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칸’을 주시는 하나님
< 서종식 목사, 살렘교회 >
“힘들고 실망스러울 수 있지만 결코 신앙의 길 포기할 수 없어”
지하철 신도림역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합니다. 어떤 아저씨가 큰 가방을 들고 지하철에 올라탔습니다.
번잡한 출퇴근 시간이 아닌지라 다들 자리에 앉아서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는데, 큰 가방을 들고 탄 이 아저씨는 자리에 앉아있는 승객들을 한번 휙 둘러보고는 헛기침을 몇 번 하더니만 어색하게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고 손잡이를 잡더니 익숙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자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가 여러분 앞에 나섰습니다. 오늘 목적지까지 가시는 길에 좋은 물건 하나를 소개해 드리려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가방 안에서 뭔가 하나를 끄집어냈습니다.
“자 ~ 플라스틱 머리에 솔이 달려 있습니다. 이게 무엇일까요? 네, 칫솔입니다. 얼마에 여러분에게 드릴까요? 단돈 천 원입니다. 뒤를 한번 돌려볼까요? 여기에 영어가 쓰여 있습니다. ‘Made in Korea’ 무슨 뜻이겠습니까? 수출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뜻입니다. 수출이 잘 되었을까요? 아니요, 망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여러분에게 아주 싼값으로 드리겠습니다. 하나만 드리면 정 없으니까 두 개를 한 세트로 모시겠습니다.”
그리고는 칫솔 한 개를 더 빼들어 두개를 한 세트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또 승객들을 향해 “여러분, 제가 오늘 여러분에게 몇 개를 팔 수 있을까요? 예, 당연히 모르시죠, 저도 굉장히 궁금합니다.” 그리고는 “자 ~ 하나씩 받아 보십시오” 하며 자리에 앉아 있는 승객 모두에게 하나씩 쭉 돌렸습니다. 그리고 한 바퀴 돌아서 돌아와서는 다시 승객들을 향하여 묻습니다.
“여러분, 제가 몇 개를 팔았을까요? 4개 팔았습니다. 얼마 벌었을까요? 4,000원 벌었습니다! 제가 실망했을까요? 네- 실망했습니다. 그래서 그만 둘까요? 아니요, 저는 그만두지 않습니다. 왜냐?” 그리고는 조금 망설이더니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는 “저에게는 다음 칸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인사를 꾸뻑하고 지나가더랍니다.
지하철을 탔던 승객들이 한바탕 웃고 난리가 났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글을 쓴 사람은 웃으면서 아주 중요한 사실 하나를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 아저씨가 칫솔 몇 개를 팔면서도 실망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나에게는 다음 칸이 있다’고 하면서 당당하게 가는 그 뒷모습을 보면서 “아! 희망을 저버리지 않는 저 아저씨는 반드시 성공하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2011년도 참, 어렵고 힘든 일이 많은 한해였습니다. 세계가 어려웠고, 나라가 어려웠고, 교회도, 성도들도 그 어느 때 보다도 더 어려운 가운데 지나 왔습니다. 저 자신을 돌아봐도 참 힘든 일이 많은 한 해였고, 실망스러운 일이 많았던 한 해였습니다.
한 가족같이 지내며 언제나 우리 곁에 있어 줄 것 같았던 사랑하는 교우들의 죽음, 평생을 함께 믿음 안에서 동고동락할 것 같았던 교우들의 이사와 이동,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경제의 어려움 가운데 발만 동동거리며 힘들어하는 교우들의 모습,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가슴 아픈 사연들을 가지고 기도하며 하나님 앞에 나왔지만 너무나 기가 막힌 현실의 거대한 벽 앞에 다시 움츠려들고 낙심하며 하소연하는 교우들…
이런 저런 일을 겪으며 힘들어하는 교우들을 바라볼 때마다 주께서 맡겨주신 양떼를 목양하는 목사로서 나의 능력 없음과 무지함과 저들을 도울 힘이 없음을 알기에 교회 앞에나 저 자신에게조차 어렵고 힘든 실망스런 한해였습니다.
그 어느 해 보다도 실망스런 한해였습니다. 그래서 그만 둘까요? 아니요, 저는 그만 두지 않습니다. 저에게는 다시 기회를 주시고 또 다음 칸을 주시고 모든 것을 나를 위해 준비해 놓고 계신 하나님 아버지가 나와 함께 계시기 때문입니다.
올해가 힘들고 실망스러웠던 것이 사실이지만 저는 절대 그만 두지 않습니다. 지하철에서 몇 개의 칫솔을 팔고도 실망하지 않고 미소를 머금으며 ‘나에게는 다음 칸이 있습니다’라며 당당하게 인사하고 사라졌던 그 아저씨처럼 저에게도 ‘다음 칸’이 있습니다.
아니 그 아저씨의 ‘다음 칸’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엄청 난 ‘다음 칸’이 있습니다. 그 ‘다음 칸’을 준비해 놓고 계신 하나님이 저에게 뿐 아니라 우리 사랑하는 교우들의 하나님이시기에 저는 안심이 됩니다. 오늘이 약간 힘들고 실망스러울 수 있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습니다. ‘다음 칸’을 예비해 놓고 계신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기 때문입니다.
“자기 아들을 아끼지 아니하시고 우리 모든 사람을 위하여 내주신 이가 어찌 그 아들과 함께 모든 것을 우리에게 주시지 아니하겠느냐”(롬 8:32).
‘다음 칸’을 늘 예비해 놓고 우리를 부르시는 하나님의 사랑에 감사하며 그 은혜 속에 오늘도 희망의 빛을 보며 달려갑니다. 주님, 죽도록 늘 ~ 충성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