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속화된 교회는 미래가 없다
이정석 목사
풀러신학교 조직신학 교수
교회가 그
리스도의 몸이기 때문에 망하지 않는다는 생각은 환상에 불과하다. 물론, 그
리스도의 우주적인 교회는 망하지 않지만, 개교회나 교회들의 집단은 감소하
고 몰락하고 멸절할 수 있음을 역사가 증거한다. 초대교회의 중심이었던 소
아시아의 교회들이 이슬람의 침략으로 없어졌고, 한국교회의 중심이었던 북
한의 교회들이 공산화로 사라졌다. 이와 같은 외부적 요인은 불가피했다 할
지라도, 내부적 요인에 의해 쇠망해가고 있는 유럽교회는 매우 가슴 아픈 현
실이 아닐 수 없다.
실로, 유럽교회는 지난 2천년 동안 기독교의 중심이었으며 지금도 그 유산
이 세계교회의 바탕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교회가 20세기를
거치면서 내적 세속화로 인해 급격한 몰락의 길을 걸었으며, 많은 연구보고
서들은 아무런 회생의 희망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거대한 교회당들과 위
대한 전통에도 불구하고
, 세속화된 교회에는 미래가 없다.
유럽교회의 교훈
세계 2차 대전 후 유럽교회가 급격히 몰락하자 유럽교회는 당황하기 시작하
였으며, ‘신의 일식(eclipse of God)’이 유럽대륙을 뒤덮고 ‘신의 장례식
(God’s funeral)’이 확산됨에 따라 신학계를 비롯하여 사회학, 역사학, 철
학 등에서 대대적으로 그 원인을 탐구하기 시작하였다. 역사적으로는 그 원
인을 르네상스, 계몽주의, 진화론, 산업혁명, 그리고 포스트모더니즘에 이르
는 일련의 탈기독교적 운동들에서 찾았으며, 심지어 콘스탄틴 대제의 기독
교 국교화와 중세 로마카톨릭의 타락을 지적하기도 하였다.
물론, 그와 같은 원인들이 일조한 것은 부인할 수 없으며, 유럽교회의 몰락
과 연관된 거대한 메가 트렌드를 무시할 수 없지만, 어려운 외적 상황속에서
도 순수하고 힘차게 발전한 초대교회를 고려한다면, 칼 바르트의 분석처럼
보다 내적인 원인이 더 결정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세속화를 소금이
그 맛을 잃어가는 과정이라고 정의하고, 그런 교회는 세상에게 짓밟혀 마땅
하다고 탄식하였다.
유럽교회는 종교개혁자들이 회복하고자 그토록 노력했던 복음을 상
실한 것이
다.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기보다 세계의 약소국들을 침략하여 4백년 이상
식민통치를 자행하고 교만이 극에 달하면서 기독교 신앙의 혼을 상실하게 되
었으며, 이제 기독교란 유럽인들의 이기적 욕망을 정당화하고 신성화하는 종
교문화로 전락한 것이다. 그래서, 디트리히 본회퍼는 하나님께서 촛대를 옮
기리라는 사실을 직감하면서, 유럽교회가 십자가의 복음을 상실하였다고 울
부짖었다. 유럽교회가 기독교를 철저히 문화화하고 종교화하였기 때문에, 그
는 기독교의 비종교화를 주장하였다.
종교란 일반은총이지만, 특별은총에 기초한 기독교가 종교로 전락하는 것은
복음을 포기하는 타락이 아닐 수 없다. 종교는 아직도 죄악을 극복하지 못하
고 있기 때문에 외형적으로는 신중심적인 것 같지만, 사실은 자기중심적이
며 자신의 행복과 안전을 위해 신을 이용하려는 경건한 위선이기 때문이다.
복음은 하나님을 위해 자기를 포기하도록 초청하는 부름이다. 종교개혁자들
이 구호처럼 외쳤던 ‘오로지 하나님께 영광을(soli Deo gloria)’이 의미하
는 바는 신앙을 빌미로 우리의 영광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양심선언이었다.
