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인도하는 묵상칼럼 (92)| 한국교회, 절망과 소망의 두 얼굴_정창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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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교회, 절망과 소망의 두 얼굴 요나서 1장 1절-2장 10절

 

< 정창균 목사, 합신 설교학 교수, 남포교회 협동목사 >

 

“이제라도 하나님 한 분 붙잡고 제대로 해보는 수밖에 없어”

 

작금 한국교회가 처해 있는 현실은 “비난 받는 한국교회”라는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사회도, 여론도, 각종의 반기독교 단체들도 교회에 대하여는 욕설 섞인 막말 비난을 쏟아내기를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 교계의 어른이라 일컬어지는 교회 지도자들 가운데도 어떤 이들은 하나 같이 한국교회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는 일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비난의 화살들은 대부분 목회현장의 지도자들을 향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비난과 비판들은 대부분 그럴만한 이유와 근거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목회자들은 이 지경으로 모욕적인 비난을 받게 된 현실에 대하여 부끄럽고 면목이 없어 하며 깊은 시름에 잠겨 지내고 있습니다.

 

물론 어느 기독교연합단체는 자기들의 처신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20여개의 신학교와 200명 가까운 신학자들에게 업무를 방해하고 명예를 훼손했으니 10억씩의 손해배상을 하라며 소송을 제기하는 기괴한 행태를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런가 하면 실정법 위반으로 옥살이를 하거나 그보다 더 치욕적인 지탄을 받으면서도 예수의 이름을 들먹이며 꿋꿋이 자기의 길을 가겠다고 결의를 다지는 뻔뻔스러운 몇몇 대형 교회 목회자들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반면에 한국교회의 절대다수의 목회자들은 모욕당하는 기독교가 되어버린 현실에 대하여 공동의 책임과 죄책을 느끼며 좌절하고 괴로워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어떻게 보면 한국 기독교는 이제 헤어 나올 수 없는 좌절과 절망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교회가 이전과 같은 교세의 확장과 재정적 풍요를 누리는 세상은 앞으로 상당기간 동안, 아니면 영영 다시 오지 않을 것이란 것은 이제 상식이 되었습니다. 아무리 목 좋은 곳에 건물을 세워놓아도 교인이 저절로 몰려오는 세상은 이미 지나갔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교회가 잃어버린 공적인 신뢰나 영향력의 실추를 만회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도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많은 신학교들은 닥쳐오는 생존의 위기를 의식하며 돌파구를 찾기 위하여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한국교회는 절망적인 상황에 처해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꼭 그렇게만 생각할 일은 아닙니다. 우리의 안목을 조금만 바꾸어 하나님의 손길이라는 눈으로 이 현실을 들여다본다면 이 절망이 그 자체로 끝장인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사실 한국교회의 이러한 절망스러운 상황은 우연히 일어나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단순히 인과응보의 법칙에 따라서 저절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도 아닙니다. 마치 반역한 선지자 요나를 폭풍으로부터 물고기 뱃속까지 몰아가시고, 다시 마른 박넝쿨 앞까지 몰아가셔서 결국 하나님께서 의도한 곳에 그가 이르도록 요나에게 집착하셨던 것처럼 지금 하나님은 의도적으로 한국교회를 막다른 길로 내몰고 계시는 것이 분명해보입니다.

 

하나님에 의하여 막다른 길로 내몰리면서 한국교회와 지도자들은 매우 중요한 사실들을 실감하게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이제는 단시일에 대형교회가 될 수 있는 세상도 아니거니와, 대형교회라는 사실로 아무데서나 모든 일에 대하여 위세가 통하는 세상도 아니라는 사실을 생생하게 확인하게 될 것입니다.

 

사실 지난 세월 얼마동안은 대형교회라는 이유만으로도, 혹은 대형교회로 교회를 성장시켰다는 이유만으로도 영웅이 되고 모든 것이 정당화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여러 대형교회들이 무너지고 있고, 대형교회라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비난을 받는 세상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또한 교회가 특별한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주특기를 개발하여 그것을 특성화함으로써 부각이 되어 위세를 떨치는 것도 이제는 더 이상 먹히지 않는 세상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될 것입니다. 이 사회는 그것이 교회라는 사실 자체로 교회를 비난하는 세상을 우리는 경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몰리는 현실 속에서 이러한 사실들을 실감하는 교회는 결국 한 가지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게 될 것입니다. 이제 하나님 한 분 붙잡고 제대로나 해보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입니다.

 

사실 하나님은 한국교회가 이 결론에 이르도록 우리를 몰아가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이제는 이런 야심 저런 욕구 다 내려놓고 하나님이 원하시는 대로 신자다운 신자, 교회다운 교회가 되는 일에 모든 것을 걸겠다는 결론으로 우리는 내몰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 일을 위하여 우리는 훨씬 더 가난하게 살고, 훨씬 더 소외와 배척과 모욕을 당하면서 힘들고 고단한 삶을 살기로 작정할 수밖에 없게 될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한국교회의 절망의 긴 터널의 끝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한국교회의 새 역사의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그 후에야 이 사회는 다시 한국교회를 신뢰하고 교회에게 영향을 받고자 할 것입니다. 아니 무엇보다도 하나님께서 흡족해 하실 것입니다.

 

신자의 목적은 어떻게든 살아남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대가를 치르면서라도 신자가 되는 데 있습니다. 교회의 목적은 어떤 수를 써서라도 부흥하고 또 살아남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문을 닫고 망하는 한이 있어도 교회가 되는 데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그 길에 들어서라는 하나님의 요구에 직면하고 있으며, 그것이 절망적인 우리의 현실이 담고 있는 놀라운 소망의 메시지입니다.