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한 사이버 문화정착을 위한 제언 _이강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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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한 사이버 문화정착을 위한 제언

이강근 목사/ 부산노회

“목사님! 어쩔 수 없이 가명을 사용하여 글을 올릴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
습니다.” 

필자와 가까이 지내는 목사님 한 분이 전화를 주셔서 털어놓으신 고충이다. 
그렇다. 일리 있는 말이다.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이럴 수밖에 
없는 다양한 상황이 존재한다. 때문에 가명(익명) 사용이 상당한 순기능 역할
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혁신보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일에 있어서 원칙은 실
명제로 가야한다. 사람들은 오늘 이 시대를 다양성 시대라고 말한다. 또 사람
들은 이런 다양성의 시대에서 자기만의 분명한 원칙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
다고도 한다. 곧 자기만의 분명한 원칙이 있어야 다른 다양한 원칙들을 수용
할 수 있다고 한다. 자기만의 분명한 원칙이 없는 사람은 자기만의 잣대가 없
는 사람이기에 다양한 다른 주장들에 대하여 관용(빌4:5; 참고)을 베풀 수 없
게 된다고 한다. 따라
서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나만의 원칙을 튼튼하게 세워 
가는 일은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겠다. 

사실 예수를 믿는 우리는 이미 분명한 원칙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복
음이라는 잣대이다. 복음이라는 이 잣대는 예수를 믿으면 구원받고 믿지 않으
면 구원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이 복음은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후자는 예수를 믿는 사람들에게 부여된 잣대라 할 수 있
다. 그 누구보다도 목사 된 우리 자신들에게 주어진 잣대라 할 수 있다. 목
사 된 우리 자신이 그 누구보다도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에 앞장서야 하고 
모범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실명이 옳으냐 가명(익명)이 옳으냐
의 문제는 이 큰 틀을 바탕으로 논의되어야 마땅하다는 생각이다. 

개혁신보 게시판에 글을 올린 어떤 분이 가명(익명)도 매우 유용한 경우가 
있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물론 옳은 말이다. 그 점을 분명히 인정한다. 때로 
대담하고도 거침없는 의견을 말하고 싶으나 자기의 이름을 걸고 하기에는 난
처할 때가 있음이 사실이다. 누군가에게 너무나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으로 어
떤 의견을 말해주
고 싶은데 자기 이름을 걸고는 골란 할 때도 분명 있다. 또 
우리 나라 문화적 특성이 너무나도 쉽게 갑론을박으로 흐른다는 아쉬움 때문
에라도 자기 이름 걸기가 골란 할 때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명(익명)이 필
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정말 가명(익명)을 사용하는 많은 분들이 이런 어려움 때문에 가명을 
사용하는 것일까? 오히려 사이버 상에서 가명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이 ‘자유’를 남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자유를 남용하는 것이기에 상대
의 인격을 존중하지 않는 언어들을 너무 쉽게 사용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심
한 경우 거의 폭력에 가까운 말들을 거침없이 사용하게 되는 것 아닐까?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라는 그 큰 관점에서 이 자유는 절제되어야 한다
고 생각한다. 아니 그런 유혹을 과감하게 뿌리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태복
음 5장 22절을 보라(엡 4:25 , 29 , 31-32 ; 참고). 자유에는 분명 책임이 따
르는 법이다. 

개혁신보 게시판은 다른 여느 게시판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 생각한다. 그것
은 합신이라는 이름을 건 우리 목사들-다른 분들도 참여하고 있지만-의 게시
판이
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같은 동역자들이 논의를 벌이는 게시판이라는 말
이다. 그렇다면, 이 논의는 서로 사랑함을 전제로 이루어져야 하지 않겠는
가? 서로를 존중하는 자세로 신사적인 주장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진정한 사
랑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를 지셨던 것과 같은 아픔을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닐까? 진정으로 사랑의 충고를 하고 싶거든, 또는 거침없는 의견을 말하
고 싶거든 아픔을 감수해야 하지 않을까? 그 사랑(의견)에 책임을 다하는 심
정으로 자기 이름을 분명하게 걸어야 하지 않을까? 어쩌면 우리는 너무나도 
분명한 이 원칙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굳이 이런 논의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
다.

이 ‘사랑’이라는 큰 틀의 입장에서 가명(익명)보다는 실명을 사용함이 마
땅하다고 주장한다. 이런 분명한 원칙을 중심으로 가명(익명)의 허용 정도
에 대하여 더 논의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