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교육의 실제와 그 효과
< 문지환 목사, 부산 망미제일교회 부목사 >
시작하는 말
처음 교리교육을 실시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교역자로서 체계적으로 또 건전하게 성경을 중고등부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는 성경신학에 본래 관심이 많아서 성경에 나타난 구속의 이야기, 창조–타락–구속–완성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이야기를 전하는데 더 주력한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중고등부 사역을 하면서 느낀 한계점이 무엇이었냐면, 이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성경 이야기를 들어온 아이들이 아니었다는 부분입니다. 그랬기에 마치 6살 저희 둘째에게 하듯 어린이 성경을 읽어주는 수준의 설교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성경자체를 모르는 아이들에게 그리스도인의 삶이 어떻고 세계관이 어떻고를 말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 나이 때 예민한 주제들, 예를 들면 이성관계, 학업 등등 이야기들을 할 때만 주의를 기울일 뿐이고, 강의 중에 성경적인 냄새만 나면 마음과 함께 눈을 닫아버리기 일수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생각한 대안이 체계적인 요리문답교육이었습니다.
1. 교리교육의 필요성
사실 교리 교육하면 그것은 성경이 아니라 무시간적인 기독교 사상적 논리와 체계라고만 생각하는 경향이 짙은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여러 교리 교육 방식 가운데 특별히 ‘요리문답’이라고 하는 유산은 ‘성경의 이야기’를 잘 요약하여 전해주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의 경우 실제로 그 문답을 따라가다 보면 창세기에서부터 시작된 창조 타락 구속에 대한 해설을 듣고 있는 느낌을 받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저는 많은 교리교육 재료 가운데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을 가르치기로 마음을 먹고 교리반을 계획하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교재 선정에 있어서는 크게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제가 공부했던 요리문답해설서들은 무조건 탈락이었거든요. 그 책들로 교리반을 시작한다면 부흥은 둘째치고 배교의 역사가 일어날지도 모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추려내고 있던 중 당시 기독교 출판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교리교육의 새지평을 열었던 책이 있었으니 바로 특강 소요리문답입니다.
세련된 디자인, 최고급 재질이 주는 만족감, 본문에 대한 정통적이고 역사적인 관점에 부합하는 해설, 그러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잃지 않는 필력, 주제와 관련된 풍성한 볼거리 등이 담긴 아주 좋은 해설서였습니다. 두 번 생각할 필요도 없이 특강 소요리 문답을 교재로 선정하였습니다.
2. 중고등부 교리반의 출범
이런 결심과 함께 중고등부 교리반을 모집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중고등부 학생 모두와 소요리문답을 나누고 싶었지만 이 보석 같은 유산의 맛을 보다 깊게 음미하고 싶어서 자원하는 학생을 중심으로 모집했습니다.
지원 자격은 제법 까다롭게 제시했습니다. 결석 2회면 탈락, 지각 2회면 결석 한 번으로, 토요일 오후 6시부터 3시간을 온전히 헌신, 주중 교재를 반드시 읽어야 했고 요구하는 숙제도 반드시 제출해야 했습니다.
많은 면에서 부산이 수도권에 비해 열악한 것이 사실이지만 부모들의 교육열만큼은 전혀 뒤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특히 토요일 저녁을 완전히 비우라는 요구는 학생들, 부모님, 심지어 교회 중직분자들에게도 불편하게 다가갔습니다. 하지만 일단 소신을 굽히지 않고 밀고 나갔습니다.
다행히 하나님 은혜로 첫 교리반 모집에 학생들 17명이 자원하였습니다. 구성은 중1부터 고3까지 골고루 포진되어 있었고, 특이한 점이 있다면 청각 장애 학생이 3명 포함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제가 섬긴 교회는 부산 밀알 장애인 단체와 긴밀한 협조 관계에 있었고 그 전부터 청각 장애인, 혹은 구화인들을 섬기는 일을 해왔기에 그런 가정의 자녀들이 중고등부에 소속되어 있었습니다. 그 아이들 중 몇이 교리반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교리반을 떠올리면 여러 가지 감사제목이 있지만 이 아이들이 함께 했던 일이야말로 가장 감사한 제목입니다.
