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신학의 정체성”
이광호 목사_고신대학, Th.D
21세기 교회들은 심각하게 오염된 가치관에 노출되어 있다. 불건전한 포스트
모던 사상은 교회가 마땅히 가져야 할 절대적 진리를 상대화하고 있으며 건
전한 신학을 해체하고 있다. 온갖 잡다한 신학 사상들이 우리의 주변을 맴돌
며 교회를 어지럽히고 있는 것이다.
자유주의, 세속주의, 은사주의, 신비주의, 성장주의, 물량주의, 교권주의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복잡한 사상들이 교회를 위협하고 있다. 그런 상황
가운데서 신앙생활을 하는 교회와 성도들은 자연적으로 그 위험한 상황에 노
출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문제는 그런 현대적 위기에 봉착해 있는 교회가 정작
그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수의 지도자들은
교회를 위해 염려하는 마음을 가지지만 그 구체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알려
고 하지 않는다. 이는 주변의 혼탁한 가치관으로 말미암아 진리자체에 대해
그만큼 둔감하게 되어 버렸
기 때문이다.
1. 올바른 신학 결여된 교회
교회의 정체성은 신학의 정체성에 달려 있다. 말씀을 기초로 한 신학적 정체
성이 확립되지 않는 신앙은 사상누각(沙上樓閣)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교회
와 교단의 중심에는 항상 건전한 신학이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
교회 지도자들 가운데 올바른 신학의 중요성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
도 없다. 하지만 건전한 신학 확립은 마음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성경의
교훈에 기초한 올바른 신학과 신앙을 갖추기 위해서는 우선 참된 신학이 무
엇인지에 대한 의미가 명확하게 정립되어야 한다.
신앙이 살이라면 신학은 뼈대와 같아서 튼튼한 신학적 뼈대를 갖추지 못한
신앙은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뼈대가 약한 사람이 지나치게 비만하면, 스스
로 자기 몸을 가누지 못할 뿐 아니라 각종 질병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것과
같다.
한국교회의 성도들은 매우 열정적인 신앙을 가지고 있다. 대다수 교인들은
헌신적이며 목회자들은 자기의 몸을 돌보지 않을 만큼 열성적이다. 그럼에
도 불구하고 한국교회에는 심각한 문제들이 존재하고 있다. 열성을 다해 충
성과 봉사를 다하는데 왜 잘못된
문제들이 생길까?
그 근본적인 원인은 나약한 뼈대에 비만한 체형을 가진 사람처럼, 튼튼한 신
학이 확립되지 못한 상태에서 거대한 감성적 신앙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뼈가 약한 사람이 과중한 몸을 감당하지 못하듯이, 한국교회는 신학적 뼈대
가 약한 상태에서 비대한 감성적 신앙을 견디지 못해 병약하게 된 것이다.
2. 참된 신학의 회복과 요구
하나님께서는 사도교회와 초대교회 시대를 거쳐 지금까지 자신의 교회를 인
도해 오고 계신다. 교회의 신학과 신앙은 결코 독자적이지 않으며 역사적 보
편 교회에 온전히 속해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역사적 개혁신학의 원리를
잘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개혁주의 신학을 배경으로 하는 교회의 교사들은 자신의 온전성을 내세우지
않는다. 오직 하나님 말씀만이 진리이며 성령의 도우심을 통해 올바른 신학
을 깨달아가게 됨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개혁주의자들은 자신의 신
학적 정체성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들은 참된 신학과 신앙을 지키기 위해 목
숨을 바칠 수 있는 투철한 정신을 동시에 가진다. 초대교회 성도들이 그랬으
며, 16세기 종교개혁자들과 청교도들, 그
리고 역사상 모든 시대의 신실한 교
회 교사들이 그러했다.
현대교회의 지도자들이 명확하게 인식해야할 바는 작금의 한국교회가 신학
적 좌표를 상실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도자들이 확실한 좌표를 회복하지
못하면 순진한 성도들을 태운 배가 불안한 항해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 하나
님을 경외하는 교회는 원리에 충실한 신학을 회복함으로써 그 기초 위에 교
회를 세워가야 한다. 교회의 신학이 시대적 조류의 영향을 극소화하는 가운
데 말씀을 통한 신학적 원리에 충실하지 않으면 혼란이 따르기 마련이다.
3. 정통신학 상속하는 교회
교회가 건강한 신앙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참된 신학을 상속하며 확인하는 일
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그것은 단순한 이론적인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성경과 역사적 교회에 대한 온건한 해석과 그로 인한 진리 이해를 의미한
다. 튼튼한 신학적 기틀 위에 정상적인 신앙이 확립될 때 비로소 안정된 교
회의 모습을 회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교회가 진리 가운데 유지되기 위해서는 상속해야 할 역사적 참된 교
회들의 고백 및 교리 문서들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있어야 한다. 이는 참
된
신학의 근거가 시류에 처한 현실적 지역교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상속을 이
어온 역사적 보편 교회 가운데 있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참된 신학은 성경을 통한 객관성 있는 진리를 확인하는 것을 기초로 해야 한
다. 그것을 통해 교회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인한 거룩한 경륜을 배우며 그
의미에 참여하게 된다. 그렇게 함으로써 역사 가운데 드러난 하나님의 경륜
과 믿음의 선배들의 고백을 현실 교회 가운데 적용하게 되는 것이다.
4. 글을 맺으며
올바른 신학자들은 역사적 교회 가운데서 확인된 신학적 정체성을 이어가야
하며, 교단과 교회들은 그 해석을 기초로 한 신학적 원리를 확인하며 받아들
여야 한다. 신학자들의 임무는 신학체계를 새롭게 창안하여 확립하는 것이
아니라 상속받은 고백적 신학을 보존하며 지키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신학은 변화하는 시대에 대처하며 교회를 보호하게 된다.
하나님의 말씀과 역사적 신학의 기틀 위에서 진행되는 신학적 유연성을 포기
하게 되면 교회는 정체성을 상실하게 되거나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일 수밖
에 없다.
신학의 최종적인 해석자는 성경말씀과 성령 하나
님이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인간의 육적인 시각과 청각을 초월하여 존재한다는 이유로 인해 죄 가운데
있는 인간들이 교회 가운데서 스스로 신적인 권위를 가진 양 오해할 우려가
있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교회를 위한 현실적 신학을 논하기 위해서는 기록
된 말씀과 역사적 보편 교회가 상속한 신학과 신앙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
다.
모든 신학은 시대에 따라 독자적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상속받은 진리
위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굳건한 배경이 될 때 변화하는 시대
가운데 처한 교회는 역사적 전통에 대한 성경적 판단력을 동반하게 된다. 참
된 신학이 성경의 가르침과 성령의 요구에 민감해야 하는 것은 주님의 교회
를 온전히 세우기 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