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하는 교리교육
< 나영균 교사, 열린교회 >
“단순히 문답방식 그대로 공부해도 그 깊이와 통찰들을 깨닫게 돼”
교회에서 저는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을 초등학교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래봐야 두 명일 뿐입니다. 한 아이는 지난 3월부터, 다른 아이는 6월부터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1. 아이들과 시작한 교리공부
3-4년 전에는 중고등부 아이들을 맡아 사역하면서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을 가르쳐 본 경험이 있어서 ‘반신반의‘로 초등부 아이들과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을 시작했습니다. 중고등부 아이들도 어려워하고 힘들어 했던 교리공부를 초등부 아이들이 따라갈 수 있을까 하는 노파심이 들었던 것입니다.
교리공부를 시작하기에 앞서 어린이용으로 번역되거나 만들어졌다는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을 모았습니다. 그런데 번역도 쉽고 예화들이 적절히 섞여 있긴 했지만 뭔가 아쉬운 것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것들을 포기하고 교회에서 성인들이 사용하는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을 본문의 번역으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준비 과정에서 저는 각 번역을 살펴봅니다. 그리고 주 교재의 번역 중 아이들이 쉽게 이해하지 못할 부분을 몇 군데 표시해두고 설명을 마련해둡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꼭 알아야 할 성경 구절을 정하고 가르쳐줍니다.
준비를 마치면 아이들과 만납니다. 3월부터 함께 공부한 3학년 유찬이는 부모님과 아이의 관심이 합해져서 배경 지식들이 많은 편에 속합니다. 이 아이와 일대 일 교리공부를 시작하면서 저는 철저하게 문답의 방식을 따랐습니다. 곧 제시된 문답을 읽고 답합니다. 그리고 제가 준비한 질문들을 묻고 답합니다. 그 후에는 성경과 연결시킵니다.
이렇게 시작한 교리공부가 어느 덧 “사도신경” 부분에 도달했습니다. 아직은 아이들에게 완전히 이해시키려 하기보다는 본문을 암기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에 대한 이해‘에 있어서는 철저하게 반복합니다.
아이들과의 공부를 통해 저는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을 다시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의 눈과 저의 눈으로 동시에 보니 그것이 무척 새롭게 다가올 때도 있습니다. 이것이 신앙 선배들이 어릴 때부터 교리문답교육을 실시했던 이유라고 탄복하는 일도 많아졌습니다.
2. 어린이 교리교육의 실제
아이들과의 교육은 이런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문답식으로 교육하다보니 아이들의 이름을 표기합니다. 우진, 유찬 군입니다).
⇒ 제19문 : 당신은 이것을 어디에서 압니까?
▲ 우진·유찬 : 거룩한 복음에서 압니다. 하나님께서는 이 복음을 처음에 낙원에서 친히 계시하셨고 후에는 족장들과 선지자들을 통해 선포하셨으며, 또한 율법의 제사들과 다른 의식들로써 예표하셨고 마지막에는 그의 독생자를 통해 완성하셨습니다.
⇒ 그러면 질문, 거룩한 복음은 뭐지?
▲ 우진 : 성경요
⇒ 더 자세히 하면?
▲ 우진·유찬 : 예수님요
⇒ 오케이~ 낙원은 어디일까?
▲ 우진 : 에덴동산?
⇒ 정답~누구에게?
▲ 유찬 : 아담과 하와
⇒ 그러면 족장은 누구?
▲ 유찬 : 모세?
⇒ 땡~
▲ 우진 : 요셉?
⇒ 땡~ 요셉의 조상~~~
▲ 유찬 : 아~~ 아브라함!!!
⇒ 그렇지, 또?
▲ 우진 : 이삭, 야곱
⇒ 그럼 선지자는?
▲ 유찬 : 엘리야~~
⇒ 그래, 엘리야도 맞는데 그보다 앞선 사람도 있지 유찬이가 아까 대답한…
▲ 우진·유찬 : 모세!!!
▲ 유찬 : 쌤~ 이거 아빠랑 성경에서 읽었었는데 여기에 다 나오네요^^ 신기하다~
⇒ 그치? 성경이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안에도 다 들어있지? 우진이는 어때?
▲ 우진: 저도 그래요 성경에서 본 적 있던 것이 여기 나오네요
⇒ 그래~~ 요리문답은 성경의 내용들을 잘 간추린거야 그러니까 우리가 성경에서 본 것들이 다 들어있지~~ 앞으로 우리가 배울 부분들은 너희가 더 익숙한 것들도 많아~~
대강 이렇게 공부를 마쳤습니다. 무엇보다 큰 성과는 아이들 스스로가 성경의 내용과 요리문답의 내용이 일치한다는 것을 인식했다는 것입니다. 제7주일부터는 아이들에게 보다 더 익숙한 ‘사도신경‘을 공부하게 되는데 더욱 기대가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3. 어린이 교리 교육의 유익
10살, 13살 내기들이 이렇게 요리문답을 공부해나가고 있습니다. 조금 더디더라도 좋습니다. 아이들이 이 기회를 통해서 더 성장하고 성숙하도록 저 역시도 열심히 공부하고 가르치려고 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요리문답을 공부하게 된 것이 무척이나 감사합니다.
저는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을 강해하지는 않으며 그저 단순히 문답방식을 그대로 취해서 공부하고 있지만, 요리문답의 그 깊이와 통찰들이 그대로 아이들에게 전해진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교리교육에서 특별히 누리는 유익은 그날 공부한 내용들을 아이들이 부모에게 전한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을 통해 저는 부모들에게 그날그날 공부한 내용과 덧붙여서 함께 공부해주실 것, 특별히 강조할 사항들을 언급해드립니다. 마침 담임목사님께서 주일 오후 시간에 성도들에게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을 강해하고 있는 중이기에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지난 3월부터 시작해서 지금은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제6주일까지 마쳤습니다. 조금 늦기는 하지만 천천히 그 길을 가는 것이 교사인 제게는 무척 기쁜 일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늦어도, 꼼꼼하게 이 길을 걸어갈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