필립
얀시(Philip Yancey)는 최근 유럽을 방문하여 유럽교회의 비극적 상황
을 목도하고 미국교회도 유럽교회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염려하면서, 그러
지 않기 위해서는 중국교회와 한국교회에서 배워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실
로, 한국교회는 비서구세계에서 가장 활력적인 교회로서, 세계교회로부터 찬
사와 기대를 받고 있다. 따라서, 한국교회가 급격히 몰락하리라는 비관적 전
망은 비현실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한국교회가 유럽교회의 전철을 밟지 않
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급성장하는 한국교회를 배우기 위해 1988년 네델란드에서 한국을 방문하여 1
년동안 한국교회를 관찰하고 연구한 레오 오스터롬(Leo Oosterom)은 한국교
회에도 세속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발견하고, “한국의 모든 교회
가 가까운 미래에 직면하게 될 최대의 이슈는 세속화의 문제가 될 것이다”
고 결론 내렸다. 그러므로, 우리가 철저한 자기성찰과 자체개혁을 수행하지
않는다면, 한국교회의 미래도 그리 밝다고 할 수 없다.
한국교회는 자본주의적 논리를 받아들여 세속화하고 있다. 모두가 대형화를
추진하며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맹목적인 교회성장을 추구
하고 있다. 현
대문화의 해악인 허영과 광기를 조장하고 군중심리를 이용하여 대형교회가
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나아가 위성교회를 만들고 자기 브랜드의 교회
를 확산시키고 있다. 그리스도인이라는 자부심보다 특정 교회의 일원이라는
프라이드가 더 강하도록 유도한다.
이런 상황에서 더이상 교회의 주인은 그리스도가 아니다. 목사가 주인이 되
어 절대교권을 휘두르며 교회 인사권과 재산권을 자기 마음대로 사용하고 특
권적인 당회장직을 세습하는가 하면, 정치적인 장로들이 교권을 장악하고 목
사들을 마음대로 갈아 치우면서 자기의 목자를 피고용인 취급하여 목회를 힘
들게 하기도 한다. 한국교회가 그리스도의 주권을 반환하고 모두 그의 충성
된 손발이 되어 섬기는 공동체로 변화되지 않는다면, 한국교회의 미래는 비
극적인 심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한국교회는 70년대와 80년대에 10년마다 2-3배의 획기적 성장을 이룩하였는
데, 이는 주일학교의 성공에 힘입은 바 크다. 그 당시에는 주일학교가 장년
수보다 많은 교회들이 대다수였으나, 오늘날은 그런 교회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미 한국인의 20퍼센트 이상이 복
음화되었기 때문에, 기독교인의 자
녀에게만 성공적인 신앙 전수가 이루어진다면 한국교회의 미래는 지속될 것
이며, 기독교인이 불신자보다 더 출산율이 높다면 자연적 성장만으로도 한국
교회는 성장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보다 비관적이다. 심지어 목사와 장로의 자녀들 가운데도 교
회를 떠나는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으며, 주일학교는 약화일로에 있다. 물
론, 여기에는 시대적 요인이 있으며 세계적 현상이지만, 한국교회가 이를 극
복하지 못한다면 미래가 비관적이다.
따라서, 미국의 경우 성공적인 교회들은 세대간의 관계 개선에 최대의 관심
을 가지고 세대간 목회(inter-generational ministry) 혹은 다세대 목회
(multi-generational ministry)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
는 과거의 장년중심목회를 탈피하여 차세대를 교회의 중심으로 영입하는 혁
신적 방법이다. 열린 예배가 본래 불신자의 문화적 적응을 위해 시작되었으
나, 이제 차세대가 적극적으로 예배할 수 있는 문화적 적응으로 발전되고 있
다. 기성세대가 문화적 주도권을 가지고 차세대의 문화를 소외시킨다면 차세
대가 교회를 이탈할 수밖에 없다. 문
화적 주도권을 한 세대가 독점하지 않
고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며 조화를 추구할 때 세대간의 문화적 갈등이 해소
되고 교회의 미래가 보장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교회가 계속 발전하면서 한국의 완전 복음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차세
대의 교육과 양육을 위해 전폭적인 후원과 헌신적인 노력이 필요할 뿐 아니
라, 차세대를 존중하고 그들을 교회의 중심으로 환영하는 열린 자세가 필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