민족들, 곧 유대인들과 이방인들 모두에게 제시된다. 이 언약은 신약이라고 일컬어진다. 따라서 실체가 서로 다른 두 개의 은혜언약이 있는 것이 아니며, 여러 다른 세대 아래에 하나의 동일한 언약이 있는 것이다.”
본 항은 앞선 5항에서 언약의 세대를 구별한 율법의 시대와 복음의 시대 가운데에서 복음의 시대에 대해 교훈합니다. 5항은 한편으로는 율법의 시대와 복음의 시대가 서로 어떻게 구별이 되는 지를 보여주면서도 또한 다른 한편으로는 두 시대가 실체적으로 동일하다는 사실을 교훈하여 줍니다. 특별히 5항은 구약이라 일컫는 율법의 시대에 대해 교훈하는 반면에, 본 6항은 복음의 시대인 신약의 관점에서 은혜언약의 특징을 구약과 비교하여 교훈합니다.
- 은혜의 방편으로 주어진 성례
본 항이 먼저 언급하는 복음시대의 특징은 성례와 관련한 것입니다. 지난 5항에서 신앙고백서는 율법 아래에서는 약속들, 예언들, 희생제사들, 할례, 유월절 어린 양들과 같은 모형들과 규례들이 있었다고 고백을 합니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앞으로 오실 그리스도를 미리 제시하는 것들이었습니다.
이러한 것들은 서로 다르게 몹시 다양한 방식으로 행하여졌습니다. 그러나 복음시대에서 은혜언약은 말씀의 설교와 세례와 주의 만찬인 성례들의 시행이라는 세 가지 규례들로 실행이 됩니다. 이 세 가지 규례들은 성례라 일컬어지며, 복음시대에 하나님께서 구원의 은혜를 전달하시는 방편들입니다.
세 가지에 불과한 방편들은 구약의 규례들에 비하여 수적으로는 비교가 되지 않게 적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 시행의 방식도 매우 단순하며, 또한 외적으로 나타나는 영광도 두드러지지 않습니다.
복음을 선포하는 말씀의 설교는 성경의 교훈을 가르치고 전달하는 단순한 방식으로 행하여집니다. 또한 성례는 그리스도 안에서 그와 함께 관련이 된 신자의 위치를 견고하게 하며, 세상에 속한 자들과 구분하고, 서로 하나님의 말씀에 의하여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을 섬기도록 하기 위하여 그리스도께서 제정한 표(sign)와 인(seal)입니다. 이것은 숫적으로 두 가지이며, 오직 세례와 성찬뿐입니다.
세례는 그리스도에게 접붙임을 받아 중생과 죄 씻음 받았음을 의미하며 단지 물로 적시거나 붓거나 물속에 잠그는 방식으로 행하여집니다. 성찬은 그리스도의 살과 피를 상징하는 떡과 포도주를 먹음으로, 그리스도의 죽으심을 기억하며, 그의 죽으심으로 인하여 부활 영생의 은혜가 믿는 신자에게 주어진다는 은혜에 대한 보증의 표입니다. 이에 참여하는 자의 영혼에 그리스도께서 영적으로 임하시어 그들과 연합하시고 영혼을 먹이시고 자라게 하시며, 성도들은 서로 교통하며 더욱 그리스도의 교훈에 따라 살 것을 결심합니다.
이처럼 복음시대에서 은혜언약이 실행이 되는 규례는 세 가지 성례뿐이며 그것의 방식도 단순하고 외적인 영광도 화려하지 않습니다. 신약의 성례가 규약의 규례들에 비하여 이와 같은 까닭은 신약의 성례 가운데 어떤 것도 짐승의 피를 흘리는 제사의 형식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구약의 율법 아래에서는 피흘림이 없이는 죄 사함이 없지만(히 9:22), 신약의 성례는 어떤 것도 피흘림의 제사를 행하지 않습니다.
- 구약과 신약 규례의 차이와 대조
구약과 신약은 뚜렷한 차이와 대조를 갖습니다. 구약의 규례들이 피흘림의 희생제사를 포함하고 있지만, 그것은 참된 대속을 이루지 못하며 단지 그리스도의 희생을 예표할 뿐이며, 또한 율법을 성취할 능력도 제공하지를 못합니다. 그것 자체로 인하여서는 누구도 의롭게 될 수가 없으며, 또한 구원을 받지 못합니다.
구약의 규례들은 그 자체로는 흠이 없는 것이지만, 구원을 주는 일에 있어 무능하며 연약합니다. 그러한 구약의 규례는 실체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복음을 가리키는 그림자이므로 장차 폐기될 것이며, 복음의 실체가 오실 때 개혁이 되었습니다. 그것의 영광은 일시적인 것이며, 모세의 얼굴에서 빛났던 영광처럼 사라질 것이었습니다.
반면에 신약의 성례는 비록 구약의 규례들에 비해 시간적으로 뒤에 오는 것이지만, 성례가 가리키는 바가 실체이며 그 실체인 그리스도로 인하여 제정이 된 것이기 때문에 존엄과 완전함에 있어서 그리고 증거와 영적인 효과성에 있어서 구약의 규례들에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은혜언약을 충만하게 실행합니다.
그리고 신약의 성례는 구약의 규례들과는 달리 결코 개혁되거나 폐기되는 일이 없습니다. 신약의 성례는 주님께서 다시 오시어 하나님을 직접 대하고 교통을 하는 날이 이르기 까지 영구적으로 지속될 것입니다.
