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 통하는 목회자 되길 _박형용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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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신 졸업식 훈사

상식 통하는 목회자 되길

박형용 총장/합신

먼저 졸업을 축하합니다. 졸업을 영어로 코멘스먼트(commencement)라고 합
니다. 그 뜻은 “시작” 혹은 “개시”를 뜻합니다. 그래서 졸업은 삶의 한 단계
를 접고 다른 단계로의 시작을 암시합니다. 여러분 모두는 이제 졸업을 통해 
학생의 신분에서 교회의 지도자의 신분으로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된 것입니
다. 이제 학교를 졸업하는 여러분에게 몇 마디의 권면을 하기 원합니다.

첫째, 여러분은 어디에서 주님을 섬기든지 항상 진리인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시길 바랍니다.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는 하나님의 말씀을 귀중하게 생
각하는 학교입니다. 여러분은 개혁주의신학을 배웠습니다. 여러분은 바른 신
학이 어떤 신학인지를 배웠습니다. 항상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고 코람데오
의 의식으로 그리스도의 피로 값 주고 산 교회를 섬기시기 바랍니다. 오늘날 
세태는 “내 기분 좋은 데로 사는 세태”입니
다. 오늘날 우리들의 신앙과 생활
의 객관적 기준이 흔들리는 시대입니다. 박윤선 목사님이 늘 강조하셨던 계
시 의존 사색으로 목회 하시기를 바랍니다. 

둘째, 여러분은 어디에 있던지 무엇을 하던지 뉘게서 배운 것을 기억하시
기 바랍니다(딤후 3:14). 이 말은 합동신학대학원 교수들이 잘 가르쳤기 때문
에 교만한 마음으로 하는 말이 아닙니다. 이 말은 여러분이 합신의 전통과 특
징을 세워나가 주십사 하는 부탁입니다. 제가 요즈음 사용하고 있는 머풀러
는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가 남서울 교회에서 공부할 때 20여 년 전 여러분의 
선배로부터 졸업 선물로 받은 것입니다. 

이 머풀러에는 한쪽에 “우리는 한 마음 한 뜻 그리고 한 생명(삶)” 이란 글
이 새겨져 있고, 다른 쪽에는 “나는 합신의 명예를 대표한다. 박형용 교수
님” 이라고 새겨져 있습니다. 이는 그 당시 합신 졸업생들의 마음을 표현하
는 내용입니다. 여러분은 긍지를 가지고 합신의 명예를 지키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은 교수들에게 보낸 사은회 초청글에서 인생의 전환점에 서서 ‘이것이 
하나님의 뜻인가’ 생각하고 ‘하나님! 이 길이 제 길
입니까?’ 기도하던 때를 
기억합니다. 

“작은 도로를 돌아 옹기종기 집들과 길옆으로 논밭을 보며 20년 전에 심었
던 가로수 아래를 걸어 아담한 건물을 맞이하던 때를 떠올립니다. 그 건물에 
들어섰을 때, 우리보다 먼저 인사하시던 교수님들은 우리 눈이 본 놀라운 광
경이었습니다. 면접장에서 무안을 주시던 일, 학생들이 따라갈 수 없을 정도
로 열심히 준비하고 가르치시던 수업 시간, 교회의 현실을 안타까워하시고 우
리의 게으름을 질책하시며 성경의 깊은 해석으로 설교하시던 채플, 함께 줄
을 서서 식판을 받고 식사하던 일, 자신의 연구실을 내어주며 공부하도록 허
락해 주신 일, 가을이 되면 낙엽 지는 운동장에서 운동하며 즐거워하시던 
일, 이 모든 것이 우리가 마음으로 얻은 재산이 되었습니다. 학문이 깊을수
록 인격이 풍성하고, 성품이 깊으면서도 친절한 사람들이 되도록 기도해 주십
시오”라고 요청했습니다. 

교수들과 합신 공동체는 여러분이 그렇게 되도록 기도할 것입니다. 여러분
이 기도해 달라는 요청대로만 각오를 다지면서 목회를 계속한다면 여러분은 
합신의 전통과 특징을 세워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셋째, 여러분은 상식이 통하는 목회자가 되시기 바랍니다. 상식이 통하는 
목회자는 사람을 중하게 생각합니다. 상식이 통하는 목회자는 대인 관계가 원
만하고 다른 사람을 기분 좋게 해 줍니다. 성도들은 설교를 잘하는 목사, 기
도를 열심히 하는 목사, 심방을 성실히 하는 목사를 원하지만 특히 성도들은 
인격적인 목회자, 상식이 있는 목회자를 마음으로 존경합니다. 여러분은 상식
이 통하는 목회자가 되어 성도들의 사랑을 받으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변화산기
념 도서관 건축을 위해 많이 기도했습니다. 이제 변화산 기념 도서관의 개관
을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시점에서 여러분은 졸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여
러분은 새로운 도서관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졸업하지만, 여러분의 후배들이 
더 나은 캠퍼스에서 학문을 연구하고 경건을 훈련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
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졸업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잠시라도 졸업하시는 여
러분에게 새 도서관을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려고 노력했지만 여러 가지 법
적인 제약으로 그렇게 하
지 못한 것 아쉽게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모교의 발전과 후배들을 위해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하나님께
서 여러분들의 가는 길에 동행해 주시고, 여러분이 하시는 일에 복을 내려 주
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