3. 교리교육의 실제
학습 진행은 사실 말씀드리기가 부끄러운 게 제가 한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토요일 오후 6시 정각에 모여 찬양과 기도로 시작하면 4명으로 구성된 각 조는 지난 일주일동안 읽고 학습한 내용을 서로 나누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내용을 종합하여 각자의 개성을 담은 그림, 벤다이어그램, 혹은 마인드맵으로 4절지에 표현하고 각 조마다 발표자를 선정하여 발표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조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다른 조에게서 발견하고 심화하는 자가 학습이 가능했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어떤 가이드를 줘야한다는 강박 때문에 강의를 잠시 하기도 했는데 한 3주정도 지나면서 제 강의가 필요 없다는 사실을 느꼈습니다. 이미 아이들은 주중 숙제를 통해 내용을 파악하고 있었고 혹시 핵심에 벗어난 이해와 적용을 한 친구가 있더라도 조별 나눔을 통해 보충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주중에 아이들에 해 야하는 숙제는 이렇습니다.
주어진 분량을 읽고 A4 한 장의 1/3정도는 요약 및 핵심 문장 한 문장 만들기, 또 1/3은 읽고 새롭게 배우거나 느낀 점 쓰기, 나머지 1/3은 앞으로의 다짐을 써 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스스로 읽고 해석하여 글을 쓰는 일이 어색하던 아이들이 가면 갈수록 숙제 검사하는 저를 울컥하게 만들 정도로 문답의 핵심을 잘 이해하고 아주 적실하게 자신에게 적용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매주 제출한 숙제에 줄을 긋고 코멘트를 달아 돌려주었습니다.
4. 교리교육의 효과
이렇게 교리반이 진행되면서 점점 중고등부 모임의 분위기가 좋아졌습니다. 아이들의 주일 모임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조금씩이지만 17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예배에 집중하고 말씀에 집중하다 보니 중고등부 전체 분위기가 예배는 좀 잘 드려야 된다는 비이성적인 역사가 일어났습니다.
아이들이 사용하는 용어에도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재수좋다, 운좋다 하던 아이들이 ‘다 하나님의 섭리다’라고 말하며 서로 ‘알지?’ 하는 눈빛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중고등부 행사로 독서발표회를 실시했을 때도 전혀 두려워하거나 싫어하지 않고 진지하게 읽고 독후감을 발표하는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성경을 지루해하지 않고 그것을 듣고 배우면서 흥미를 느끼는 모습에서 큰 위로와 소망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첫 교리반 학생들은 17명 가운데 개인적인 사정으로 완주하지 못한 3명의 학생을 제외하고 14명이 수료하였습니다. 수료하기까지 선생님들의 지지와 도움도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수화통역이 가능한 세 분의 집사님께서 순번제로 돌아가며 토요일 오후 세 시간을 봉사하셨습니다. 중고등부 선생님들도 자원하여 교리반 간식을 제공하셨습니다.
사실 저는 이 부분도 꽤나 중요한 교리교육의 한 요소로 생각합니다. 교리를 통해 개인을 세우는 것을 넘어 함께 식사하는 식구 공동체로의 발전을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결과는 역시 입이 열려야 마음이 열린다는 진리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마치는 말
이상에서 언급한 아이들의 교리반 후기는 모두 부산동교회 홈페이지, 중고등부 섹션에 가시면 읽어 보실 수 있습니다. 말씀과 교리를 통해 느꼈던 아이들의 감격이 고스란히 담긴 그 글들은 저와 그 아이들만의 일기장이 되어 추억과 함께 소망을 주고 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교회교육에서 교리가 천대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살아있고 운동력 있는 주님의 말씀이 이 교리와 요리문답에 잘 녹아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때 결코 교리 가르치기를 포기할 수 없습니다.
포기할 수 없는 교리교육, 우리 함께 힘을 냅시다. 끈기 있게 말씀과 교리의 능력을 신뢰하며 나가는 여러분 같은 분들이 있는 한 언약의 자녀들과 교회와, 나아가 하나님의 나라는 우리 안에 흥왕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