또한 구약의 규례들은 옛 언약을 반영하는 반면에, 신약의 성례는 새 언약을 반영합니다. 따라서 돌 판에 쓰인 계명에 의한 것과 같은 구약의 규례들과는 달리, 신약의 성례는 굳지 아니하고 부드러운 새 영과 새 마음으로 하나님의 법을 마음에 기록하여 하나님의 율례와 법을 지키며 하나님의 규례를 행하는 은혜를 상징합니다. 하나님께서는 과연 그것을 통해 그러한 은혜를 부어주실 것을 약속하십니다(렘 31:31-33; 겔 36:26-27).
뿐만 아니라 구약의 규례들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만 – 물론 이스라엘에 편입해온 극소수의 이방인들을 포함하여 – 주어진 것이지만, 신약의 성례는 유대인이나 이방인이나 차별이 없이 주어집니다. 왜냐하면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모든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의가 차별이 없이 주어질 것이며(롬 3:22), 또한 “누구든지 주의 이름을 부르는 자는 구원을 받을 것”(롬 10:13)이기 때문입니다.
구약의 규례들과 신약의 성례 사이에서 확인이 되는 이러한 차이는 각각의 효과성에 있어서, 성경에서 하갈과 사라의 비유를 통해 보여주는 바와 같이(갈 4:24) 종의 신분과 주인의 신분으로, 또는 의문과 영으로, 또는 죽이는 것과 살리는 것으로, 정죄의 직분과 의의 직분으로(고후 3:6-9) 설명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구약의 규례와 신약의 성례가 가리키는 언약은 실체가 서로 다른 두 개의 언약이 아닙니다. 물론 구약의 규례들은 그리스도가 실제로 오시기까지, 복음과 대립하는 율법의 요소를 가지고 있으며, 교회론적으로 예배에 있어서도 그림자적인 의식을 행하는 수고를 요구하고, 또한 이스라엘 민족들과 성소라는 지정된 장소와 같은 외적인 요소들에 묶여있습니다.
그러나 구약의 규례들에게 있는 이러한 측면들을 가지고 구약이 신약과 달리 은혜언약이 아니라고 하거나, 또는 구약을 신약과 대립하는 것으로 여겨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것들은 은혜언약으로서의 구약의 실체를 결정하는 것이 본질적인 것이 아니라 시대에 따른 우연적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 은혜언약으로서 동일한 구약과 신약
본 항은 구약을 행위언약, 신약을 은혜언약으로 보는 오류에 대한 경계에 덧붙여, 구약과 신약을 모두 은혜언약으로 보되 그것을 서로 실체적으로 다른 것으로 보는 것도 역시 잘못된 것임을 지적합니다: “실체가 서로 다른 두 개의 은혜언약이 있는 것이 아니며, 여러 다른 세대 아래에 하나의 동일한 언약이 있는 것이다.”
본 항이 교훈하는 바는 비록 은혜언약이 그리스도께서 오시기 이전과 이후에 각각 다르게 실행이 되므로 인하여 구약과 신약이 구별이 되고 있지만, 그러한 구별을 하나의 은혜언약이 실체적으로 다른 종류로 나뉘는 것인 양 그릇되게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합니다.
이러한 이해는 마치 하나의 포유류라는 동물의 분류 아래 소와 말이 서로 다른 종으로 구분이 되는 것처럼, 하나의 은혜언약아래 구약과 신약이라는 서로 다른 종이 구분이 되는 것으로 보는 잘못을 범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구약과 신약은 결코 소와 말이 다른 것처럼 다른 종류의 것이 아닙니다. 구약과 신약은 서로 다른 실체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오시기 이전과 이후라는 시대의 차이로 인하여 본질적이지 않으며 또한 필연적이지 않은 요소들과 관련하여 구별이 될 따름입니다.
비록 율법은 모세로 말미암고 은혜와 진리는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은 것이며(요 1:17), 율법은 먹으로 쓴 것이며 복음은 영으로 쓴 것이고, 또 율법은 죽이는 것이며 영은 살리는 것이고, 율법은 정죄의 직분이며 복음은 의의 직분이지만(고후 3:6-9), 이러한 차이들은 구약이 실체적으로 신약과 다른 은혜언약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시대의 차이로 인하여 다른 모양으로 은혜언약이 실행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을 따름입니다.
왜냐하면 구약은 아브라함, 이삭, 야곱과 같은 족장들에게 주어진 언약, 곧 은혜언약을 포함하고 있으며, 하나님의 전적인 사랑에 의하여 주어진 것이며(신 4:6-8; 7:6-8), 율법의 정죄는 신약의 도덕적 명령과 마찬가지로 죄를 깨닫도록 하여 그리스도의 은혜 앞에 나오도록 하여(롬 10:4; 갈 3:24), 그리스도를 예표하는 의식법에 의해 은혜언약이 약속하는 죄의 용서를 바라보게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히 10:12; 골 2:16-17).
요컨대 본 항은 구약이 그림자로만 제시하였던 그리스도께서 친히 오셔서 모세의 의식적인 율법을 폐하신 일과, 또 그리스도께서 승천하신 이후에 성령께서 충만케 임하심으로 은혜의 복음을 더욱 더 명료하게 드러나게 하신 일들로 인하여, 신약과 구약을 구별하지만, 그것이 모두 동일한 은혜언약의 실행이 실체적으로 달라서 나타난 것이 아니라, 단지 세대의 차이로 인하여 나타난 것임을 제시하면서, 구약과 신약이 은혜언약으로서 동일한 언약임을 교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